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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팹리스, 미래를 묻다]김녹원 대표가 말하는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인 이유②애플 M1 시리즈 수석연구원 출신…"NPU 원천기술 보유국에 도전"

김혜란 기자공개 2022-08-01 10:24:46

[편집자주]

2000년대 초반, 한국 자본시장에 팹리스 투자 붐이 일었다. 200여 곳의 유망주들이 스타팹리스를 꿈꿨다. 그러나 해외 진출에 실패하며 줄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팹리스 불모지'로 남았다. 20년이 흐른 지금, 다시 팹리스에 돈이 몰리고 있다. 과거엔 승부처가 모바일 칩에 몰려 있었다면 지금은 서버 등에 들어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다. '제2의 엔비디아', '제2의 퀄컴'을 꿈꾸며 도전에 나선 국내 팹리스들을 차례로 만나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7일 08:30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설계전문) 딥엑스의 김녹원 대표는 "지금이 국내 팹리스 생태계를 구축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I 시장 개화기인 2020년대에 국내에서 '스타 팹리스'가 배출되지 못하면 시장이 어느 정도 구축된 2030년대 가서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지금이 마지막 기회란 생각으로 사활을 걸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강한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200조원 규모 시장이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약 500조원으로 훨씬 큰 시장이다. 그러나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국내 팹리스의 전 세계 시장점유율은 1%대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는 인류가 만든 산업 중 최대"라며 "조선과 철강, 가전 산업 어느 것도 500조원 규모가 안 된다"라며 이런 시장에서 세계 1등을 배출한다는 건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AI 반도체 시장은 아직 열리지 않아 강자가 없다. 양산을 위해 요구되는 기술적 지표를 모두 채우는 '터치다운'을 누가 먼저 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딥엑스가 가장 먼저 달성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 시장 주도권 경쟁의 서막…삼성 파운드리와 동반성장 꿈꾼다

김 대표는 한국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딥엑스가 할 수 있는 역할에 주목한다. 딥엑스와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동반성장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 대표는 건축가와 시공자의 관계로 설명했다.

아무리 뛰어난 건축기술이 있어도 애초 설계 역량이 부족하면 훌륭한 건축물을 만들 수 없다. 한국에는 세계 2위 파운드리 삼성전자가 있으나 세계적인 팹리스는 없다. 딥엑스는 AI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세계 1등이 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대표는 "설계와 생산기술 둘 중 어느 하나만 안 돼도 AI 반도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창업 직전 애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애플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개발했던 인물이다. 그는 "애플에 있을 땐 항상 대만 파운드리 TSMC와 협력했었다"며 "지금껏 타국에서 TSMC와만 일했는데 이제 한국에 창업을 했으니 삼성전자와 꼭 일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딥엑스의 제품은 삼성 파운드리를 통해 양산될 예정이다.
김녹원 대표 애플 근무 당시(딥엑스 제공)

딥엑스가 세계적 AI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성장한다면 삼성 파운드리의 탄탄한 고객사가 될 수 있다. 그게 김 대표의 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공정 양산에 성공했는데, 파운드리의 공정 기술력은 AI 반도체 전성비(소비전력 대비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김 대표는 "삼성 파운드리가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있단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의 격차는 선진국과 더 벌어지고 있는데, 글로벌 팹리스를 뛰어넘는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국내에서 먼저 나와야 이 교착 상태를 풀 수 있다. 한국 정부와 사회 전반이 반도체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의지가 매우 강한 만큼 지금이 최선을 다해 도전해볼 적기"라고 강조했다.

◇원천기술 특허 출원 '국내 AI기업 중 최다'…ARM도 뛰어넘는다

김 대표는 2018년 딥엑스 설립 이후 AI 반도체 원천기술 확보에 집중해왔다. 자체적으로 개발해 특허로 등록한 원천기술은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기업의 핵심 자산이 된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에 설계자산(IP)을 파는 영국 암(ARM)도 AI 반도체인 신경처리망장치(NPU) 개발을 진행 중이다.

딥엑스는 107개 NPU 관련 특허를 출원한 상태(6월 말 기준)인데, 국내 AI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많다. 딥엑스 바로 앞에 200여개 AI 관련 특허를 확보한 ARM이 있다. 김 대표는 "현재 특허 심사가 진행 중인데 2년 후쯤이면 20여개 정도는 특허로 등록될 것"이라며 "NPU 특허만 놓고 보면 내년 말까지 ARM을 넘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특허 보유 기업이 될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AI 반도체 원천기술을 보유하게 되는 국가는 많아도 5~6개국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종주국인 미국과 어마어마한 투자금을 쏟아부은 중국이 앞장서고 유럽과 이스라엘, 대만도 그 대열에 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마지막 한자리를 놓고 일본과 한국이 다투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지금 제대로, 열심히 하면 3위까지 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껏 한국은 시스템 반도체 원천기술을 가져본 적이 없다. 중앙처리장치(CPU) 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IP 대부분은 해외 기업으로부터 천문학적인 로열티를 지불하고 사온다. 체질적으로 시스템 반도체가 취약한 한국이 세계 무대에 설 수 있을까. 김 대표는 "1990년대 무명이었던 ARM은 압도적인 전성비를 무기로 CPU 시장에서 '공룡' 인텔을 무너뜨렸다"라며 "딥엑스 역시 저전력·고성능에 높은 AI 정확도를 구현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니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세계 시장에서 세레브라스(Cerebras), 미식(Mythic), 헤일로(Hailo) 등이 딥엑스와 같이 에지 시장에서 경쟁하는 해외 기업들인데 이 중에서 특허 출원 개수는 딥엑스가 가장 많다"며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딥엑스 사무실 전경(딥엑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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