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베스트

[계륵된 OCIO 사업]'지속 가능' vs '성장 한계' 의견 분분…상반된 전망①퇴직연금·민간기금 유입 속도 더뎌, 공적기금 쏠림 현상

윤기쁨 기자공개 2024-06-14 08:03:57

[편집자주]

국내 OCIO(외부위탁운용) 제도가 도입된 지 20여년이 흘렀다. 한때 시장 규모 1000조원대 시대가 열릴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했지만 과도하게 저렴한 수수료와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최근 사업을 접는 곳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 대형사만이 살아남게 되면서 양극화만 심화시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벨은 3편에 걸쳐 OCIO 현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1일 10: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OCIO(외부위탁운용) 시장의 역사는 짧지 않다. 2001년 연기금 투자풀로 처음 열린 이 시장은 공기업, 대학교, 재단, 일반법인 등으로 대상이 확대되고 위탁자산도 공적자금에서 고유자금, 퇴직연금 등 민간자금으로 확대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퇴직연금 적립금이 급속도로 불어나면서 금융투자회사들의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20년을 전후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을 비롯해 NH아문디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등 상당수 금융투자사들이 앞다퉈 조직을 신설하고 출사표를 던졌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는 OCIO를 위해 일임받은 기금이나 자산을 펀드나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를 통해 직접 운용하고 수수료 수익을 거두고 있다. 주로 분산투자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율을 내는데 집중한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대학기금과 DB(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적립금이 급격히 유입되면서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저조한 수익성과 더딘 성장세, 여전한 공적기금 쏠림 현상 등의 여파로 사업을 접는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조직 출범 수년만에 우르르 해체 "미미한 운용 규모·낮은 수익성"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의 투자일임 규모는 OCIO 성장과 궤를 같이하며 매년 약 8% 내외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2015년 500조원에서 △2016년 550조원 △2017년 574조원 △2018년 587조원 △2019년 609조원 △2020년 643조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년 692조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2022년 685조원에 이어 지난해 653조원까지 떨어졌다. 불안정한 대내외 금융시장 환경이 지속되면서 공적·민간 여유기금도 축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으로의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 일부 금융투자회사들의 경우 출범 몇 년만에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여전히 가능성에 베팅하는 곳들은 전문 인력을 다수 보충해 조직을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당분간 대형 딜이 부재한 상황에서 급격한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데에는 입을 모은다.

올해만 신한투자증권, 키움투자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이 조직개편으로 부서를 축소하거나 없앴다. 공격적인 영업·마케팅 활동으로 공적·민간자금을 유치하며 트랙레코드를 쌓았지만 대부분 운용 규모가 미미해 수익성은 낮았다.

신한투자증권은 OCIO사업본부를 출범시킨지 4년여만에 부서 단위로 격하하면서 사업을 축소했다. OCIO센터와 OCIO운용팀으로 구성된 OCIO본부는 OCIO센터로 개편해 자산관리사업그룹 안에 편재하는 식으로 조직을 쪼갰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2년만에 시장에서 퇴장했다. 기존 OCIO솔루션팀을 자산배분전략팀에 흡수하는 방식으로 해체를 결정했고, 한화자산운용도 OCIO솔루션사업본부를 없애고 TDF(타깃데이트펀드) 등 퇴직연금 펀드 운용에 주력하는 것으로 방향을 돌렸다.

반면 신한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 삼성자산운용 등은 부서장급 인재를 영입하거나 공적기금을 전담으로 담당할 본부를 신설하는 등 재정비에 나섰다. 이외에도 공단, 공제회, 대학기금 등 다양한 부문에 적극적으로 입찰하며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기대보다 주춤한 성장세에 비관론 "민간기금 확대 한계"

시장 초기만 하더라도 시장은 수십조원으로 커질 것이란 분석이 쏟아져 나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여전히 미래 가능성에 대해 전망은 다소 갈린다. 일반법인, 대학교, 공제회 등 잠재적 수요가 여전히 크다는 의견과 기금·퇴직연금 등 위탁운용이 가능한 자금 들이 갈수록 줄면서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입장이 맞선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378조원으로 전년(332조원)보다 14% 성장하는 등 과거부터 우상향을 그려왔다. 하지만 DB 적립금 비중은 매년 감소 추세다. 같은 기간 DB형은 192조원에서 205조원으로 증가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8%에서 54%로 줄어들었다. 2014년까지만 해도 71%에 달했었다.

2022년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되면서 DC(확정기여)형과 IRP(개인형퇴직연금)형이 주목을 받은 데다가 일반법인들이 부채 관리에 부담을 느끼면서 DC형으로 옮겨간 까닭이다. 신규로 DB형을 도입하는 사업장이 줄면서 금융투자회사들이 뛰어들 수 있는 먹거리도 줄어들고 있다.

대학기금 상황도 유사하다. 2019년 처음 서울대학교가 발전기금을 삼성자산운용에 맡기면서 새로운 고객층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5년여간 외부 위탁을 도입한 곳들은 성균관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포스텍대학교, 성균관대학교, 태재대학교, 호서대학교 등 손에 꼽힌다. 인구 감소 등에 따른 대학교들의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이외에도 대형 공적자금을 굴릴 수 있는 연기금이나 공공기관이 국내에 많지 않다는 점도 긍정적이지 않다. 전체 OCIO에서 공제회나 대학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으로 추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민간기업보다는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이 여전히 많은데 신규 진입이 쉽지가 않다"며 "자금이 원활히 유입되고 규모의 경제가 받쳐줘야 시장도 활발해지는데 지금으로서는 수익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사업을 접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