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20일 0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스템임플란트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으로 올해 1분기 인수합병(M&A) 시장은 시끌시끌했다. 유명 기업이 인수 대상으로 나왔다는 점, 다소 생소했던 '공개매수'가 연이어 등장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통상적인 상장사 인수 양상과는 조금 달랐다. 인수자와 최대주주가 물밑에서 협상을 매조지하는 구도가 아니었다. 행동주의 펀드와 오너의 갈등, 공개매수와 맞 공개매수 등 볼거리가 풍성했다. 프라이빗에쿼티(PE) 관계자들도 '교과서에 남을 케이스'라고 입을 모은다.
두 인수전이 시장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 오너 리스크가 기업 매각의 발단이라는 사실이다. 행동주의 펀드가 오너 리스크로 취약해진 지배구조(거버넌스)를 포착했고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자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실제 두 거래 모두 최대주주가 원했던 매각이 아니라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등 떠밀려나온’ 기색이 역력했다.
오너가 지분을 매각해야만 하는 상황은 인수자에 한층 유리한 판을 만들어줬다. 최대주주의 지분 가치를 한껏 할인하는 지렛대가 되기 때문이다. 인수자로선 평소 살 수 없던 콧대 높은 알짜기업을 합리적 가격에 살 기회다.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 프로듀서는 주당 12만원에 보유 지분을 하이브로 서둘러 넘겨야만 했다. 현재 카카오는 더 높은 가격인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과거 대기업들이 앞다퉈 인수를 타진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스템임플란트 인수전에서도 사모펀드 연합군이 최대주주로부터 상당 수준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현 시장 상황은 오너에겐 리스크지만 PE에는 기회다. PE는 알짜 매물을 더 저렴한 밸류로 매입할 수 있다. 반대로 그간 취약한 지배구조를 유지하며 주주친화에도 소홀했던 기업은 자본시장의 공격대상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의 지위 상승도 관전포인트다. 그간 자본시장에서 소액주주는 소외되기 일쑤였다. 특히 상장사 M&A에서 최대주주와 동일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장 받지 못한 사례가 상당수였다. 오너는 두둑한 프리미엄을 챙기고 시장을 떠났지만 그 사이 소액주주는 주가 변동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번에는 소액주주가 인수전의 캐스팅보트를 쥔 이해관계자로 떠올랐다. SM엔터 인수전에서 하이브가 추진한 공개매수에 소액주주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카카오가 더 높은 가격으로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한 결과였다. 결국 하이브는 공개매수에 실패했다.
두 인수전은 M&A의 새 전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고질병이자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었다. PE와 소액주주 모두 윈윈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 거버넌스는 선진화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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