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0년 11월 15일 0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경색으로 촉발된 건설사 위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 가는 양상이다. 급박했던 곳은 청산됐고 그나마 버틸 힘이 있었던 곳은 금융권 워크아웃으로 연명하고 있다. 물론 대세에 큰 지장이 없는 건설사도 많다.
앞으로도 구조조정이 계속 되겠지만 현 상황에서 크게 악화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대신 부동산 경기를 포함한 업황 회복 여부가 각 건설사들의 향방을 또 한번 결정지을 변수다. 경기 회복 여부는 건설사 입장에서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것으로 이제는 각자 전략을 잘 짜서 사업을 잘 꾸려 나가는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알아서 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의 진단과 시각은 조금 다른 듯하다. 여전히 유동성 위기의 불씨가 살아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프라이머리(Primary)-CBO라는 정책 도구를 들고 다시 건설사 자금 지원에 나서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29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5000억원 규모의 P-CBO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중 절반이 건설사 지원 용도다. 신용등급이 낮아 채권 발행이 어려운 건설사들을 묶어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AAA 등급 유동화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90% 정도는 선순위채권으로 신보의 보증이 들어가고 나머지는 보증 없는 후순위채권이다. 떼일 확률이 높은 후순위 채권에는 투자자들이 모이지 않아 누가 이를 떠안느냐로 갑론을박, 발행 시기가 지연되기도 했다. 결국 건설공제조합과 대한주택보증, 신용보증기금 등이 후순위 채권을 사들이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린다. 구조조정을 더 할 상황이지 자금 지원을 해주는 게 맞지 않고 또 국민세금을 쓸 정도로 건설사, 나아가 국가 경제가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는 게 P-CBO를 곱지 않게 보는 쪽의 시각이다.
우선 후순위채권이 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현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한계기업이라는 뜻이다. 한계기업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던 정부의 그동안 발언은 허언이 되게 된다.
또 금융이 꼬여서 자금 융통이 안되는 상황이 아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빌려줄 데는 빌려주고 아닌 곳은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 상황을 보고 나름의 시장 원리에 따라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신보기금으로 건설사 자금 지원에 나서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건설사 몇 군데가 무너져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금의 주인인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내기에 논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금융경색 때 나왔을 법한 대책인데 시기적으로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제는 필요 없다는 뜻이다.
누구는 이렇게까지 이야기한다.
"사업을 잘 못해서 어려운 처지가 됐다고 국민들이 세금을 걷어서 건설사를 도와줘야 하는 것입니까"
건설사들은 P-CBO 발행을 한다고 하니 '왠 떡이냐' 싶어 득달같이 달려들 태세다. 후순위 P-CBO의 대상이 될 기업들에게는 말 그대로 '눈 먼 돈'이 될 가능성이 높고 선순위에 포함될 건설사들에게는 싸게 돈 빌릴 수 있는 호기가 된다.
특혜(?) 같은 P-CBO 대상이 될 기업은 과연 어디일지, 그리고 어떻게 선정될지 그 과정이 어렴풋이나마 짐작된다. 눈 먼 돈 퍼주고 생색낼 사람들도 얼핏 보인다. 물론 시퍼렇게 눈 뜨고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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