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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합종연횡]'뭉쳐야 산다' 치킨게임 대신 공생 '온라인 유통'①시장 지배 '네이버·쿠팡' 축 이합집산, '규모의 경제' 군소주자 동침

전효점 기자공개 2021-02-15 08:11:45

[편집자주]

수년째 치킨게임을 지속해온 이커머스업계가 최근 공생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최저가와 배송 경쟁에 막대한 지출을 감내하는 대신 플랫폼 기업과 파트너십, 기업간 제휴 및 합병 등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기업들은 왜 동맹을 선택했을까. 급변하는 시장에서 종착지는 어디이며 역학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최근 이커머스 합종연횡의 배경과 흐름에 대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9일 13:5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엊그제까지 피튀기는 경쟁을 펼쳐왔던 적들이 오늘은 둘도 없는 '베프'로 거듭나고 있다. 적과의 동침일까, 우군과의 동맹일까.

최근 10년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빠르게 발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65조원 규모였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18년 113조원, 2019년 135조원에서 지난해 150조원까지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이 확장하는 과정에서 신생기업과 전통 유통강자들의 치열한 점유율 경쟁이 펼쳐졌다. 이커머스시장의 '메기'로 불리는 쿠팡은 수조원에 이르는 든든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적자를 감수하면서 공격적인 외형성장을 정책을 폈다. 네이버에 이어 롯데, 신세계 등 전통 유통 강호도 질세라 막대한 판관비를 투입하면서 경쟁에 합류했다. 최저가와 배송 등을 중심으로 경쟁은 과열 양상으로 치달았다.

그러던 이들은 최근 들어 경쟁을 지양하고 협력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 11번가가 아마존과 손을 잡았고 신세계는 네이버에 러브콜을 보냈다. 롯데그룹은 계열사를 규합해 통합 플랫폼 이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GS그룹 역시 계열사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합병 수순을 밟고 있다. 이들은 왜 일제히 전략을 변경했을까.


◇지배력 굳힌 플랫폼 기업들…'네이버 VS 쿠팡' 구도 고착화

기업들이 제로섬게임보다는 협력을 택한 배경에는 시장 급변이 깔려 있다. 초기 신구 주자들이 난립하는 춘추전국시대가 지나가고 쿠팡과 네이버라는 양대 산맥을 중심으로 질서가 재편되는 국면에 들어선데 따른 것이다.

적자생존 게임이 남긴 것은 그야말로 적자(赤髭)였다. 이마트는 2019년 역사적인 적자를 기록하면서 최저 주가를 갱신했다. 롯데쇼핑도 마찬가지였다. 위메프, 티몬, 홈플러스 등 더 영세한 기업들은 생존의 기로에 섰다. 이들은 속속 구조조정과 사업효율화를 택하면서 전세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반면 적자를 감당할 여력이 있던 쿠팡과 네이버의 위세는 더욱 공고해졌다. 지난해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은 약 20조원으로 추산된다. 쿠팡과 유사한 수준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양사 점유율은 30%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네이버와 쿠팡은 서로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서 플랫폼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스타트를 끊은 것은 네이버였다. 지난해 10월 물류업계 1위인 CJ대한통운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단행하고 물류 인프라를 장착했다. 시장에서 네이버와 CJ대한통운과의 동맹은 쿠팡에 대한 묵직한 견제구로 해석됐다.

네이버는 당시 쇼핑사업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공격적으로 육성하고 있었다. 네이버쇼핑이 검색에 기반한 플랫폼으로서 시장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지만 최대 결점은 자체 물류 네트워크의 부재였다. CJ대한통운과의 협력은 네이버로선 결점을 채워주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다.

쿠팡도 플랫폼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며 대응했다. 전국 자체 물류센터와 물류 네트워크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한편 잇단 인수합병(M&A)을 통해 풀필먼트 플랫폼사업, 콘텐츠와 미디어사업까지 영역을 빠르게 넓혔다. 최근에는 택배업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자체 물류를 완성했다.


◇플랫폼에 러브콜 보내는 유통·제조기업들

분명한 시장 지배자가 생겨나자 시장 질서도 이들을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에서 형성된 파트너십 대부분이 네이버·쿠팡 등 플랫폼 업체와 기존 유통업체간 제휴를 중심으로 한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8월 네이버가 론칭한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을 결정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며 주목을 받았다. 네이버는 홈플러스와의 제휴를 통해 경쟁력이 부족했던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에서 보폭을 확장했다. 뒤이어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네이버나 쿠팡도 플랫폼업체로서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B2B 제휴를 확대하는 데에도 주력했다. 양사는 백화점이나 마트뿐만 아니라 아울렛, 전통시장 등 유통업계 대부분을 자체 플랫폼에 입점시켜나가면서 시장 경쟁력을 키워나갔다. 각사는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아울러 삼성전자, LG생활건강, CJ제일제당, 매일유업, 지누스 등 각종 제조업계와도 직접 유통 계약을 맺었다.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도태된 유통기업들의 관점에서는 네이버나 쿠팡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이득이었다. 네이버나 쿠팡 등은 더 이상 경쟁사로 간주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장한 반면 유통업체들의 플랫폼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됐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플랫폼과의 제휴는 필수 전략이 된 셈이다.


◇군소주자간 동맹, '규모의 경제' 세 불리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성장 한계가 명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커머스 시장이 아무리 발전해도 당분간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져보거나 직접 확인하고 사는 인류의 소비 습관이 뿌리부터 바뀌기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

이같은 사실은 군소주자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정해진 시장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난립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유통업은 본질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다. 시장 지배력이 낮은 유통기업일수록 존립을 위해 결국 자의든 타의든 연합을 통해서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더는 자체 플랫폼 육성만을 고집하지 않고 타사 플랫폼까지 가리지 않고 입점과 제휴, 합병 등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11번가에 입점했다. 'LG베스트샵'이라는 자체 양판점 채널을 갖고 있는 LG전자는 에스에스지닷컴에 입점했다. 해외에서 우군을 찾는 기업도 있다. SK텔레콤은 아마존과 손을 잡고 시너지 효과를 모색 중이다.

여러 유통사업부를 거느리고 있는 기업들은 산하 사업부나 계열사 연합을 통해 내부적으로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나서기도 한다. 롯데와 GS그룹이 대표적이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슈퍼, 편의점, 롭스사업부 등의 오프라인 자산을 단일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상호 연결하는 전략을 통해 시장에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뒤이어 GS리테일도 최근 그룹 내 대표적인 비대면 채널을 운영하는 GS홈쇼핑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동맹을 맺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가벼운 사업별 협업이나 포괄적 파트너십에서부터 양사 주식 교환을 통해 피를 섞으면서 공동 운명체로 엮어지기도 한다. 유통 대기업은 계열사를 흡수합병시키거나 아예 온라인 사업 부문을 묶어 자회사를 신설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합종연횡은 앞으로도 이어질까. 기업들이 이커머스 시장이라는 큰 체스판의 흐름을 얼마나 잘 읽고 어떤 목적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동맹의 성격과 목표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전개되는 파트너십은 개별 업체 입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려는 목적이 크다"며 "반드시 자산 플랫폼을 활용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고정관념을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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