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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I, 사업계획·자금동원력 못 밝히는 이유는? 와이브로망 구축에 1조원 투자해야...구속력 없는 투자계약서만 존재

이상균 기자/ 오동혁 공개 2010-09-24 14:46:36

이 기사는 2010년 09월 24일 14: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이 코스닥 시장에서 연일 주목 받고 있다. KMI에 주주로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업체의 주가가 연일 급등하는 상황이다. 삼영홀딩스의 경우 KMI 주주 참여설로 주가가 10배 가까이 급등했다가 불참 소식이 전해지며 7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디브이에스코리아, 자티전자, 스템싸이언스 등이 KMI 주주 참여를 공식화하며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증권시장 관계자들은 이 같은 급등세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KMI가 아직 법인설립을 하지 않은데다 주요 주주로 참여한 업체들의 자금동원 능력에 의문점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KMI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묻지마식 투자’는 위험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KMI가 제4이동통신사로 가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의 모든 절차를 수정 없이 통과한다고 해도 빨라야 2월경이다. 이후 서비스를 개시하려면 7월까지 전국에 와이브로 망을 깔아야 한다. 기존 이통사의 선례를 살펴봐도 1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중소기업만으로 구성된 KMI의 자본조달 능력에 의구심이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비심사도 아직 못해

KMI는 지난 6월11일 방통위에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서비스 허가신청을 접수했다. 다른 이통사와 달리 와이브로를 기반으로 전국에 망을 깐 뒤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에게 MVNO(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즉 이동통신 도매업자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얘기다.

방통위는 당초 KMI의 주파수할당과 예비심사를 병행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주파수 할당공고가 나온 8월4일부터 KMI의 예비심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KMI는 한달이 지난 9월6일 자본금을 4100억원에서 46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해 사업계획서를 신청했다. 방통위의 심사도 물론 원점으로 돌아갔다.

방통위는 일단 9월말까지 예비심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후 본심사나 마찬가지인 사업계획서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심사를 담당할 심사위원회는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KMI가 본심사를 통과해도 주파수 할당을 받지 못하면 사업 허가권을 받지 못한다. KMI는 지난 9월 6일 자본금 변경 신청과 함께 2.5㎓대역 와이브로용 주파수 40㎒폭(2580~2620㎒)을 신청했다. 현재까지 이 대역폭에 신청을 한 업체는 KMI가 유일하다. 주파수 할당 접수는 오는 11월에 끝나며 이때부터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간다. 주파수 할당에 대한 최종 결론은 빨라야 12월, 늦으면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KMI가 예상보다 빠른 12월경 주파수 할당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본심사 통과 시기는 2011년 1월쯤이 된다. 이후 법인 설립과 자본금 납입 및 증비서류 제출을 완료하면 내년 2월에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단 자금조달 내역, 주주들의 사업법 위반 여부, 주파수 할당 등을 모두 한번에 통과한다는 가정에서다.

◇KT, 와이브로망 구축에 1조400억원 투입

KMI가 사업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 개시를 공언한 내년 7월 이전 전국에 와이브로 망을 구축해야 한다. KT와 SK텔레콤의 사례를 살펴보면 와이브로 망 구축에 적어도 1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KT는 내년 3월까지 84개 도시에 면적기준 24.3%, 인구 기준 83%를 커버하도록 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총소요자금은 1조431억원. 2008년 말까지 이미 6882억원이 투자됐으며, 2009년 이후 2011년 3월까지 3549억원을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2010년 12월까지 84개시에 면적기준 9.1%, 인구기준 67.8%를 커버할 계획이다. 사업자금은 총 8250억원이 투입된다. 2008년 말까지 5329억원을 투자했고, 2009년 이후 2011년 5월까지 2921억원 이상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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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I에 대한 의문점은 단순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빨라야 내년 2월에야 허가를 받을 수 있는 KMI가 자신들이 공언한 '7월 서비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것이다. 특히 5개월만에 1조원에 가까운 돈을 투입해 전국에 와이브로 망을 구축해야 한다.

◇구속력 없는 KMI컨소시엄..자금력 충분할까

자본금 7500억원을 기준으로 800억원 이상을 출자하겠다고 밝힌 KMI 주요 주주 5개사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이 같은 현금 동원은 불가능에 가까운게 엄연한 현실이다.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당좌자산을 기준으로 할 경우 4개 기업은 110억∼240억원의 당좌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외부에서 대규모 자금조달을 하지 않는 한 800억원을 출자할 여력이 없는 셈이다. 씨모텍만이 745억원의 당좌자산을 기록, 사정이 가장 나았다. 기존 주력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운전자본을 고려할 경우 대규모 외부 차입 또는 유상증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욱이 이들 중 3개 기업은 올해 상반기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스템싸이언스와 자티전자의 영업손실 규모는 20억원에 육박했다.

KMI의 추가 증자 계획도 현재로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방통위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KMI의 자본금은 4600억원. 이후 내년 초에 사업허가를 받으면 자본금을 7500억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KMI는 내년 하반기에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1조2000억원을 증자 받아 자본금 규모를 1조9500억원으로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 역시 구속력 없는 협약 수준인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사업이 예상보다 지지부진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의 증자 참여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삼영홀딩스처럼 KMI와 주주사간 이견이 발생할 경우 언제든 주주로 참여하겠다고 공언한 회사들의 이탈도 가능한 구조다.

KMI 주주사로 참여한 기업 관계자는 "KMI가 사업권을 획득하면 KMI의 주주로 참여하고 법인 설립 이후 3개월 이내에 1차 증자에 참여키로 계약을 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업허가권을 획득하지 못한 경우에 대해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면서도 "지분출자는 KMI가 제4이동통신사가 된다는 전제하에 진행하는 것인 만큼 결과가 나빠지면 당연히 출자문제는 없던 일이 될 것"이라고 귀뜸했다. 즉 법적 구속력 없는 계약들만 있을 뿐 현실적이고 법적 효력을 가진 계약의 실체가 없는 셈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KMI 주주로 참여하는 상장사의 경우 구속력 없는 투자의향서 하나만으로 제4이동통신사 테마에 무임 승차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KMI가 다행스럽게도 사업권을 획득하면 좋겠지만, 실패한다고 해도 주가 부양과 신규 사업 진출용 증자자금을 손에 넣을 수 있어서 손해 볼 장사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업계는 삼영홀딩스를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당초 주력사업이 쇠하며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하지만 제4이동통신사의 사업을 주관하는 KMI에 최대주주로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급등했고, 결국 M&A 매물을 철회했다.

하지만 삼영홀딩스는 지분 출자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KMI와 이견이 발생했고, 결국 KMI 주주에서 제외됐다. 이 결과 10배 가까이 급등했던 이 회사의 주가는 7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급락했다. 제4이동통신사 테마를 믿고 투자한 삼영홀딩스 개인투자자들만 막대한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4이동통신사 사업권 획득 → KMI 법인 설립 → 주요 주주 지분 출자 → 3개월 이내 주주배정 유상증자 → KMI 전국 와이브로 망 구축 → 외국인 투자자 유치 등 일련의 프로세스로 진행된다"며 "이중 하나만이라도 삐걱될 경우 KMI와 참여 주주들은 고난의 길을 걸어야만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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