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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다운사이징]카카오브레인의 교훈, 분사 통한 성장 추구 '실패'②사업성 낮은 연구사업 분리 패착…법인 재흡수 vs 피보팅 단행

이민우 기자공개 2024-05-29 10:57:59

[편집자주]

카카오는 2010년대 성장 가도를 달리며 공격적인 분사·자회사 확장 전략을 펼쳐왔다. 이는 그룹 전체 몸집을 키우는 것은 물론 사업 다양성을 가져다줬지만, 점차 '골목상권 침해' '운영·관리 효율성' 악화 등 어두운 면도 드러냈다. 과거의 혁신과 성장 모멘텀을 되찾기 위해선 발 빠르게 비대한 계열사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외부에서 거세다. 수뇌부 역시 이를 인지하고 본격적으로 군살 빼기에 돌입하는 추세다. 다운사이징에 나선 카카오의 행보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2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는 계열사 정비 과정에서 핵심 사업 영역인 인공지능(AI)에 속한 카카오브레인에도 메스를 댔다. 계열사 다운사이징을 하는 과정에 대상 기업의 사업성, 실적 등을 면밀히 따지겠다는 의도다. 핵심 사업 계열사라도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 효율화 차원의 재흡수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카카오브레인 사업 흡수는 카카오에서 그간 추구했던 ‘분사를 통한 성장 전략’이 전면 재검토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업계는 카카오와 카카오브레인이 영업양수도를 선제 진행한 점을 주목한다. AI사업 경쟁력에서 뒤처지기 전에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 또는 카카오브레인의 사업 피보팅 등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핵심 영역도 조정 대상 포함, 사업성·실적 면밀히 판단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브레인과 AI조직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언어모델, 칼로, 톡채널 등 카카오브레인 상당수 사업 부문에 대한 영업양수도 결정이 내려졌다. 약 1000억원 상당 비용을 들여 6월 중으로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카카오의 다운사이징 행보 중에서도 카카오브레인 사업의 흡수는 특수하게 분류된다. 카카오브레인은 카카오가 핵심 사업으로 분류한 AI·헬스케어 분야에 소속된 뉴 이니셔티브 사업을 가진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그간 카카오의 핵심 사업 영역은 계열사 축소·사업 구조 개선 타깃에서 벗어난 곳으로 생각됐다. 반면 이번 카카오브레인 사례는 사업성이 낮고 적자를 보는 곳이라면 핵심 영역에 속한 계열사라도 정리나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카카오브레인 사례는 카카오에서 그간 추구했던 ‘분사를 통한 성장 추구’ 방정식의 수정을 뜻하기도 한다. 카카오브레인은 2017년 카카오에서 별도 법인으로 떨어져 나왔다. 독립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추구해 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분사 이후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지난해 1600억원 이상 결손금이 발생하는 등 실적에선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AI연구개발에 집중하는 성격이 강했지만 자체 수익화 사업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 AI 사업 이관 등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매출 대비 손실이 너무 컸다.

분사 기반 성장 전략이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은 게 바로 카카오브레인 분사다. 결국 차후 단행할 신사업 분리는 더 많은 검토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단순 연구개발 분야는 사내 조직으로 최대한 남겨두고 사업성, 기초적인 수익모델 등이 확보된 영역 위주로 분사 결정을 내리는 전략 수정이 유력하다.

◇카카오, AI 경쟁력 제고 필요성…카카오IX처럼 사업방향 전환 여지

업계는 카카오, 카카오브레인이 사업 양수도를 별도 진행하는 것을 두고서도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카카오브레인 지분은 카카오에서 100%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완전 모자회사 관계인 만큼 법인세법 제 44조 3항의 적격합병 요건을 충족한다.

적격합병은 양도손익이 없는 것으로 처리해 과세특례를 받을 수 있다. 카카오가 단순히 카카오브레인을 합병하고 청산하려 한다면 현재처럼 영업 양수도를 끼운 복잡한 방식을 쓸 이유가 없다. 오히려 양수도 방식으로 카카오브레인에 소정의 자금을 준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국내 한 세무회계 전문가는 “두 기업이 완전자모회사인 만큼 합병을 고려한다면 영업양수도를 별도로 진행하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불필요하다”며 “양수도 사업의 중요성이 합병에 소모되는 기간을 기다리기 어려울 정도로 높게 평가되는 등 내부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방식은 과거 단행된 카카오IX 개편 과정에도 대입해 볼 수 있다. 카카오IX는 과거 카카오프렌즈 등 IP 기반 캐릭터, 유통 사업을 맡았던 계열사다. 2020년 인적분할 등을 통해 카카오커머스에는 캐릭터, 유통 부문 사업을 이관했고 카카오에는 라이선스 사업을 넘겼다.

당시 카카오·카카오브레인의 상황처럼 양사 합병안도 검토됐지만 결국엔 사업 양도로 매듭지어졌다. 이어 같은 해 말 카카오IX는 카카오스페이스로 사명을 변경하며 부동산 개발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로 변화했다. 올해 카카오에 합병될 때까지 3년 이상 법인 수명을 이어왔다.

이를 고려하면 카카오브레인 역시 완전 합병이 아닌 피보팅(사업방향 전환) 해 존속할 가능성은 열려 있는 셈이다. 정관에 기재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관련 사업이나, AI 관련 투자사로 탈바꿈하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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