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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사회적채권 가이드라인 ‘망망대해 나침반’ 되길

이지혜 기자공개 2021-09-17 08:00:02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5일 08:0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보다 걱정되는 게 소셜워싱이다."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업계 관계자를 만나면 늘 듣는 말이다. 녹색채권은 어렴풋하게나마 윤곽이 잡힌다. 쟁점도 뚜렷하다. 하이브리드카와 석탄발전사의 환경오염물질 저감 관련 사업을 녹색(친환경)프로젝트로 볼 수 있는지 등이다.

반면 소셜(사회적)프로젝트는 윤곽을 잡으려 할수록 흐려진다. 사회적채권의 의미도 모호하다. ‘사회가치 창출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한국거래소가 정의를 내렸지만 사회가치가 뭔지 막연하다.

발행사의 취지가 좋아도 워싱 의혹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소셜프로젝트에 대한 정의를 늦게 내릴수록 고의 아닌 소셜워싱 의혹은 늘어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MBS를 사회적채권으로 발행하는 것조차 말이 많았다. 일부 대출상품의 경우 소득제한 없이 무주택자이기만 하면 이용할 수 있어서다.

기획재정부가 사회적채권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밝히자 SRI채권업계가 반기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가치라는 목표만 주어진 채 망망대해를 헤매는 기분”이라며 “가이드라인이 생긴다면 논쟁지점을 명확히 세우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며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펴낸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이 벤치마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녹색프로젝트 예시 △국내 환경 관련 법 목록 △녹색프로젝트 카테고리와 환경 목표의 연관성 △환경개선 효과의 구체적 지표 예시 등을 담았다.

물론 기재부가 환경부처럼 관련 법을 다 담을 수는 없다. 인권, 노동 등 분야가 워낙 방대하고 깊어서다.

기재부도 이를 의식한 듯 사회적채권의 범위를 일단 좁혔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취약계층과 관련된 법률과 각종 인증제도를 반영하겠다고 안내했다. 물론 이 부분도 논란이 적잖다. 그러나 담배와 무기 제조 등 특정 산업의 유해성, 일자리의 질, 젠더, 빈곤 등보다 사회적 합의도가 비교적 높다.

이미 발행된 사회적채권의 공신력을 높이는 효과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발행된 사회적채권을 살펴보면 공기업이 발행했거나 중소기업·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과 일자리 창출 사업 등에 조달자금이 쓰였다. 기재부가 겨냥한 분야와 맥이 통한다.

기재부가 아무리 공을 들여도 2022년 사회적채권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각종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ESG분야의 선두주자인 EU조차 소셜 택소노미 초안을 내고 전방위적 반발에 부딪혔다. 취지는 좋지만 사회적으로 유해한 경제활동이 무엇인지 가려내기 어렵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너무 막막해서 논란조차 없는 것보다는 낫다. 느리더라도 토론하다보면 사회가치에 대한 갈피를 잡을 수도 있다. 기재부의 사회적채권 가이드라인이 망망대해 속 나침반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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