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25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표 '국민주'로 누구든 주저 없이 삼성전자를 꼽는다. 과거 주당 200만원 넘는 '황제주'였지만 액면분할을 거쳐 주식투자 열풍을 만나자 소액주주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한 때 600만명을 돌파하며 국내 주식 투자자 약 1400만명 가운데 40%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정도였다.이렇게 되자 삼성전자 주가는 늘 주식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2020년 주식시장 활황에 힘입어 10만원까지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10만 전자'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낼 정도였다. 하지만 그 후로 하락을 거듭하며 7만원대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간혹 주가가 우상향을 보이다가도 다시 떨어지는 모습을 반복해 왔다.
지지부진한 주가에 지친 주주들은 떠나기 시작했다. 2023년 100만명 넘는 소액주주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 치우며 작년 말 소액주주는 521만명에 그쳤다. 반면 그사이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고공 행진하며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로써 작년 적자인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흑자를 낸 삼성전자의 두 배가 넘는다.
성난 주주들은 20일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장에서 주가에 대한 불만을 성토했다. 부진한 실적에 대해서도 촌철살인 같은 지적들을 쏟아냈다. 한 주주는 작년 경영진들의 유임을 두고 '성과주의' 삼성전자에서 가능한 일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총 의장을 맡은 한종희 부회장은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럼에도 놀라운 점은 주총이 끝난 후 이뤄진 '주주와의 대화' 시간이었다. 삼성전자가 주주들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할 리 없다. 그럼에도 사상 처음으로 최고 경영진 13명이 모두 단상에 올라 올해 사업 전략과 목표를 주주들에게 공유했다. 그리고 계속된 질문에 일일이 답하며 주주의 궁금증을 해소했다.
국내 어느 기업의 주총장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이다. 주주들의 불만을 피하기보다 정공법을 택했다. 특히 DS부문의 경계현 사장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작년의 실적 부진을 단순히 유례없는 메모리 업황 침체의 탓으로만 돌리지 않았다. 국민주의 품격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삼성전자의 노력에도 모든 주주의 마음을 달랠 수는 없다. 결국 주가로 증명해 내야만 한다. 올해 삼성 반도체는 50주년을 맞았다. 경 사장은 재도약과 DS의 미래 반세기를 개막하는 성장의 한 해로 만들어 2~3년 안에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초일류 기업의 위상과 함께 삼성전자가 국민주로서 명예회복에 성공하길 기대해 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피플&오피니언
-
- [thebell note]제약바이오는 다이어트 중
- "35년 영업맨, 상장 후 글로벌 시장 노린다"
- [thebell desk]'부동산 PF' 누가 떠안을 것인가
- [thebell note]벤처캐피탈리스트와 숫자
- [thebell note]대신증권 ‘종투사 전환’에 거는 기대
- [CFO 워치]하나증권 신임 김정기 본부장, 최대 과제 '실적 턴어라운드'
- [thebell note]'월클' LG전자, 너 자신을 알라
- 하이브 '집안싸움'이 가리키는 것
- "포스코와 철강·2차전지 자동화 로봇사업 확대"
- [2024 캐피탈마켓 포럼]"유상증자 통한 자금 조달 본격화된다"
이상원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이스트소프트는 지금]게임즈 대표에 칼 빼든 김장중 회장, 잘못에 예외없다
- [이스트소프트는 지금]SW에서 AI로 체질개선, 핵심은 '시니어 케어'
- LG전자, 러·우 전쟁 장기화에 모스크바연구소 철수
- LS에코에너지, 1분기 날았다 '모기업과 시너지 본격'
- [이스트소프트는 지금]'알약 IPO' 특명받은 정진일 대표, 문제는 '기업가치'
- [이스트소프트는 지금]사외이사제 취지 무색한 이사회, 독립성 강화 '안 보이네'
- [이스트소프트는 지금]적자에도 재신임 얻은 정상원 대표, '글로벌 진출' 중책
- '곳간 두둑한' 쿠쿠그룹, 신규공장 매입 추진
- [이스트소프트는 지금]'알집' 신화로 세운 종합 ICT그룹 '경고등 켜졌다'
-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정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