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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틸렉스는 지금]컨설턴트가 바꾼 10년차 바이오텍 생존기 "역량의 현실화"④유연호 대표 "지속가능한 바이오텍 전략, AI 탑재 선두 바이오텍 목표"

차지현 기자공개 2024-07-04 10:26:39

[편집자주]

EU(새로운) TI(면역치료) LEX(방법). '면역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사명과 함께 2015년 출범한 유틸렉스. 10여년이 지난 지금,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생사의 기로에 선 유틸렉스가 택한 방법은 '고강도 쇄신'이다. 리더십 재정비 및 사업구조 재편을 통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유틸렉스가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더벨은 달라진 전략을 따라가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3일 11: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바이오산업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내부역량과 잠재력의 현실화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유연호 유틸렉스 대표가 지난해 3월 향후 10년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신약 연구개발(R&D)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를 경영 성과로 증명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후 1년이 조금 넘은 지금 회사에서 일어난 변화는 괄목할 만하다. 리더십은 물론 R&D 방향성까지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이종산업인 정보기술(IT) 업체를 인수하는 승부수까지 던졌다.

그럼에도 유 대표는 아직 변화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한다. 그는 구상한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서울 금천구 유틸렉스 본사에서 유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컨설팅 전문가의 첫 바이오 도전 "결승선부터 정해라"

유 대표의 이력을 보면 바이오와는 거리가 멀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학사, 경영학 석사를 지내고 PwC컨설팅에서 파트너가 됐다. 이후 2002년부터 IBM 미국 본사에서 근무했고 2015년 삼성그룹에 합류해 삼성SDS 부사장, 삼성 멀티캠퍼스 대표 등을 역임했다.

30년 이상을 대기업에서 몸담아 온 그가 시가총액 1000억원대 신약개발 바이오텍으로 적을 옮겼다는 점에서 시장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컨설팅 업계에서 바이오 업계로 넘어온 이유에 대한 유 대표의 답은 명확했다. 도전정신이다.

그는 "수십년 경험을 통해 막다른 골목에 몰린 회사를 빠져나오게 하는 일이 고통스럽지만 성취감이 있다는 걸 배웠다"며 "딱히 업종에 대해 선호가 있던 건 아니고 최고경영자(CEO)로서 기여(컨트리뷰션)할 게 있는지를 중점으로 봤다"고 말했다.


수많은 회사를 봐왔던 그는 유틸렉스를 '기술력은 갖췄지만 실제 경영 성과로 연결하는 건 어려움이 있는 곳'으로 평가했다. 처음 합류 당시 회사가 "마라톤을 100m 뛰듯 달리고 있었다"고 비유했다. 신약개발은 그 어느 업종보다도 긴 호흡으로 필요로 하는데 결과를 빨리 내고 싶어하는 느낌이었다는 설명이다.

취임 직후 결승선(Finish Line)을 설정하는 데 초점을 뒀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어떤 파이프라인에 역량을 모을 건지를 정했다. 그 다음 그에 맞는 전략을 설정한 뒤 구간별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봤다. 무장적 달릴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힘을 쏟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R&D 역량 선택과 집중·지속 성장 해법 'AI 접목'

물론 이 과정이 쉽진 않았다. 파이프라인 커버리지가 넓다는 점은 유틸렉스의 장점이자 약점이기도 했다. 창업자 권병세 대표 입장에선 모든 후보물질 하나하나가 자식 같은 존재였기에 우선순위 선정하는 데 있어 의견 차이도 첨예했다. 유 대표는 일련의 변화는 과감한 결단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란 점을 거듭 피력했다.

유 대표는 "유틸렉스로 이직할 때 권 대표도 내가 현실적인 사람이고 한번 맞다고 생각하면 뒤로 물러서는 법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며 "설득이 필요한 경우엔 꼬박 일주일을 하루 4시간씩 권 대표와 대화했고 결국엔 권 대표도 어렵게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세포유전자(CGT) 치료제 'EU307'과 항VSIG4 항체 'EU103'이 메인 파이프라인으로 떠올랐다. 유틸렉스가 강점을 지닌 영역이면서 개발 속도도 빠른 만큼 가장 이른 시일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라는 데 내부 공감대가 모였다.

그렇다고 나머지 파이프라인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건 아니다. 바이오텍이 지속가능하려면 기초연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전체 R&D 비용 중 84%는 EU307과 EU103에, 나머지는 기초연구에 투입한다. 성과 창출에 주력하면서도 향후 3~5년을 끌고 나갈 동력을 발굴하는 작업도 병행하는 전략이다.

아이앤시스템 인수도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유 대표는 안정적으로 매출 내면서 동시에 바이오 업종과 시너지가 있는 타 산업군을 인수합병(M&A) 대상을 물색했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의 트렌트를 살폈고 그 결과 인공지능(AI) 사업을 접목하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 기업 AI 컴포넌트를 끼워 넣지 않으면 투자 자체를 받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자동차나 반도체 등 여러 산업군에서 AI 도입 이후 티핑 포인트(급격한 변화 시점)를 맞았고 바이오 분야에서도 정밀의료 등을 위해 AI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단순히 AI로 모든 걸 승부보겠단 의미는 아니다. 신약개발 전주기 중 의약품 유효성 확인, 의약품 생산 리드타임 축소 등 AI 기술이 필요한 지점을 적절히 찾아 기술을 적용, 신약개발 성공확률을 높이겠다고 했다. 궁극적으로 유틸렉스를 AI를 탑재한 선두 바이오텍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유 대표는 "지난 일년 동안 회사가 놀랄 정도로 변화하고 내부 직원도 잘 적응하고 있다"면서도 "유틸렉스의 변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앞으로도 보여줄 게 많다"고 했다. 이어 그는 "끊임없는 변화 노력을 통해 실제 성과를 창출하는 바이오텍의 모습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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