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리츠는 왜 유증에 실패했나 높은 공모가에 정보공개 미온적, 투자자들도 관심 없어
이 기사는 2011년 01월 31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산자기관리리츠가 정보 공개 미흡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리츠에 생소한 투자자들이 사업 진행 현황을 제대로 알지 못해 유상증자에 나서지 않는 등 투자자 모집에 빨간불이 켜졌다.
다산리츠는 지난 11~12일 부산의 오피스빌딩 중도금 마련을 위해 35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하지만 전액 미청약으로 마감하면서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아직 건물 소유권이 넘어온 게 아니라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으로는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이번 증자로 자금을 마련했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산리츠의 유증 실패는 이미 예상된 결과였다. 주가 700원대에서 공모가 1000원의 유증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도 주가보다 높은 공모가로 증자를 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다산리츠는 사업 진행 초기라 투자자들이 기대할 만한 사업 성과도 없다.
주관사였던 키움증권 관계자는 “다산리츠가 투자자들에게 성장 가능성을 알린다면 충분히 주가를 부양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면서 “IR 등 자체 홍보를 진행했지만 기대만큼 주가가 오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작년 11월 997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2일 유증 발표 후 다시 700원대로 떨어졌다.
다산리츠가 투자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은 사업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리츠는 단기적인 요인으로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구조상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수익이 나기 때문이다. 현재 상장된 자기관리리츠는 다산과 골든나래 뿐이라 개인 투자자들의 리츠에 대한 이해도도 낮다. 사업의 변경사항이나 진행사항을 공시하지만, 투자자가 전후사정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산리츠는 회사 차원에서의 정보 공개를 꺼려했다. 다산리츠 관계자는 “공시에 나온 내용 말고는 사업 진행에 대해 더 설명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할 당시만 해도 크게 주목받았지만 그 이후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유증도 왜 진행하는지, 어떤 사업인지 잘 몰랐다”고 말했다.
회사를 이끄는 경영진에 대한 정보도 불투명하다. 현재 리츠는 임직원의 간단한 약력만을 공시하도록 되어 있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기존 실적이 없는 리츠는 사업성과 경영진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알만한 경력이 아니라면 몇 줄 만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리츠의 사업성과 경영진을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가 신뢰할 만한 다른 요소도 없다. 증권사에서도 리츠에 대한 평가 보고서가 따로 나오지 않고, 기관투자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리츠 시장을 평가할 전문가나 공신력 있는 기관의 판단이 없어 일반 투자자가 리츠 시장의 정보를 얻기 어렵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는 사업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도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투자한다면 괜찮다고 판단하게 된다”면서 “현재는 단타로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만 있어 주가가 안정적이지 않다”고 평했다.
최근 증시가 활황이라는 점도 상장 리츠에 독으로 작용했다.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굳이 잘 알지 못하는 리츠에 참여할 유인이 사라졌다.
유증에 실패한 다산리츠의 사례는 다른 리츠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증권사 관계자는 “자기관리리츠의 리스크가 크다 보니 엄격한 기준으로 상장할 리츠를 선정할 것”이라며 “리츠의 경영진이 누군지, 향후 자금조달 계획은 되어 있는지, 사모투자자 모집은 얼마나 이뤄졌는지 등을 내부적으로 따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을 준비 중인 한 리츠 관계자는 “다산리츠가 증자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고, 보다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면서 “자본금도 공모보다는 사모로 미리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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