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06월 27일 16: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석유화학이 한사코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떨어져 나가겠다고 주장하는 이면엔 '화학전문기업으로의 성장과 경영권방어' 등의 목적만 있을까. 혹 그룹의 알짜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염두에 둔 중장기 포석은 아닐까.
박찬구 회장의 스타일과 경영 신념에 비춰보면 무리있는 시각이긴 하다. 그는 이종사업 진출에 매우 신중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한통운 및 대우건설 인수를 그렇게 반대했던 인물이 화학 사업과는 별개의 사업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금호석유화학을 따로 떼어내 화학 전문 기업으로 키우고 싶어하는 게 평소 신념이고 실제 성과를 내 이를 임직원들이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생활도 금호석유화학에서 처음 시작했고 웬만한 전문가들보다 화학 분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사실 박찬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이 있는지 여부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경영권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부는 본인만이 알고 있다. 정황상 추론할 뿐이지 임직원들 역시 속마음까지 꿰뚫지는 못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가지 의문점은 박찬구 회장은 왜 금호석유화학이 갖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13.74%)을 처리하지 않는가에 닿는다.
만일 금호석유화학이 그토록 계열분리를 원한다면 상징적인 제스처 차원에서라도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하는게 맞다. 지분을 팔아 화학 분야에 약 3000억원 가까운 돈을 투자할 수 있는데도 팔지 않고 있는 데는 다른 의중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법하다.
아시아나항공의 1·2대주주는 금호산업(32.80%)과 금호석유화학(13.74%)이다. '삼분지계(三分之計)'에 따라 채권단이 금호산업 및 아시아나항공을,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박찬구 회장측이 금호석유화학을 경영한다.
이런 삼분지계는 그러나 차츰 평화가 깨지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누가 먼저 신호탄을 쐈는지는 분명치 않다.
박삼구 회장측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각해 금호타이어 지분을 인수키로 했으나 지키지 않고 있다. 박찬구 회장측은 계열분리 신청으로 스스로 '평화롭지 않다'는 사실을 외부에 공표했다.
채권단은 처음에는 금호석유화학측의 계열분리를 묵인해줬다가 공정거래위원회측에 가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져 역시 평화 유지에는 한발 비켜나 있어 보인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금호산업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은 속도를 내고 있다. 고속사업부(금호고속)를 물적분할해 매각하는 작업이 성공하면 3~4년 걸릴 예정이던 워크아웃이 2~3년 안에 끝날 수 있다. 대우건설은 이미 처리됐고 대한통운은 매각 막바지 작업이다.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종료 시기가 다가오면 올수록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경영권 문제, 좁혀보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문제가 이슈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말이 된다.
정교한 물밑 작업이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다.
박삼구 회장 측의 의중은 비교적 명백해 보인다. 금호산업의 워크아웃이 종료되면 경영권(금호산업)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되 사오거나 아시아나항공 지분만을 되사오는 것이다.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금호타이어를 통하거나 개인적인 자금마련을 통해 가능하다.
취임 이후 첫작품이 아시아나항공의 투자 계획이었고 그룹 안팎의 관계자들도 "아시아나항공에 강한 집착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인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박찬구 회장은?
첫째,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 지배자(동일인)'로 박삼구 회장을 지정하지 않게 된다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사실상 3개로 쪼개진다. 금호석유화학만 계열분리가 되는 게 아니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박삼구 회장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면서 채권단 관리로 분류되고 동일인은 '금호산업'이 된다.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영향력이 반감된다.
둘째, 금호산업의 워크아웃이 종료되면 가만히 있어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지분 20%의 가격은 시가로 약 4000억원선. 보유 중인 지분(13.74%)을 더하면 쉽게 경영권을 취할 수 있다. 2대주주라는 정서적 프리미엄도 작용한다. 그게 아니라면 금호산업 지분 88% 중 경영권 포함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 88%의 시장 가치는 8000억~9000억대다.
셋째, 아시아나항공이 박삼구 회장측으로 팔린다 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면 최소한 형을 '견제'할 수 있다.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애정은 누구보다 박찬구 회장이 잘 알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팔고 있지 않으므로, 박찬구 회장도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팔지 않고 상호견제를 하는 것이다.
어느 누가 주도권을 쥐게 될 지는 미지수다. 평화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금호석유화학의 계열분리 요청과 전례없는 '주인 가리기' 논쟁은 이런 균열 과정에서 제기된 것이어서 어떤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주도권 다툼 뒤에는 자의든 타의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이 연결돼 있다는 것이 간과할 수 없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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