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개시 연기..국면 전환되나 ABCP 투자자 협상서 '법정관리행' 초강수 힘 빠질 듯
이 기사는 2011년 05월 11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개시 결정이 연기됐다. 언제 다시 결정을 할지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법원은 삼부토건과 대주단의 원활한 협상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철회라는 기본 전제가 깔린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법정관리 결정이 연기되면서 삼부토건의 헌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투자자들과의 역학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철회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법정관리를 무기로 '절반만 상환하겠다'는 압박에 힘이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건설의 금융권과의 협상 추이를 지켜보며 협상의 수위를 조율할 수밖에 없게 됐다.
대주단과 막판 혈전, 삼부토건 패 노출?
헌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투자자들과의 협상은 진전이 없다. 삼부토건은 ABCP 2100억원중 절반을 갚지만 중첩보증한 동양건설분 1050억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그러면서 ABCP 투자자들을 상대로 '절반 상환+중첩보증 해지'라는 조건에 대해 동의를 받아내기 위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절반마저도 상환받지 못한다'는 논리도 여전하다. 법원의 결정 보류는 3000여명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시간을 더 벌게 해줬다.
ABCP 투자자들은 삼부토건의 이같은 요구에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첩보증' 조항을 삭제할 경우 동양건설분 1050억원은 오리무중이 되기 때문이다. 동양건설은 ABCP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어떠한 조건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결국 법정관리 철회로 삼부토건 입장에서는 시간을 더 벌게 됐다. 하지만 '법정관리'라는 초강수 카드가 철회될 것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대주단과의 협상을 끝까지 하겠다는 의지가 법원에 전달되면서 나온 결과(법정관리 결정 유보)로 결국 투자자들에게 패가 노출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정관리 개시 결정 기한을 두지 않은 이면에는 '법정관리 철회'라는 삼부토건과 법원과의 암묵적인 전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이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기한을 주지 않는 것은 대주단과의 협상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법정관리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경우 ABCP 투자자들을 압박하는 카드가 힘을 잃을 수 있는 셈이다. ABCP 투자자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황에서 절반만 상환하고 법정관리를 철회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법정관리 철회를 위해서는 동양건설이든 삼부토건 스스로든 중첩보증된 ABCP 모두를 해결해야 한다.
대주단 관계자는 "법정관리로 가느냐 50%만 받느냐로 협박 아닌 협박을 했지만 법정관리를 철회한다는 입장이 섰다면 ABCP 투자자들에게 초강수를 두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꼬인 매듭 동양건설, 숨통 쥔 신한은행
사실 삼부토건은 이미 회생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봐도 된다. 르네상스호텔을 담보로 7500억원의 은행 대출이 거의 확정되면서 기존 PF 사업 전부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유자금 1000억원도 확보할 수 있어 향후 회사 운영에도 숨통을 트게 된다.
문제는 결국 동양건설이다. 동양건설이 헌인마을 ABCP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삼부토건 문제도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헌인마을 PF에 대주단과는 삼부토건의 중첩보증이 있지만 이면에는 각자 부담이라는 계약이 있기 때문이다.
동양건설의 숨통을 쥐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 동양건설은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에 2000억원의 신규 여신을 요청했지만 신한은행은 부정적이다. 담보로 제시한 3000억원 규모의 채권 가치에 대해 긍정적이지 못하기도 하거니와 채무 인수 보증을 하겠다는 동양고속에 대해서도 신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동양건설이 제시한 3000억원 규모의 공사대금 채권중 이미 800여억원은 저축은행을 통해 유동화돼 있는 상태고 2000억원 정도는 각종 소송에 걸려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담보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양고속은 매출액 기준 동양건설의 10분의 1 수준인데 동양고속이 건설을 보증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신한은행이 요구하는 것은 오너의 특별 조건 제시다. 최윤신 회장의 사재 출연 등 기존 동양건설이 제시한 조건 외의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헌인마을 대주단 관계자는 "헌인마을 PF가 해결돼 동양건설이 법정관리를 철회한다 하더라도 6월 건설사 신용평가때 C등급(워크아웃)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다른 보증이나 조건없이 신규 대출을 해준다는 것은 깨진 독에 물붓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동양건설이 무엇이든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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