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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한 QIB,자칫 탱자될라" 공청회 개최..."매수기반 확보·신용평가·졸업여건 등 보완돼야"

한희연 기자공개 2010-11-30 18:28:53

이 기사는 2010년 11월 30일 1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자본시장을 통한 중소기업 자금조달을 활성화하기 위해 적격투자자(Qualified Institutional Buyers;QIB)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자칫 취지는 살리지 못하고 부작용만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QIB 도입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국내 현실을 외면하고 무턱대고 도입했다가는 귤화위지(橘化爲枳, 귤이 탱자가 된다)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QIB 도입은 지난 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처음 이슈화된 이후 태스크포스(TF)를 거쳐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9일 개최한 '적격기관투자가 제도 도입 공청회'는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난 8월부터 논의된 내용을 1차 공개한 자리였다.

우선 QIB의 범위는 자본시장법상의 전문투자자를 기준으로 하고, 투자의 전문성, 리스크 관리 능력 등을 고려해 설정하게 된다. 대상증권의 경우 채권 및 주식관련채권을 우선적으로 허용하고 주식은 장기적 관점에서 허용시기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발행인은 상장여부와 자본금 수준에 따라 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

이날 발표를 맡은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QIB 제도의 세부 요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QIB 제도의 법적 도입근거를 마련하고 QIB 발행인의 공시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 마련, QIB 제도 운영자를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① 매수기반의 부재: 1조원 짜리냐, 10조원 짜리냐

시장 전문가들이 QIB에 대해 가장 크게 의심하는 것은 '도대체 중소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를 살 곳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중소기업을 회사채 발행으로 이끌더라도 사 줄만한 기관투자가 시장이 충분하지 않다면 생색만 내는 제도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크레딧애널리스트는 "미국의 QIB인 144A는 정크본드 시장의 내용물을 말썽많은 LBO채권에서 중소기업 하이일드 채권으로 바꾼 것"이라며 "이런 수요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중소기업 채권을 사 줄 수 있는 매수기반 확보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며 "그것 없이는 1조~2조 원 시장에 머물겠지만, 매수기반만 확보되면 10조원 이상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대부분 기관투자가들은 내부적인 운용규정으로 BBB급 이하 채권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심지어 자산운용사의 회사채 전용 펀드 역시 약관상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신용등급이 대부분 투기등급일 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 채권을 소화할 시장 자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② 펀드를 어느 정도까지 QB로 볼 것인가

미국과는 달리 집합투자기구(펀드)를 적격투자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데 큰 이견이 없다. 매수 기반의 확충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형호 아이투자신탁운용 상무는 ""채권형 펀드의 고객은 80% 이상이 기관투자가이며, 기관에서도 직접투자에 비해 펀드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 크레딧 분석 측면에서도 크로스체킹이 가능해 증권가치를 더 확실히 판단할 수 있다"며 "펀드를 QIB에 포함시키고 약관 제한 등으로 개인의 유입을 막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QIB로 인정하는 펀드의 범위에는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펀드를 포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여러가지 이슈가 있으니 어떤 식으로 펀드를 안고 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환 크레딧애널리스트는 "펀드의 참여는 맞는 방향이지만 뚜렷한 제한이 필요하다"며 "아무 조건없이 허용하는 것은 간접분매 등 여러가지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펀드신용평가를 조건으로 QIB를 허용해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대부분 펀드약관은 BBB-등급 이하 채권의 편입을 제한하고 있는데, 펀드 자체에 신용평가를 부여하게 되면, BB급 미만의 채권을 상당부분 사 줄 수 있다는 것이다.

③ 공시와 신용평가는?

QIB를 통해 회사채 등을 발행하는 경우에도 공시와 신용평가는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QIB의 목적이 중소기업과 같은 소액발행자들의 비용을 절감시키고 수요기반을 조성하는 것이지, 회색시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성환 홍익대학교 교수는 "미국 QIB의 경우 굉장히 성공적이었지만, 발행자 공시에 너무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요즘 나온다"며 "기관투자가가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알고보니 아니었다는 등 비판이 많다"고 말했다.

윤영환 크레딧애널리스트도 "사실 공시 시스템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쪽은 거래비용을 축소해야 하는 기관투자가다"며 "QIB도 결국 공모시장의 근간이다. 다만, 예컨데 1000억 원을 발행하면 비용이 35bp인데 100억 원을 발행하면 100bp가 넘어가는 등 발행비용에서 불이익을 받는 기업들이 나오니, 이런 규모의 경제를 QIB는 조율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견이 다수다. 김형호 상무는 "QIB 증권에 신용등급이 없으면 투자자로서 굉장히 혼란스럽다"며 "제도를 도입하면서 신용분석 산업도 동시에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의 자산평가 때문에 신용평가는 필요하다"며 "단지 신용평가를 발행요건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며 단수평가 정도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④ 졸업요건은 어떻게?

QIB 증권 발행사의 졸업요건도 논란이 많다.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면 일반 공모회사채 시장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 기준을 어떻게 세울 것이냐의 문제다.

현재의 기본 틀은 상장여부와 순자산의 규모. 그러나 그보다는 발행잔액을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국내 시장의 현실에 맞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 상장대기업 등이 국내에 일종의 장부회사나 바지회사를 세운 다음 QIB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실질차주를 기준으로 차등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세정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제도실장은 "아무리 좋은 제도도 참가자면 외면하면 사장한다"며 "앞으로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제도 도입에 그치지 않고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준우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올해 업무계획에 이 과제를 넣을 때는 단순히 공시부담 완화가 아니고 중소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 강화와 조달 활성화 취지가 가장 컸다"며 "그 동안 여러 차례 검토를 거쳤지만 가장 어려운 점이 활성화 측면이며 투자자와 발행자 목표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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