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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저축성보험은 사라져야 할까

강용규 기자공개 2024-06-05 08:18:56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4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IFRS17 회계기준 도입 전후로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모두 비슷한 영업전략을 취하고 있다.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이나 장기인보험의 비중을 확대하고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의 비중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IFRS17 하에서 CSM(보험계약마진)이 보험사의 기대수익성 지표로 자리잡으며 생겨난 현상이다. 장기 보장성보험 계약으로 발생한 보험부채는 환금을 전제하지 않는 만큼 CSM으로 계상되는 반면 저축성보험은 100% 이상 환금을 전제로 하는 만큼 단순 부채로 기록될 뿐이다.

당장의 현실에 비춰 보면 저축성보험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큰 메리트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저축성보험은 은행 예·적금보다 이율이 낮지만 10년 이상의 장기로 계약을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러나 고금리가 지속되는 현 상황에서 단기 금융상품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저축성보험의 수요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올해 초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단기납 종신보험 열풍이 이를 방증한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원칙적으로 보장성보험이다. 그러나 납입기간이 일반 종신보험 대비 비교적 짧은 7~10년으로 저축성보험의 성격도 지녔다. 소비자 수요는 폭발적이었다. 생보사들의 환급률 경쟁에 불이 붙어 최대 135% 환급을 보장하는 상품까지 나왔다.

이를 고려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저축성보험은 이율에 따라 여전히 메리트가 있는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추후 환급 부담을 고스란히 부채로 안아야 하는 생보사들에게만 메리트가 없다. 저축성보험의 판매가 줄어드는 데는 소비자의 논리보다 판매자의 논리가 더욱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국내 보험시장의 침체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기인한다. 보험 가입자 수의 절대적 감소를 야기하는 저출산은 보험사 입장에서 대처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고령화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도 한다. 노후 대비를 위한 간병보험과 저축성보험이다. 그런데 새 회계제도 하에서 저축성보험은 버려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고갈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사적연금은 생보업계가 파고들어야 할 신시장이다. 사적연금의 한 축을 이루는 저축성보험이 자취를 감추면 피해는 소비자들에게만 미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업계 역시 향후 수요가 늘어날 공산이 큰 성장동력을 상실한다.

올해 생명보험협회 기자간담회에서 김철주 신임 협회장은 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카드로 제3보험과 함께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을 제시했다. 보험사가 회계적 불리함을 안고 상품을 판매할 이유를 과연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업계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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