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템싸이언스, KMI 지분매입 가능할까? 연속적자→재무구조 ‘불안정’…대형투자자 모집 어려워
이 기사는 2010년 09월 29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기업 스템싸이언스가 한국모바일인터넷(KMI)에 주요주주로 참여한다고 밝힘에 따라 800억원에 달하는 지분매입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스템싸이언스가 단기간 내 자력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연이은 실적악화로 재무구조가 취약해져 ‘빅 딜’을 추진할 만한 재무여력이 없다는 것.
회사는 채권발행, 유상증자 등의 방법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 또한 만만찮다.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차입금을 큰 폭으로 늘릴 경우 이를 감당할 리스크태이킹(risk-taking)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 보유현금 620만원…수익성 악화 장기화, 재무여력 부족
스템싸이언스는 최근 제4이동통신사를 추진하고 있는 KMI에 총 8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600억원을 1차로 납입, 디브이에스와 함께 KMI의 공동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스템싸이언스가 보유현금을 동원하고 자산매각 등의 방법을 통해 자력으로만 600억원을 조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6월 기준 스템싸이언스(6월 결산법인)의 현금성자산은 620만원에 불과하다. 가용현금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지난해 6월만 해도 54억원에 달했던 현금은 영업 및 투자손실의 영향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회사는 현재 건물·토지 등 매각이 가능한 부동산 자산도 거의 없는 상태다.
스템싸이언스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영업손실 21억원, 당기순손실 70억원을 기록했다. 2004년부터 이어진 적자행진이다.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 3년간 평균 마이너스 30억원 대를 기록했다.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 잉여현금흐름(FCF) 등도 모두 마이너스다. 현 수준의 영업을 지속하면 적자 규모가 커지고 현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이은 영업적자와 수익성 악화는 회사의 유동성을 압박했다. 스템싸이언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차입, BW·전환사채 발행 등을 감행했다. 지난 2월에는 연간 수 억원에 달하는 이자비용을 줄이고 차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68억원 어치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이 결과 순차입금은 73억원 대로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스템싸이언스는 그 동안 영업적자를 탈출하기 위한 신사업 확보에 집중해 왔다"면서 "최근 KMI 주주참여를 통한 통신사업 진출을 그 돌파구 중 하나로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이 없고 지분매입 자금을 외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 앞으로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BW·채권 발행? “글쎄”…유상증자도 만만찮아
현재 스템싸이언스가 대규모 현금을 확보키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채권발행 및 유상증자다.
실제로 조성우 스템싸이언스 부사장은 이달 중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600억원의 지분 매입자금 중 △350~400억원은 기관·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100억원은 미회수 채권 발행 △150억원은 증자를 통해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자금확보 방안이 실제로 이행될 수 있을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BW 및 채권발행을 추진하려면 대형 투자자를 확보하는 게 핵심인데 아직까지 국내외 기관, 대기업 등으로 부터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오퍼(offer)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미래 성장성만 보고 영업적자에 시달리는 기업의 채권 수 백억원 어치를 매입할 기관은 많지 않다"면서 “KMI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지도 불명확한 상황이라, 앞으로 스템싸이언스가 어떤 방법으로 잠재적 투자자들을 설득시킬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유상증자의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스템싸이언스는 현재 약 150억원 수준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스템싸이언스의 최대주주인 윤강준 대표가 지난 4월 유상증자 참여로 151만 5152주를 취득, 지분을 15.99%까지 늘린 상황에서 또 다시 대규모 현금을 투입해 지분을 매입할 여력이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총 지분의 61.2%를 보유한 소액주주들이 유증에 참여할지도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만약 기존 주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경우, 스템싸이언스는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이기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신규사업 실패 가능성 △불안정한 주가 △기업의 취약한 재무구조 등이 여전히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시장의 반응을 충분히 살피지 않고 유상증자를 할 경우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스템싸이언스 정도의 회사가 신사업에 800억원을 투입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올인’하는 것"이라면서 "향후 KMI에서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되면 회사는 울며겨자 먹기로 계속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템싸이언스는 최근 경희제약을 합병하기로 결정한 만큼, 당분간 무리하게 통신사업부 진출을 시도하기 보다는 의료, 바이오 등의 부문에 총력을 기울여 '턴어라운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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