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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IPO 새내기주 오버행 '난맥상'

신민규 벤처중기2부장 공개 2024-04-30 14:09:32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9일 0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개인적으로 투자한 지인에게는 상장 첫날 다 팔라고 했습니다. 기관 물량 풀리면 떨어질게 뻔한데 붙잡고 있기도 민망하잖아요."

코스닥 상장사 대표가 한 말이다. 본인 지분을 5년간 자발적 보호예수로 묶으면서도 오래 알고 지낸 개인투자자에게는 차마 장기투자를 권하지 못했다.

공모주 투자가 점입가경이다. '초일'가점 제도가 단초가 됐다. 기관 입장에서 수요예측 첫날 공모가의 1.3배 정도는 적어내야 물량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밴드 상단을 30% 초과한 수준에서 책정된 공모가는 상장 직후 열기가 얼마간 이어진다. 가격제한폭이 확대된 덕분이다. 기존 '따상'(공모가 두배 형성 이후 상한가)에서 나아가 '따따블'(공모가의 400%)을 볼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투자 열기는 당연히 지속되지 못한다. 이미 책정된 공모가도 높은데 '따따블' 수준의 주식은 더 바랄게 없다. 매도 최적 타이밍이다. 자금을 투입했던 벤처캐피탈에 자발적 보호예수를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코스닥 상장규정에 지정된 1개월을 채우기 무섭게 자금회수에 나선다.

엔젤로보틱스가 대표적이다. 보호예수 기간이 해제된 첫날부터 주가는 침체를 겪고 있다. 일부 기관은 아예 상장 한달 후 자금회수를 원칙으로 못박았다. 첫날 화려한 주가에 빠져 어중간하게 남아있던 개인투자자만 버티다가 낭패를 보는 구조다.

이쯤되면 상장기업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기사들이 속출한다. 몇달새 주가 반토막이 났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원래 그 기업의 몸값으로 돌아간 것이지만 공모청약 열기와 초반 주가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한물간 기업으로 낙인찍힌다.

기업 입장에선 억울한 면이 있다. 공모가를 수요예측 결과에 위배되게 낮출 수 없는 노릇이다. 갑자기 몰렸다가 우르르 빠져나간 투자자를 탓하기도 애매하다.

이제는 공모성사 여부를 걱정하기보다 상장후 오버행 대비책을 먼저 세워야 한다. 개인투자자가 더 들어오게 하든지, 기관투자가를 다시 돌아오게 해야 한다. 내버려두다가는 자칫 개인들의 놀이터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코스닥 1700여개사 가운데 시가총액 2000억원을 밑도는 기업이 전체 75%에 달하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1300여곳이 주가를 못 띄워서 노심초사하고 있다. 첫 공모자금 조달은 성공적이었을지 몰라도 이후의 자금마련은 가시밭길이 예고된 셈이다.

상장 새내기 기업들이 당장의 주가에 취해 IR을 미루는 일은 없어야 한다. 주가가 좋을 때 부지런하게 움직여 매력을 어필해도 모자란다. IR 인력을 확보조차 안하고 주가 움직임만 살피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모에 참여했던 투자자는 초반 주가가 보장된 상황에서 스터디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애초부터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고 볼 수 있다. 공모시점에서 수요예측 5일간 설명회를 돌았다고 끝난게 아니라 오버행 물량이 출회된 다음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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