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06월 24일 15시4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통운 인수전에 나선 포스코가 삼성과 손잡은 숨은 노림수는 뭘까. 매각 절차 전부터 줄기차게 받아 온 컨소시엄 제안들을 한사코 마다해 온 포스코였던터라 시장은 납득할만한 다른 뭔가를 찾고 있다.
포스코가 '삼성'이란 브랜드를 필요로 했다 보긴 어렵다. 삼성이 국내 기업들을 대표하는 기업집단이긴 하지만, 포스코 브랜드가 대한통운을 인수하기 위해 삼성 이름을 빌려야 할 만큼 뒤지진 않다. 오히려 지배구조나 경영 투명성 등 일부 기준으로는 포스코 브랜드가 더 우위로 평가되기도 한다.
자금력 역시 마찬가지다. 대한통운 예상 인수가격을 최대로 잡아도 2조원 내외. 현재의 포스코 재무 능력이라면 외부 자금을 빌리지 않더라도 자체 자금만으로 충분하다.
시장이 가장 그럴싸하게 여기는 추정은 '명분 쌓기'다. 포스코는 오너(owner)의 의중이 곧 그룹의 전략이 되고 법이 되는 한국형 재벌 기업과는 거리가 멀다.
포스코는 주주 구성이 펀드, 연기금, 은행, 우리사주조합, 개인 등 국내외 투자자들로 골고루 분산돼 있다. 경영진에 대한 신임 여부도 주주들이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따라서 이들 주주의 총의(consensus)를 얻어내야만 대형 M&A 참여와 같은 중요한 전략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당시 포스코 주요주주인 미국계 펀드 버크셔 헤서웨이가 인수전 참여에 반대하고 나서자 포스코 경영진이 큰 부담을 져야했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포스코가 대한통운에 부정적인 것도 부담이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포스코가 대한통운를 인수하면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부담들은 삼성의 컨소시엄 참여로 상당 부분 희석될 수 있다. 큰 비중은 아니지만 삼성의 지분 참여로 포스코의 인수 자금 부담이 다소나마 줄어들게 돼 주주 가치 문제나 신용 등급 문제가 완화되는 측면이 있다.
특히 삼성 그룹과의 시너지 효과로 대한통운 인수 후 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는 주주들이나 신용평가사들의 걱정을 상당 부분 누그러뜨릴만한 재료가 될 수 있다.
포스코가 가장 고심해 온 입찰 가격에 대한 고민은 삼성의 컨소시엄 참여로 획기적인 전환점을 찾은 것으로 판단된다. 한때 9만원대까지 떨어졌던 대한통운 주가는 삼성의 참여 소식에 한때 15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일반적인 M&A에서는 입찰 직전에 대상 기업 주가가 급등하면 인수후보들의 입찰 부담이 한층 커지지만, 이번엔 반대로 주가가 올라 포스코의 부담이 한결 줄어든다.
시장에서 주당 9만원에 거래되는 주식을 17만원 주고 사기로 한 것과 15만원짜리 주식을 18만원 주고 사기로 한 것 중, 포스코가 부담을 덜 느끼는 쪽은 후자다. 이는 앞서 언급한 지배구조의 차이와도 관련이 크다.
같은 맥락에서 비록 아직은 막연하지만 삼성그룹과의 결합으로 창출될 기대 시너지는 포스코가 대한통운에 배팅할 수 있는 범위의 상단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대한통운 인수에 유난히 적극적인 이유가 지난해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본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후 실적이 저조한데 대해 포스코 경영진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 때문에 비철강 영역인 대한통운 인수를 통해 일종의 대우인터내셔널 '물타기'가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이 그것이다.
포스코 주변 관계자는 "포스코 조직의 특성상 어떤 결정을 위해 때론 실리보다 명분이 더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이번 삼성의 컨소시엄 참여는 포스코가 입찰에 베팅하기 위한 명분 쌓기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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