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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된 OCIO 사업]'적자 블랙홀' 악순환에 사업포기②공적기금 요구 과도, 금융사 참여 주저

윤기쁨 기자공개 2024-06-17 07:41:37

[편집자주]

국내 OCIO(외부위탁운용) 제도가 도입된 지 20여년이 흘렀다. 한때 시장 규모 1000조원대 시대가 열릴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했지만 과도하게 저렴한 수수료와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최근 사업을 접는 곳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 대형사만이 살아남게 되면서 양극화만 심화시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벨은 3편에 걸쳐 OCIO 현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2일 10: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OCIO(외부위탁운용)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는 왜곡된 보수체계와 과도한 비용 부담이 꼽힌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회사들은 높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주저하는 모습이다.

현재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공적기금의 경우 경쟁 입찰 방식을 취하고 있다. 보수가 정량평가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입찰에 나선 자산운용사들은 높은 수수료를 쉽사리 부를 수 없는 상황이다. 대형 기금일수록 보수는 더 낮고 전담조직과 인력, 시스템 등 요구하는 사안은 증가하는 기형적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그나마 대형 기금을 맡을 경우 규모의 경제 효과로 운용 보수가 낮더라도 일정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반면 중소형 공적자금이나 일반법인과 같은 민간기금은 장기간 운용할수록 비용 부담이 커 손해로 이어지게 된다. 시장 확대를 위해 민간 부문의 참여도 중요해지고 있지만 오히려 수탁을 꺼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성과보다 우선시되는 최저 수수료 "위탁운용 유지 어려워"

한국에서 10조원 이상 넘는 대형 공적기금은 손에 꼽는다. 기획재정부 연기금 투자풀과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고용노동부 고용산재기금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복수 주간운용사를 활용하고 있다. 경쟁 관계를 유도해 성과를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목적이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를 각각 하나씩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 자금을 일임받기 위해서는 △정량적 △정성적 △가격평가 등을 거쳐야한다. 운용보수율, 기금 관리능력, 기금 운용 이해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종 선정한다. 금융투자회사들은 운용 전담 조직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전문 인력은 몇명인지, 향후 예산이나 계획도 구체적으로 적어 제출해야한다.


통상 규모가 있는 공적기금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본부 하나에 하위 4~5개팀이 필요하다. 수십명에 달하는 인력을 구성해야 하고 운용·데이터 관리 시스템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NH투자증권(주택도시기금운용본부), 삼성자산운용(산재보험기금사업본부), 신한자산운용(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본부) 등 공적기금을 굴리고 있는 상당수 금융투자회사들이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수료는 3bp 내외로 저렴하다. 일반 주식형 공모펀드만 해도 50bp 안팎에서 운용보수가 정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다. 글로벌 OCIO에서도 70~80bp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지만 국내는 한자리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민간자금은 공적기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해외와 비교하면 여전히 평균을 크게 밑돈다.

OCIO 운용에 대한 성과보수도 거의 지급되지 않는다.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을 달성할 경우 추가로 지급 받는 성과보수는 사실상 찾기 힘들다. 오로지 운용해서 받는 운용 보수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이에 현행 보수 수준에서는 제대로 된 위탁 운용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저 수수료나 투입 인력에 힘을 들이게 되면서 정작 운용 역량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회사들은 늘어나는 비용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반대로 자산을 맡긴 기관들은 만족할만한 수익률과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성장 가능성에 베팅 "위탁자 투자 문화 개선돼야"

업계는 국내 OCIO의 양적·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위탁 기관들의 개선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가격 경쟁을 유도하기 보다는 운용 역량과 성과를 중점적으로 평가해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다수의 금융투자회사들이 잇따라 사업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등 참여자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계속해서 나온다.

실제 최근 한국증권금융은 1조원에 달하는 민간 연기금 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에 나섰지만 지원자가 없어 유찰됐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단 한 곳도 지원하지 않으면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오랜 기간 주간운용사 자리를 지켜왔던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수익성을 이유로 재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공적기금 이외에도 여전히 대학교, 재단, 일반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고유자금이나 퇴직연금과 같은 잠재적 수요가 있는 만큼 규모가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위탁·수탁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불합리한 보수와 과도한 전담 조직 구성, 성과보수 미지급 요구 등을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장기 자산배분 투자라는 특성을 고려해 위탁운용 기간도 늘려 책임과 수익률을 늘려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의 경우 보통 4년 내외로 계약을 맺고 있지만 해외는 10년 단위도 많은 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구조로 굳혀진 데에는 정부나 공공기관 등 공적기금 위주로 구성된 영향도 크다고 보는데 민간기금처럼 고객층이 다양해지고 많아진다면 어느정도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 호재가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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