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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된 OCIO 사업]계열사 등에 업은 대형사만 '탄탄대로'…양극화 심화③갈수록 높아지는 진입장벽, 참여자·서비스 다양화 목소리

윤기쁨 기자공개 2024-06-18 07:56:13

[편집자주]

국내 OCIO(외부위탁운용) 제도가 도입된 지 20여년이 흘렀다. 한때 시장 규모 1000조원대 시대가 열릴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했지만 과도하게 저렴한 수수료와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최근 사업을 접는 곳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 대형사만이 살아남게 되면서 양극화만 심화시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벨은 3편에 걸쳐 OCIO 현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3일 10: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OCIO(외부위탁운용) 시장에서 신규 진입은 사실상 어렵다. 소수 사업자가 과점 중인 이 시장은 사실상 대형사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중소형사들도 전담 조직과 인력 구축을 위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지만 수익은 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소수의 금융투자회사들은 오랜 기간 꾸준히 그룹 계열사 생명보험회사로부터 자금을 넘겨받으며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외부위탁을 원하는 기관투자자들은 투자일임 특성상 검증된 곳에 기금을 맡길 수밖에 없다. 운용 성과와 무관하게 계열사 지원을 받기 힘든 곳들의 진출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형사는 연기금·공공기관 자금을 위탁받으며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일정 수익을 거두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후발주자들은 중소형 공제회, 민간법인, 대학교 등 틈새시장을 노리며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기금 규모 자체가 작은 탓에 결국 두손을 들어야했다.

◇대형사 자금 쏠림 심화, 계열사 통해 탄탄한 트랙레코드 보유

자산운용사 기준 투자일임 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이 가지는 위상은 절대적이다. △2017년 150조원 △2018년 157조원 △2019년 165조원 △2020년 174조원 △2021년 180조원 △지난해 167조원 등 십여년간 150조원 내외 자금을 위탁운용하며 전체 시장에서 30% 비중을 유지해왔다.

실제 지난해 기준 삼성자산운용이 삼성생명·화재보험으로부터 받는 적립금만 145조원(전체 17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중으로 따지면 투자일임 부문에서 계열사들은 매년 85%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삼성증권, 삼성벤처투자 등으로부터 받은 고유자금과 퇴직연금을 포함하면 수치는 더욱 증가한다.


삼성자산운용을 제외하더라도 점유율 순위 상위권은 모두 생명보험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그룹 계열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생명보험회사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이관해 효율화를 꾀하고 자산운용사는 이를 굴리며 덩치를 키우는 식이다. 그룹이 클수록 부가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다.

대형사인 만큼 투자 여력도 풍부하다. 조직을 보다 전문화하고 향후 늘어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 규모도 매년 늘리고 있다. 이는 정량적 평가 비중이 큰 대형 공적기금 입찰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 OCIO 전체 운용자산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도시·산재보험·고용보험 등 5개 기관 대부분이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자금을 위탁하고 있다.

반대로 계열 생명보험회사가 없는 중소형사는 트랙레코드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번번히 고배를 마시고 있다. 성과가 미미하고 경영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기존 진행하고 있던 사업에서도 잇따라 철수하면서 빈익빈·부익부 현상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질적 성장 방해 '악순환'…"참여자·서비스 다양화 필요"

이러한 구조 탓에 시장의 질적 성장이 저해된다는 시각도 있다. OCIO는 운용 역량이 부족한 기관들의 자산 축적을 위해 전략적이고 종합적인 서비스와 제공하는 것이 기본적인 콘셉트다. 그러나 계열사나 공적기금을 운용하는데 익숙한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은 5% 내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단순 자산배분형 포트폴리오 상품을 제공하는데 그치고 있다.

해외의 경우 국내와는 반대다. 비즈니스가 확대되면서 증권사·자산운용사 뿐만 아니라 투자자문사, 컨설팅사 등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 개인 고액자산가 비중이 상당한 편이다. 공공기관보다는 별도 투자 조직이 없는 민간법인, 대학기금 등을 중심으로 발달돼 있다. 오히려 공적연금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서야 참여하기 시작했다.

미국 OCIO 시장은 약 2조달러(한화 약 274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글로벌 시장 전체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보다는 자문 서비스 사업을 주로 영위하고 있는 투자자문사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서야 블랙록과 같은 초대형 자산운용사, 증권사, 신탁사 등이 진입하는 추세다.

서비스도 다양하다.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자산배분형 이외에도 파생상품, 대체투자 등 금융투자상품 라인업을 다양하게 보유 중이다. 복수 펀드매니저들이 매일 다른 투자솔루션을 제공한다거나, 퇴직연금에 특화된 자문,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이용 가능한 부분컨설팅 등 유형과 규모가 다양해 시장이 활발하게 유지되고 있다.

업계는 지속가능한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한 중소형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전담 조직 규모나 트랙레코드와 같은 단순 정량 평가에 큰 비중을 두기보다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여부도 고려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을 중심으로 국내 OCIO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데 참여자가 늘어야 시장도 함께 성장한다"며 "포트폴리오 운용 역량뿐만 아니라 얼마나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차별화 요소에 집중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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