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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송'으로 사라진 구사주 문제 매각 준칙 무시된 현대건설 매각전..주주협의회 "구사주 문제 없다"

황은재 기자공개 2010-10-07 07:59:00

이 기사는 2010년 10월 07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 매각이 본격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채권단이 스스로 정해 놓은 '매각준칙'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채권금융기관이 출자전환 주식을 관리·매각할 때는 부실 책임이 있는 구(舊) 사주에게 되팔 수 없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만을 대상으로 매각을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대우그룹 계열사들이 구조조정을 거쳐 재매각될 때, 채권금융기관들이 구 사주를 인수후보에서 제외했던 것과 비교할 때 형평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는 현실적으로 범현대가 외에는 살 곳이 없다는 논리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 매각 준칙 "부실책임 구사주, 우선협상자 제외"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는 현대그룹 컨소시엄과 현대자동차 그룹에 '입찰 적격'을 통보하고 데이터룸 실사 안내서를 발송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룸 실사가 약 한 달간 진행된다. 본 입찰은 다음달 12일이다.

매각주관사 측은 LOI제출을 마감했지만 본입찰 전에 추가로 LOI를 제출할 경우, 예비입찰자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가 외에 추가로 인수 의향을 나타낼 곳은 없는 것 같다. 본입찰에도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그대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선 두 인수후보가 우선협상자로서의 자격 여부는 명확히 따져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5년 은행연합회가 개정한 '채권금융기관 출자전환주식 관리 및 매각 준칙'은 "부실 책임이 있는 구사주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우선협상자에서 제외한다(제12조)"고 명시하고 있다.

이 준칙대로면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 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자격을 갖춘 후보로 보기 어렵다.

현대건설 부실은 '왕자의 난' 이후 본격화됐다. 당시 사건으로 자동차, 중공업 그룹 등으로 현대그룹이 나뉘었지만 현대건설 부실은 범 현대가 모두의 책임인 셈이다. 산업은행(현재는 정책금융공사가 지분 소유)이 2006년 이후 "구사주에게는 현대건설을 매각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취했던 근거이기도 하다.

◇ 주주협의회 공개매각, '구사주, 워크아웃 때 정상화 노력 미흡'

2000년 11월 현대차는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건설을 도와줄 수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여론에 밀려 지원 방안을 발표하긴 했지만 현대차는 자동차그룹에 필요한 사업 외에는 지분 인수를 꺼렸다. 2001년 3월에는 '시장원리'를 주장하며 지원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는 현대건설 지원을 명분으로 우량 기업의 지분만 인수해갔다"며 "당시에는 지원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꼬리짜르기였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은 발주 공사 물량 대부분을 현대엠코에 배정했다. 일례로 당진일관제철소 건립 과정에서는 포스코의 고로설비 공사를 도맡아왔던 현대건설을 배제했다. SK건설과 롯데건설 등에 공사를 맡겼다. 동시에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의사가 없다'고 수차례 밝혔다.

현대건설과 직접적인 지분 관계에 있었던 현대그룹은 故 정주영 명예회장 및 故정몽헌 회장의 지분을 무상감자하고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또 2000년부터 20007년까지 약 1조9000억원 가량의 공사를 현대건설에 발주했다. 금강산 관강지구 신설, 현대상선의 부산신항 컨테이너터미널 공사 등에 현대건설이 참여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노력이 현대건설 정상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주주협의회는 '부실책임의 정도 및 사재출연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사후평가를 통해 우선 매수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매각 준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현대그룹도 우선매수권을 주장하지 않고 있다.

◇ '이상한 소송'이 구사주 문제 따질 수 없는 이유?

구사주 문제에 대해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측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건설 주식을 인수한 정책금융공사의 입장도 180도 돌아섰다.

주주협의회는 예금보험공사가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반도체 부실 책임을 물어 현정은 회장 등에 대해 제기한 손해보상청구 소송을 그 근거로 삼고 있다. 2007년 6월에 제기된 이 소송은 '금융회사가 공적자금 투입을 초래한 부실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지 않을 경우 예보가 대신 소송할 수 있다'는 예금자보헙법상 '대위권' 규정에 의한 첫 사례였다.

이 소송은 승소 가능성도 높지 않고 승소해도 공적자금 회수가 어렵고, 패소할 경우 비용만 날리는 '이상한 소송'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예상대로 소송은 2009년 1월에 법원으로부터 '각하' 결정을 받았다. 항소심도 '기각'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는 예보의 패소를 근거로 '구사주 문제'를 방어하고 있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법원이 구 현대그룹에 현대건설 부실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더 이상 현대가에 구사주 문제를 거론할 명분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정서적 동의도 필요하다'고 했던 지난 2006년 이후 입장에서 크게 물러선 것이다.

M&A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현대건설을 인수할 수 있는 곳이 구 현대가 뿐이라는 여론 몰이를 통해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며 "대우그룹 계열사 매각 당시에는 경영 부실 책임을 물어 대우그룹과 관련 있는 후보들의 딜 참여를 배제한 것과 비교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매각자문사 관계자는 "구사주 문제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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