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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성공기]브랜드 정체성 잡은 비결은 '디자인'③차별화 전략으로 '디자인' 선택…'역동적 우아함'에 한국적 색채

조은아 기자공개 2024-05-30 10:47:53

[편집자주]

2015년 11월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은 6년 만에 국내 공식 무대에 등장해 제네시스 출범을 직접 알렸다.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 '가성비'로 통하던 현대차의 승부수였다.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기우에 그쳤다. 안방을 넘어 해외에서도 점차 존재감을 키우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더벨이 제네시스가 시장에 안착한 요인을 다각도로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8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 아무리 잘 달리는 BMW라도 생애 80%는 정지해 있다. 자동차는 그 자체로서 아름다워야 한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혔던 BMW의 옛 디자인 총책임자 크리스 뱅글의 말이다.

제네시스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디자인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디자인은 자동차의 인상을 결정짓고,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낸다. 자동차를 고를 때 많은 걸 고려하겠지만 디자인을 빼놓는 사람은 없다.

경쟁자로 점찍었던 다른 고급차 브랜드보다 길게는 100년, 짧게는 30년 뒤늦게 출발한 상황에서 단번에 존재감을 키워야 했던 제네시스가 초창기 디자인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던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신의 한 수'된 디자이너 영입

디자인 하나로 명차로 인정받는 차가 있는가하면, 디자인 때문에 처참히 실패하는 차도 있다. '천재 디자이너 하나가 자동차 회사를 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자동차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 짙어졌다.

디자인은 기술의 진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가령 1980년대 나온 1세대 그랜저가 '각그랜저'인 원인은 먼 데 있지 않다. 당시만 해도 철판을 가공하는 기술이 부족해 차의 외관을 각지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금형 기술이 발달하면서 유선형 디자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헤드램프, 휠, 라이에이터 그릴 모두 기술력을 보여준다. 헤드램프의 경우 할로겐 램프로 시작해 최근 LED 램프로 바뀌는 과정에서 점점 디자인적 제약이 줄었다. 제약이 줄면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한층 높아졌다.

특히 제네시스는 모든 차량이 후륜구동으로 개발되면서 기존과는 다른 비율로 디자인됐다. 일반적 시선에서 후륜구동 차량이 더 '보기 좋게' 느껴진다. 현대차 입장에선 발전된 디자인 역량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그동안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 있는 위기이기도 했다. 현대차는 포니를 후륜구동으로 개발했지만 1980년대 이후엔 엑셀·엑센트 등 소형차부터 그랜저·에쿠스 등 대형차까지 모두 전륜구동 방식으로 개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을 전후해 외국인 스타 디자이너 영입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던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그는 특히 기아 재직 시절 이른바 '디자인 경영'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실제제네시스 출범을 계기로 한동안 뜸했던 외국인 임원 영입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이 가운데 핵심은 디자이너였다.

영국 벤틀리 출신의 루크 동커볼케 사장(사진)과 이상엽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의 빠른 승진에서도 제네시스가 성공하기까지의 디자인의 기여도를 엿볼 수 있다.

루크 동커볼케 사장은 2015년 전무로, 이상엽 부사장은 2016년 상무로 각각 합류했다. 동커볼케 사장은 7년 만인 2022년 말 사장으로, 이상엽 부사장은 5년 만인 2021년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동커볼케 사장의 경우 약 8개월 가량 회사를 떠난 적도 있으나 다시 돌아왔다. 그는 현대차의 많은 외국인 임원 중에서도 특히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현대차에서 나온 네 번째 외국인 사장이자 두 번째 디자이너 출신 사장이다.

◇'역동적 우아함' 속에 한국을 담는다

제네시스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유지 중인 디자인 방향성은 '역동적 우아함(Athletic Elegance)'이다. 보통 역동성이 성능 측면에서 강조되지만 제네시스는 역동성을 디자인 측면에서도 구현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궁수가 활을 쏠 때의 긴장과 힘이 동시에 느껴지는 짧은 순간을 의미한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단순 유행을 넘어 명품의 이미지를 꾸준히 가져가기 위해 화려함은 지양하고 단순함은 지향했다. 그러면서도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고민 역시 지속됐다. 이른바 '패밀리룩'이다. 패밀리룩은 같은 브랜드의 여러 모델에 비슷한 디자인 요소를 넣는 것으로, 브랜드 디자인에 통일성을 주면서도 차량 외관을 돋보이게 한다. 태극 문양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두 줄 램프는 제네시스의 상징이 됐다. 앞으로도 외형에 변화를 주되 두 줄 램프는 꾸준히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독일 브랜드의 '저먼 엔지니어링(German Engineering)', 일본 브랜드의 '모노츠쿠리(장인정신)'라는 서사에 맞서 브랜드 전반에 '한국적'이라는 이미지를 일관되게 적용하고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네오룬'이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네오(Neo·새로운)'와 '루나(Luna·달)'의 합성어로 우리나라의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을 담았지만 목표는 글로벌 시장이다. 제네시스와 관련한 중대 발표는 대부분 미국 뉴욕에서 이뤄진다. 뉴욕이 문화, 예술, 패션, 트렌드 등 여러 분야를 통틀어 전 세계에서 가장 유행을 선도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제외한 제네시스의 가장 큰 시장이 미국이라는 현실적 이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제네시스 글로벌 판매량의 대부분이 사실상 미국에서 나온다.

(왼쪽부터) 재키 익스 제네시스 브랜드 파트너, 클라우디아 마르케즈 제네시스 북미 COO,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CDO(글로벌 디자인 본부장) 겸 CCO(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장재훈 현대차 사장, 이상엽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COO가 2024년 3월 미국 뉴욕에 있는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에서 처음 공개된 네오룬 콘셉트카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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