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IPO, 늦어지면 2028년…'타이밍'이 관건 김준 SK이노 부회장 "투자자들과 2026년 말 상장 약속했지만 1~2년 협의 가능"
김위수 기자공개 2024-03-29 08:06:50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8일 13: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까지 SK이노베이션의 총괄사장을 맡았던 김준 부회장이 자회사 SK온 기업공개(IPO) 향방에 대해 입을 열었다.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당시 투자자들과 약정을 통해 2026년 말까지 IPO를 실시하기로 했다. 단 투자자들과 1~2년 정도는 시점에 대한 협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김 부회장의 설명이다.김 부회장은 28일 서울 종로구 SK빌딩에서 실시된 주주총회에서 "아무리 늦더라도 2028년 이전에는 상장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외부 투자자들을 유치하며 약속했던 IPO 시점이 2026년 말인데, 상황에 따라 1~2년은 투자자들과 협의해 상장 시점에 대해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8년을 최후의 IPO 시점으로 두되 SK온의 가치를 최대한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즉시 IPO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흑자전환이 가장 '시급'…"늦어도 2027년 정상궤도"
SK온은 앞서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 22조원을 인정받았다. 투자를 받으며 IPO를 약속했고, 7.5% 정도의 내부수익률(IRR)도 보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분간 대규모 투자가 지속될 예정이다. 추가적인 프리IPO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 경우 투자자들에게 되돌려줘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SK온이 IPO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배경이다.
SK온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익성 개선이 급선무다. SK온은 흑자달성이 예상되는 시점을 줄곧 미뤄왔다. 아직까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인 수요 위축에 배터리 사업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역시 흑자전환은 요원해 보인다.
이날 주총 이후 진행된 '주주와의 대화'에 참석한 이석희 SK온 최고경영자(CEO) 사장(사진)은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은 그간 삼성SDI의 최윤호 사장이 강조해 온 성장전략이다. 무리한 확장보다는 품질과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SK온 역시 외형성장보다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영업·플랜트·구매·본사 및 R&D(연구개발) 등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원가절감에 나설 예정이다.
김경훈 SK온 재무담당 부사장은 "2024년 하반기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도 "올 상반기에는 신규 공장들이 가동돼 수율 저하가 예상되고 수요 둔화도 있어 수익성이 조금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하반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서는 "재고소진, 금리인하가 일어날 것 같다"며 "또 신규 출시되는 전기차 차량도 있어 하반기 수요는 견조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사업이 완전히 정상궤도에 진입하는 시점은 늦어도 2027년이 될 것으로 SK온은 보고 있다. SK온의 최고관리책임자(CAO) 최영찬 사장은 "수주잔고 400조원을 확보했고 미국에서 설립 중인 합작법인(JV)들이 2026~2027년 양산을 시작한다"며 "늦어도 2027년에는 생각했던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걸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통해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SK온의 주력 제품인 파우치형 NCM(니켈·코발트·망간) 셀에 더해 각형, 원통형으로 폼팩터를 다변화한다. 뿐만 아니라 미드니켈, LFP(리튬·인산·철) 등 저가형 라인업도 늘리겠다는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등 경쟁사에 비해 기술력이 '열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최 사장은 "기술력은 SK온이 제일 괜찮은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경쟁력 갖춰도 '시장상황' 받쳐줘야
SK온이 이날 발표한 계획대로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사업 경쟁력을 갖춘다고 해도 IPO 추진은 또 다른 문제다. 이차전지 분야에 대한 시장의 기대심리가 충분하지 않다면 SK온이 생각하는 '제값'을 받고 상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SK온의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른다고 해도 곧장 IPO를 추진하기 어려운 것이다.
IPO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하는 SK온으로서는 적절한 타이밍을 잡는 일도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일만큼 중요하다. 결국 IPO를 진행하기 전까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적기 IPO를 실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SK온이 자체적으로 투자금을 모두 조달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SK온은 올해도 7조5000억원의 설비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SK온에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3조6748억원의 현금성자산이 있기는 하지만 이미 부채비율이 190%, 차입금의존도가 50%까지 차오른 상태다. 사업을 통한 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라 악화된 재무구조가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SK온은 자금조달을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지원 가능성 역시 제기된다. 이에 대해 강동수 SK이노베이션 전략·재무부문장은 "SK온 자체적으로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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