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투 말레이시아]첨단산업 탈바꿈 시도, 멈추지 않는 '러브콜'⑥국내기업 직접 투자 증가…노동집약 구조에서 첨단·친환경으로 변화
김동현 기자공개 2023-12-06 15:47:36
[편집자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아가는 화학 소재 공장은 사업 특성상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값싼 전기료, 인건비를 찾아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과거 중국이 그 중심지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국가 차원의 산업단지 육성에 나선 말레이시아로 발걸음을 옮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더벨이 화학·소재 사업자들의 말레이시아 진출 스토리와 성과 및 전망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1일 16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은 1979년 삼성물산이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말레이시아 지사를 개설하며 현지 시장에 진출했다. 사무소 단위였던 삼성의 말레이시아 사업은 1989년 삼성전자가 세렘반 지역에 전자레인지 공장을 설립한 것을 계기로 복합 산업단지로 발전한다.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전관(현 삼성SDI), 삼성코닝 등 주요 전자·소재 계열사들이 인근 지역에 입주해 TV, 브라운관, 컴퓨터 모니터 등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다인종·다종교·다문화가 공존하는 말레이시아에서 국내기업이 성공적으로 산업 복합단지를 안착시킨 사례로 평가받는다.
시간이 흐르며 과거 저렴한 인건비를 이유로 해외로 진출하던 국내기업들의 말레이시아 정착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 투자비 부담을 이유로 현지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에서 이제는 과감히 직접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노동집약 산업에서 첨단산업 단지로 변화하려는 현지 정부의 의지도 한몫했다.
◇지리적 이점에 천연자원 부국, 생산거점 확보 이유
말레이시아는 지리적 특성상 역사적으로도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동·서양의 교역 허브 역할을 했다. 말레이 반도 북쪽의 태국, 남쪽의 싱가포르와 육로로 연결되고 바다 건너 동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와 인접해 있다. 현재도 전세계 오일 수송량의 25%가 말레이시아를 통과한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뿐 아니라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덕에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의 화학산업 요충지 역할도 했다. 팜오일(세계 생산순위 2위), 천연고무(7위), 원유(27위), 천연가스(11위) 등 각종 자원이 생산되고 있어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국내 화학·소재 기업들은 현지에서 오랜 기간 운영되던 업체를 인수하거나 합작사를 설립하며 현지에 진출했다.
2010년 글로벌 진출을 선언한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은 그해 현지 최대 석유화학 업체인 타이탄케미칼을 1조5000억원에 인수했고 2012년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은 큐셀 인수로 '비중국' 태양광 생산지를 확보했다. 이후에도 OCI(2017년 도쿠야마 말레이시아 법인 인수), LG화학(2020년 페트로나스와 합작사 설립) 등이 생산거점 확보를 위해 말레이시아 진출에 속도를 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말레이시아는 자원 생산량이 많고 최종 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업체들도 몰려 있어 원료 공급과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 모두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단순 노동집약 조립 업체가 아닌 석유화학과 같은 기술집약적 제조 업체가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현지에서 국내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역할을 했다. 주말레이시아 대사관 조사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국내기업이 창출한 매출은 총 111억달러(2021년 기준)로 말레이시아 국내총생산(GDP)의 3%를 차지했으며 현지에서 창출한 고용효과는 4만명이 넘는다.

◇첨단·친환경산업으로 진화
과거 현지 법인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말레이시아 진출을 모색하던 국내기업의 투자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영업망 구축 목적의 현지 지사 설립, 생산시설 인수 등을 넘어 이제는 현지 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기반으로 직접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정부는 저숙련 노동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첨단기술 기반의 투자를 유치해 제조업종 내 첨단산업 비중을 5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이를 위해 법인세 감면이나 최저 수준의 전력비용 지원 등의 세제 혜택을 제공 중이다.
인센티브 혜택를 받고 있는 국내기업으로는 이차전지 소재 중 하나인 동박을 생산하는 SK넥실리스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을 들 수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롯데케미칼에 인수되기 전인 일진머티리얼즈 시절 일찌감치 말레이시아를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선정하고 2019년부터 생산공장을 돌리고 있다. 현재 현지 생산능력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전체 생산능력의 60%가 넘는 4만톤 규모다.
SK넥실리스(구 KCFT)의 경우 2020년 SKC에 인수된 뒤 새로운 글로벌 생산기지를 찾던 중 말레이시아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으로 사바주에 신규 생산시설을 설립했다. 당시 주정부는 SK넥실리스 인수를 위해 전속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재생에너지 전력 최저요금 적용, 법인세 면제 등의 혜택을 약속했다. 그결과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 동박 공장이 말레이시아에 들어설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친환경 에너지원 사업으로도 국내기업과의 협력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미 동남아 원유·가스국으로 이름을 알린 말레이시아지만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 속에 신재생에너지 부문을 확대 중이다. 그중 하나가 탄소 포집·저장(CCS) 사업이다. 여기에는 현지 석유화학 업체인 페트로나스뿐 아니라 SK에너지·SK어스온·롯데케미칼 등 국내 업체들이 참여하며 현재 부지확보를 위한 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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