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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구조조정]10년전과 비슷한 양상, 속도는 더 빠르다대우건설 매각 실패로 맺은 '경영정상화' 이정표, 산은 주도권 '확실' 차이점

고설봉 기자공개 2020-09-16 08:16:40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5일 15:1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은 2009년 대우건설 매각 불발 이후 산업은행과 금호그룹이 맺었던 ‘경영정상화 방안’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과거 상황과 상당히 비슷한 만큼 산은도 당시 방식을 다시 금호그룹에 적용하는 게 가장 손쉽고 그럴듯한 해법이다.

다만 금호그룹 펀더멘털이 과거보다 더 약화된 상황이어서 이전보다는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런 가운데 자금 지원 규모가 이전보다 많아 산은이 협상 우위를 확실히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이전보다 속도를 내는데 큰 무리는 없을 전망이다.

◇출자전환·감자·유증, 비슷한 해법 총동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의 양상은 2009년 산은 주도의 금호그룹 구조조정과 많이 닮아 있다. 큰 그림에서 보면 예나 지금이나 '계열사의 경영부실과 유동성 위기→금호그룹 전반으로 부실 전이→부실 계열사 매각 추진 및 실패→산은 주도 경영 정상화 시작'을 그리고 있다. 부실 진원지가 과거 대우건설에서 아시아나항공으로 바뀐 양상일 뿐이다.

향후 진행될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그룹 경영 정상화 과정은 2009년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산은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들도 출자전환, 감자, 유상증자 등 몇 가지로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와 강도 등 세부적인 계획만 제외하면 10년 전 구조조정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일단 최근 시작된 금호그룹 구조조정의 시발점은 2018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터지면서 경영부실이 서서히 불거졌다. 이후 2018년 말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위기는 본격화 했다. 이 시기부터 사실상 산은과 금호그룹간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지난해 초 시작된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지원 요청은 결정적으로 금호그룹과 산은 간 줄다리기의 균형을 무너뜨린 이슈였다. 산은은 약 3개월여간 협상을 이어가면서 단기 유동성 공급을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M&A)을 이끌어냈다. 당시 산은은 매각 불발 등에 대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금호그룹은 물론 지배주주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항공 회장 일가와도 MOU를 맺었다.

2009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사례와 비교해 보면 대우건설 매각 및 금호그룹 구조조정 이행 MOU와 사뭇 닮은 꼴이다. 금호그룹은 2009년 위기의 주된 원인인 대우건설을 매각하기로 했다. 당시 금호그룹은 매각에 반대했지만 산은의 요구로 매각이 시작됐다.

하지만 매각은 순탄치 않았다. 2009년 7월부터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자체 M&A에 실패하면서 주요 계열사가 부도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그해 12월 30일 산은과 금호그룹은 경영정상화 방안에 합의하고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산은은 이 같은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을 '기업구조조정과 KDB'란 백서에 상세히 기록해뒀다. 해당 책에는 “금호그룹의 신속하고 원활한 경영정상화를위해 시장매각에 실패한 대우건설은 당행 PEF에서 인수하기로 했다”며 “그룹 계열주와 특수관계자는 경영책임 이행을 위해 보유주식에 대한 감자 및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고 이에 대한 처분을 위임하기로 했다”고 적혀 있다.


◇금호 협상동력 상실, 코로나19 위기…구조조정 속도 불가피

2009년 대우건설 매각에 실패한 금호그룹은 다른 계열사를 지키기 위해 산은의 요구를 전면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산은은 당시 워크아웃, 자율협약을 중심으로 전 계열사에 걸친 구조조정 계획을 들고 나왔다.

차등 감축자본(감자)을 통해 자본잠식을 일부 해소하고 대주주의 경영부실 책임을 묻는 일종의 결산이 이뤄졌다. 이후 유상증자 및 출자전환 등으로 채권단의 지배력을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은 유동성 공급을 병행하며 금호그룹 계열사들을 정상화 해 나갔다.

2009년 동원한 이 같은 방식은 산은이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도 모두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아울러 일부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항공업 영업환경이 대거 악화하면서 정부는 기간산업안정자금(이하 기안기금) 투입을 결정했다. 2조4000억원의 ‘뉴머니’가 아시아나항공에 긴급 수혈된다. 코로나19가 일종의 변수로 작용해 산은 주도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남은 구조조정 과정은 차등감자와 출자전환, 추가 유동성 공급 등이 꼽힌다. 예전부터 산은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구조조정 원칙은 ‘지배주주 일가의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 추궁’이다. 2009년 산은은 금호타이어, 금호산업에 대해 차등감자를 실시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차등감자는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는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의 자회사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앞서 백서에는 “감자 및 출자전환 등을 통해 금호석유화학을 제외한 여타 3개사는 채권단이 최대 주주의 지위를 확보하는 등 지배구조를 재편했다”며 “금호산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지배구조도 확보했다”고 기록해뒀다.

이번 절차에서 역시 아시아나항공 차등감자 이후 산은과 채권단이 최대주주로 올라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다. 산은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출자전환 및 유상증자 등으로 해당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해왔다. ‘채권단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리스크를 지면서까지 자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미래 경영 정상화의 이익을 나눈다’는 원칙에 따른 방안이다.

감자 후에 산은과 수은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출자전환하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는 산은으로 손쉽게 바뀐다. 지분율은 35% 안팎이 된다. 동시에 기안기금(2조4000억원)의 최소 20% 수준인 4800억원은 의무적으로 출자전환하도록 돼 있다. 기안기금에 대한 출자전환 권리도 산은이 갖는 만큼 향후 산은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배력은 50%선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산은이 내부 업무용으로 발행한 '기업구조조정과 KDB'는 실무자들의 교육용으로도 쓰이는데, 이 책에 기술한 내용들이 현재도 구조조정 현장에서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며 “결국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에서 감자와 영구채 출자전환, 기안기금 지원 등의 과정에서 기존 대주주인 금호산업의 지분은 소멸되고, 산은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이 대주주로 등극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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