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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기업의 'Mr. Right' [thebell note]

허인혜 기자공개 2024-05-16 11:08:55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6일 0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자주 듣는 곡은 마돈나의 '머터리얼 걸(Material Girl)'. 1980년대 곡이다 보니 이따금 의문부호가 붙는 표현도 등장한다. 하지만 '물질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속물적인 인간'이라는 자조를 당시 20대였던 마돈나의 발랄함과 버무린 덕에 꽤 설득력이 있다. 마돈나는 많은 이들이 사랑으로, 용기로 혹은 애걸로 구애하지만 진짜 원하는 건 두둑한 현금을 가진 사람이고 그야말로 'Mr. Right(이상형)'라고 노래한다.

정통 해석은 아닐 테지만 듣다 보면 그런 생각도 든다. 그녀가 말한 이상적인 배우자란 꼭 돈이 많다기보다 정말 바라는 걸 이뤄주는 사람이지 않을까. 직관적으로 돈이든 숨겨둔 뜻인 애정이든. 머터리얼 걸은 반어적인 노래라던 마돈나의 설명과 함께 생각해 보면 더 그렇다.

왕년의 대스타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산업계 스타의 고민이 이어져 떠올랐기 때문이다. 요즘 가장 뜨는 별은 뭐니 뭐니 해도 방위산업이다. 계약을 체결하기만 하면 조단위의 낭보가 들린다. 'K방산'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방산기업의 Mr. Right는 누굴까. 방산 수출은 정부와 정부 간의 계약으로 불리는 만큼 파트너인 정부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누구는 해결됐으니 남은 건 조건이다. 단순한 동반자가 아니라 이상적인 배우자를 찾으려면 방산기업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방산업계를 취재하며 느낀 갈증은 무엇보다도 정부의 빠른 금융지원이다. 통상 무기 수출은 규모가 규모이니만큼 수출국이 저금리로 정책 금융을 지원한다. 선진국들은 수출 규모와 함께 금융지원도 동반 성장해 왔는데 국내에서는 급격하게 커진 방산 규모를 지원책이 채 못 따라가는 실정이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수은법 개정안으로 지원 한도를 늘리기로 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2월 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력이 바닥났다. 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은 10조원 늘었지만 정부는 늘어난 곳간을 채우는 기간으로 5년을 제시했다.

업계는 이 기간이 너무 길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도 급하다. 폴란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과 계약을 맺으며 한국 정부의 금융지원을 요청했다. K9 자주포 2차 물량은 올해 6월까지 금융지원을 확정해야 한다는 전제조건도 달았다.

지금 방산기업의 딱 맞는 동반자는 다른 것보다 막힌 금융 통로를 뚫어주는 정부다. 폴란드 전 정권에서 맺은 계약이니 무산 가능성까지 언급된다. 그만큼 방산업계에게는 갈급한 일이다. 급하면 좀 솔직해져도 괜찮을 것이다. 머터리얼 걸의 핵심 가사는 이렇다. "돈 많은 사람이야말로 늘 '최고의 동반자'야(the boy with the cold hard cash is always Mister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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