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2월 01일 07:5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과 SK, LG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이끌어가는 국내 대표주자들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들을 취재한 경험을 떠올려 행보를 되돌아보니 각자 색깔이 뚜렷하다. 또 같은 배터리 회사지만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미션과 노동 강도(?)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LG는 타이밍을 참 잘 잡았다.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부 물적 분할을 결정한 것이 벌써 2020년 9월로 만 4년이 다 돼간다. 당시도 주력 사업의 물적 분할에 대한 시장의 논란이 있기는 했으나 LG화학은 주주환원책을 내세우면서 잘 넘어갔다. 1년 뒤 포스코도 똑같이 물적 분할을 발표했을 때 시장 비판의 목소리는 차원이 달랐다. 포스코는 결국 물적 분할 후 사업법인의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IPO도 저금리 시대의 끝자락에서 시장의 유동성을 모두 빨아들일 정도의 '대박 성과'를 냈다. 물적 분할이 몇 개월 늦어졌다면 그래서 IPO도 몇 개월 늦어졌다면 지금의 LG에너지솔루션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적시에 필요한 경영 판단을 내린 LG엔솔은 사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작년 2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LG에 비하면 SK는 답답할 노릇이다. 2020년대 초반 LG와 배터리 소송전에서 패하면서 조단위 현금을 '적진' LG에 내주면서 많은 것이 꼬였다. 물적 분할도 늦어졌고 자금을 끌어모아야 할 시점에 금리 인상이 시작됐다. 사업 성과도 아직이다. 외형은 커져야 하는데 구멍난 독을 메우기까지 해야하니 재작년과 작년 SK이노베이션과 SK온의 CFO는 조달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이다.
SK이노와 SK온에 2024년 초반 분위기는 더욱 야속하다. 장밋빛일 것 같았던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면서 업계는 배터리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컨센서스를 내놓고 있다. 자본이든 부채든 상관없으니 조달만 하면 됐을 지난 날 대비 이제는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을 관리해야하는 중요성이 커졌다. 이는 영업이익을 내는 LG엔솔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니 삼성SDI의 투자 전략을 재평가하고 싶다. 수천억원은 물론 수십조원의 투자를 발표하며 외형 확장에 공격적이었던 LG와 SK에 비해 삼성은 비교적 조용했다.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Stellantis) 등 합작 사업을 벌이기도 했지만 현금흐름표 상 투자액을 보면 '버는 만큼 투자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로우 리스크'를 택했으니 위기가 왔을 때 감내하는 부담의 크기도 비교적 작다.
배터리 3사 CFO들은 올해 전기차 시장 변화를 감지하면서 최적의 재무 전략을 짜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을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의 CFO는 작년보다도 더욱 머리가 복잡할 것 같다. 아직 CFO는 의사 결정보다 임무 수행에 치우쳐진 직책이기는 하나 작은 날갯짓이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듯 그들의 노고가 훗날 기업의 번영으로 이어지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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