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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은 '산업'이 될 수 있을까 [thebell note]

서은내 기자공개 2024-07-04 10:07:18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3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미술시장을 '산업'의 영역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주요 화랑 재무제표를 분석하며 내린 결론은 '아직은 고비가 많이 남았다'이다. 매출원가 하나만 봐도 그렇다. 원가를 산정할 때 비과세인 미술품 거래를 세법에 맞추자면 '매입'으로 표시해야하지만 거래의 실질로 따지면 '위탁'이어야 한다. 재무제표가 실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어느 한 갤러리의 문제가 아니다. 미술품 거래의 실질을 나타낼 회계, 세금제도 자체에 구멍이 많다. 때문에 정확한 시장 규모를 파악하거나 산업을 논하기에 부적절해보인다. 외부 자본 투입으로 경영되는 갤러리는 찾기 어렵고 일반적인 기업의 경영을 기대하기도 적합치 않다.

재무상태를 기록, 분석하는 기업 회계의 기본적인 가정은 '계속 기업'이다. 기업이 하나의 생명체 처럼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속 존속해간다는 의미다. 모든 재무제표는 이 가정 위에 작성된다. 갤러리들도 계속기업으로 볼 수 있을까.

많은 갤러리들이 끊임없이 이익을 재투자하고 신규 작가들을 발굴, 시장에 선보이며 유통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계속기업으로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통상 기업은 어느 1인이 아닌 정해진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반면 상당수 갤러리들은 오너 1인의 네트워크와 영업력, 안목으로 돌아가며 1인이 모든 비즈니스의 최일선에 놓이는 구조다. 메이저 화랑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1세가 일군 네트워크가 오너 2세에게로 승계되는 일도 드물다. 2세는 자신만의 새 네트워크를 개척해야 한다.

또 갤러리들의 거래는 법적 장치보다 신뢰라는 추상적인 관계 하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얘기이면서 또한편 평판이라는, 더 강력한 보호 장치 안에 속해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번 업계에서 신뢰를 저버리면 리그에 들기 어렵다.

자연히 미술업계는 '시장'으로 불리는 것이나 그에 마땅한 체계를 갖추는 것에 대해 일종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명성 있는 많은 갤러리들은 '이익'을 목적으로 비즈니스를 하기보다 작가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기자정신으로 바라보자면 허점이 많지만 그들에게 자꾸만 애정어린 시선이 간다.

그럼에도 성장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1세대의 유산이 2세로 이어지고 한국 화랑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며 존속하려면 성장통은 피할 수 없다. 산업에 걸맞는 체계를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 미술시장이 산업이 될 수 있을까'의 답은 갤러리가 계속기업의 시스템을 갖추는지의 여부로 귀결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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