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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성공기]정몽구 명예회장부터 만프레드 하러까지⑥정의선 회장 리더십 속 디자인·브랜드 전략·기술까지 전 부문 아우른 인재 영입

조은아 기자공개 2024-06-19 07:44:50

[편집자주]

2015년 11월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은 6년 만에 국내 공식 무대에 등장해 제네시스 출범을 직접 알렸다.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 '가성비'로 통하던 현대차의 승부수였다.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기우에 그쳤다. 안방을 넘어 해외에서도 점차 존재감을 키우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더벨이 제네시스가 시장에 안착한 요인을 다각도로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7일 11: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 최고에 도전할 수 있는 완벽한 고급차를 만들 수 있습니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상관없습니다. 가능한지만 말씀해주십시오."

1983년 8월, 토요타 에이지 회장은 극비 회의를 열고 이 자리에 배석한 임원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6년 뒤 토요타 최초의 렉서스 'LS400'이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처음 등장한다.

토요타의 사례가 워낙 잘 알려져 있지만 제네시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던 시기, 렉서스의 성공을 지켜본 정몽구 명예회장 역시 일찌감치 고급차 브랜드를 가슴에 품었다. 시작은 정 명예회장이, 완성은 정의선 회장이 했다.

빠르게 결정하고 온전히 책임지는 리더가 있었다는 것. 후발주자인 두 브랜드의 성공 사례가 가리키는 건 간단하면서도 명확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시작하고 정의선 회장이 완성

제네시스 개발은 현대차가 NF쏘나타의 미국 수출로 주목받던 2003년 12월 시작됐다. 미국이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고 대중차로는 시장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8명으로 이뤄진 연구원이 팀을 만들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듬해 프로젝트명 BH로 개발이 시작됐고 4년 뒤 첫 제네시스가 세상에 나왔다.

이 과정을 진두지휘한 건 물론 정몽구 명예회장이다. 정 명예회장은 첫 제네시스가 나오기까지 남양연구소를 찾아 여러 차례 차를 직접 타보는 등 각별히 신경을 쏟은 것으로 전해진다.

브랜드 독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선 당시 현대차 부회장이었던 정의선 회장이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초기 기획부터 인재 영입, 조직 개편까지 브랜드 출범 전 과정을 적극적으로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15년 111월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다만 이 시기 정 명예회장이 완전히 손을 뗀 건 아니었다. 지금은 회사를 떠난 알버트 비어만 전 사장은 2015년 말 EQ900(G90)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회사에 오자마자 2주 만에 '체어맨'이 오셔서 이 프로젝트(제네시스)를 각별히 신경쓰라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말한 체어맨이 정 명예회장이다.

2015년 11월. 브랜드 출범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날.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은 역시 정의선 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2015년 11월 직접 단상에 올랐다. 2009년 9월 6세대 쏘나타 출시 행사 이후 6년 만에 국내 공식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부자(父子)의 손에서 이제 막 성공적 출발을 알린 제네시스의 앞날이 온전히 정 회장 손에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제네시스 출범 전후, 늘어난 외부 영입

알버트 비어만 전 사장과 피터 슈라이어 고문은 정의선 회장과 함께 초창기 제네시스 출범을 이끈 이르바 '개국공신'으로 꼽힌다. 둘 모두 정 회장이 삼고초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둘 모두 제네시스를 위해 영입되진 않았다.

비어만 전 사장은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을 위해, 피터 슈라이어 고문은 기아의 전반적 디자인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각 투입됐다. 이후 정 회장이 현대차로 자리를 옮기고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을 진두지휘하게 되면서 두 사람 모두 제네시스에 역량을 집중했다.

정 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을 전후해 영입한 인물로는 루크 동커볼케 사장, 이상엽 부사장,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 부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3명 모두 2016년 상반기 현대차에 합류했다. 3명 중 2명이 디자이너인데 동커볼케 사장과 이상엽 부사장은 탄탄한 내부 입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동커볼케 사장은 특히 다른 어느 회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최고창조책임자(CCO·Chief Creative Officer)라는 독특한 직함을 갖고 있다. 현대차가 전략도, 재무도 아닌 창의력(Creative)에 대표성을 따로 내준 이유는 글로벌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잡는 여정에서 디자인이 엑셀러레이터를 밟아줬기 때문이다. 그는 2020년 CCO라는 직함을 처음 달았다.

슈라이어 고문이 제네시스의 초반 디자인 콘셉트를 잡았다면 루크 동커볼케 사장과 이상엽 부사장은 브랜드의 디자인 전략과 방향성을 수립하는 동시에 브랜드 아래 나오는 모든 차의 디자인을 실질적으로 결정했다.

맨프레드 피츠제럴드(맨 오른쪽) 제네시스사업부장과 루크 동커볼케(오른쪽 두 번째) 현대디자인센터 전무, 이상엽 현대차 스타일링 담당 상무가 2017년 11월 1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월드 트레이드센터에서 개막한 두바이국제모터쇼에서 'G70'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브랜드 안착까지 먼 길…사업본부장 거친 인물만 4명

제네시스사업부장(현재는 본부장)으로 영입된 피츠제럴드 부사장은 직함에 '제네시스'가 들어간 첫 외부 인사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브랜드의 전략 전반을 담당하는 역할을 했다.

이 자리가 쉽지 않았음은 이 자리를 거쳐간 인물들이 보여준다. 피츠제럴드 전 부사장은 2019년 10월 계약기간을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초반 이미지 안착이 중요한 만큼 정의선 회장의 의사결정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냉정해졌다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 무렵이다.


제네시스사업본부장 자리는 이노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용우 사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을 거쳐 2022년 말 지금의 송민규 부사장이 맡게 됐다. 7년 동안 4명의 수장을 맞은 셈이다.

최근엔 직함에 제네시스가 직함에 들어간 외부 인사가 한명 더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5월 현대차·기아 R&D본부 산하에 제네시스&성능개발담당을 신설하고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사진)을 책임자로 임명했다. 기술 전문가로는 알버트 비어만 전 사장에 이은 두 번째 부사장급 영입 인사다.

그는 포르쉐, 애플 등에서 근무하며 연구개발을 주도한 경험을 살려 현대차·기아 R&D본부에서 제네시스 및 차량 성능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는다. 특히 제네시스 전 차종 개발을 총괄하며 제네시스 상품성 강화를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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