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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구조조정, 예고된 '혼란'

황철 기자공개 2010-06-30 10:36:05

이 기사는 2010년 06월 30일 10: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칠흑같은 밤에 아군·적군을 구분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위해 사방에 마구 총을 쏴야한다. 결국 아군까지 죽어 나가는 아비규환으로 치닫는다"

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 발표 직후, 채권 시장 관계자가 전한 첫 마디다. 금융당국·채권단이 부정적 파급을 우려해 '명단 미공개'를 원칙으로 한 데 대한 불만의 토로다.

물론 구조조정 대상 기업 명단은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주요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보와 정정 보도가 속출하는 등 적잖은 혼란이 발생했다.

특히 시공순위·인지도가 낮은 건설사의 경우, 유사하거나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로 엉뚱한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속출했다.

실제로 퇴출명단에 이름을 올린 대선건설은 시공능력 1672위의 소형사다. 하지만 동명 기업만 네 군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남 무안 소재 대선건설(380위) 등 3개사는 협력업체와 입주 예정자 등에게 걸려온 문의·항의전화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금강주택 역시 D등급으로 분류된 금광기업·금강건업과 사명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일부 언론이 밝힌 퇴출명단에 오르며 곤혹을 겪었다.

이번 기업 신용위험평가를 두고 '소리만 요란한 깡통 구조조정'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진 이유 중 하나다.

사실상 시장 혼선과 부작용은 두달여 동안의 심사 과정에서부터 이미 예견돼 왔다. 평가·관리감독의 주체인 채권단·금융당국에서조차 이견과 갈등이 계속됐다. 일부에서는 새로운 관치 금융이라는 비난이 제기될 만큼 당국의 개입이 컸다.

채권 금융기관은 물론 개별 은행 내부에서도 부서간 이해관계가 얽혀 접점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이 때문에 평가의 생명인 일관성·적정성은 훼손됐고 최소한의 자율성마저도 보장받지 못했다.

그 결과 일부 중견·중소형 건설사들이 보인 선제적 자구안 노력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대형 건설사와 대기업 계열의 경우 비재무적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며 부실 징후기업에서 비껴갔다. 효성 계열 진흥기업이 대표적 사례다.

건설업계 내부적으로 "결국 살생부는 이미 정해져 있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사그라들지 않은 이유다.

물론 시스템 리스크 해소를 위해 당국과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에는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기업·채권단·시장 참가자 모두가 과정과 결과에 불만을 토로하고 질적인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시장을 살리기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은 명단조차 밝히지 않은 소형사 수십 곳을 쳐내며 숫자 쌓기에 나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대상기업 수를 늘리지 않더라도 크게 곪아 있는 소수 대형사에 대한 과감한 수술이 개선작업의 취지에 더 부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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