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하나금융 FI 참여 제안 속내는? "바이아웃 펀드 FI 참여 제안 이례적..김병주 회장의 야심?"
이 기사는 2010년 12월 21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가 왜 하나금융지주의 재무적투자자(FI)로까지 참여하고 싶어할까.
하나금융지주가 추진중인 외환은행 인수에 MBK파트너스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제안했다. 몇 천억원대가 아닌 1조5000억~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다. 이는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건네줘야할 대금의 32~43%, 하나금융이 외부에서 조달해야할 대금의 65~87%에 해당한다.
MBK는 불과 몇 달전만 해도 외환은행 단독 인수를 위해 론스타와 협상했다. 이 때문에 경쟁자인 하나금융에 FI로 참여의사를 밝힌 배경을 놓고 각종 추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금융회사 '외사랑'을 배경으로 지목하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김 회장은 금융회사 M&A를 통해 금융시장에 이름을 알렸고 금융회사 경영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외환은행 인수가 좌절되자 FI라도 참여하겠다는 것.
외환위기 직후 칼라일에 몸담았던 김 회장은 JP모간의 사모펀드와 손을 잡고 2001년 말에 한미은행 인수에 성공했다. 인수 과정에서 각종 특혜 의혹이 제기됐지만 2004년 5월 칼라일은 7020억원의 시세차액을 거두며 빠져나갔다. 김 회장은 이 딜로 칼라일 그룹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김 회장은 2005년 '토종사모펀드'를 기치를 걸고 MBK파트너스를 세웠다. 그리고 성사시킨 첫 딜 역시 금융회사 M&A였다. 2006년 10월 MBK는 당시 국내 저축은행 가운데 자산규모가 가장 컸던 HK저축은행을 현대캐피탈과 함께 인수했다. 자본잠식 상태였던 HK저축은행은 올해 6월말 현재 BIS비율이 9.99%인 우량한 저축은행이 됐다.
같은 해 MBK는 씨티은행으로부터 한미캐피탈 지분을 840억원에 인수했다. 그리고 1년뒤 MBK는 우리금융지주에 2711억원 한미캐피탈 경영권을 매각하는 성과를 거뒀다. MBK의 한미캐피탈 매각 가격은 주당 3만1900원으로 당시 시장 가격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처럼 금융회사 M&A는 MBK와 김 회장에게 막대한 이익과 기회를 제공했다. 김 회장이 금융회사 M&A에서 보인 원칙은 뚜렷했다. '헐값 인수, 빠른 구조조정, 재매각'의 3단계다. 한미은행과 한미캐피탈이 그 전형이었으며 HK저축은행 역시 20008년에 매각 시도가 있었다. 이 과정의 선결 조건은 '경영권 확보'였다.
PEF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는 FI 참여보다는 경영권 인수를 기본으로 하는 PEF이며 국내 PEF 가운데 기본에 충실한 곳"이라며 "MBK가 하나금융에 FI로 참여키로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이다. 외환은행 경영권을 인수하려 했던 'MBK가 과연 FI의 위치에만 머물러 있겠냐'는 것.
시나리오 수준이지만 MBK가 하나금융이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실시할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약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금산분리 등의 원칙에 따라 9% 이상 소유가 제한된다 해도 골드만삭스를 제치고 하나금융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이번 딜의 한 관계자는 "이번 딜은 국민연금(NPS)가 주도하는 딜이기 때문에 MBK가 경영 전반에 관여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MBK의 PEF에 참여할 유동성공급자(LP) 가운데는 이사회 입성을 투자 조건으로 내건 곳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M&A시장 관계자는 "김병주 회장이 외환은행 단독 인수가 좌절된 이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도 뜻을 비춘 바 있다"며 "MBK가 향후 국내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딜에 뛰어들 가능성이 많다"고 예상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을 비롯한 하나금융 현 경영진은 우호세력들의 힘에 의지해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금융이 MBK의 제안을 수용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 2006년 LG카드 인수전 당시 하나금융과 MBK가 손을 잡았던 것과는 사무 다른 양상이다.
한편 하나금융은 이달말까지 투자자 모집에 관한 투자의향서(LOI)를 접수하고 다음달 중순에 투자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MBK가 FI로 참여할 수 있을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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