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정기 신용평가 점검]'훈풍' 두산그룹, 지주·계열사 '전방위적' 등급 상향②두산에너빌리티·밥캣, 등급상향 일등공신…공모채 시장 존재감 커져
안준호 기자공개 2024-07-12 13:30:06
[편집자주]
2024년 정기 신용평가가 마무리됐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4월부터 6월까지 회사채 장기 신용등급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올해는 유독 기업들의 실적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고금리 등으로 인한 재무 부담이 확대되면서 전반적으로 등급 하향 기조가 이어졌다. 더벨은 채권시장이 주목하는 기업과 그룹, 넓게는 산업의 신용등급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9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난의 행군'을 이어왔던 두산그룹이 올해 자본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룹 주력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이 성장세를 보이고, 미래 먹거리인 두산로보틱스 등이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지주사 등급 상향이 이뤄졌다.아직까진 등급 불일치(스플릿) 상태인 만큼 갈 길이 멀다. 단 공모채 시장에서는 이미 A급 이상 대우를 받고 있는 만큼 시장 신뢰도는 한층 굳건해졌다는 평가다. 핵심 계열사들의 수익성 확대에 따라 추가 상향도 노려볼 여지가 있다.
◇구조조정 끝낸 두산그룹, 올해 계열 신용도 '상향 행진'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올해 들어 신용등급 상향 기조를 보이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 3사의 2024년 상반기 정기 신용평가 결과 그룹 지주사인 ㈜두산의 신용등급은 종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 지난해 정평에서 등급 전망이 상향된 뒤 1년만에 등급 상향에 성공했다.
온전한 상향은 아니다. ㈜두산은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두 곳에 유효 등급을 갖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한신평만 등급을 올렸다. 다만 나신평 역시 정기평가 이전인 지난 2월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꿔 달았다. 두 신평사 모두 계열사 지원 부담이 완화되었다는 것을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두산그룹은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된 2017년 이후 계열 신용등급 동반 하락을 겪었다. 당시 핵심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지주사인 ㈜두산이 A-에서 BBB까지 연쇄적인 등급 강등을 겪었다. 대규모 손실로 그룹 전체에 부담을 초래했던 두산건설 역시 B등급까지 신용도가 내려간 뒤 사모펀드(PEF) 운용사 큐캐피탈파트너스에게 매각됐다.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두산그룹의 선택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었다. 2020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긴급자금을 지원받고 약 2년여 기간 경영정상화 작업에 돌입했다. 두산인프라코어 등 주요 계열사는 물론 골프장과 부동산까지 3조원이 넘는 자산을 팔아치웠다. 4년이 흐른 현재 두산그룹의 재무구조와 사업 포트폴리오는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선제적 구조조정은 두산그룹에겐 낯설지 낯설지 않은 선택지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오비맥주 등 소비재 기업을 매각하고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며 중후장대 기업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일신한 바 있다. 이번에도 계열사 매각과 신사업 추진 등을 통해 기존 사업에 더해 신재생에너지, 차세대 원전, 로봇 등으로 사업을 다변화했다.
㈜두산의 개별 실적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사업지주회사로서 자체 현금창출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엔 다소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별도 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말 9871억원으로 전년(1조722억원) 대비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6.7%에서 2.5%로 줄었고, 부채비율은 57.5%에서 62.2%로 증가했다.
다만 지주사인 만큼 그룹 전체 신인도가 신용등급에 끼치는 영향도 크다. 특히 ㈜두산의 경우 전자비즈니스(BG) 부문의 우수한 사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계열사 지원에 나섰던 전례들이 있다. 이런 부분이 신용도에 끼쳤던 부담도 컸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주력 계열사들의 '호실적' 행진은 두산그룹으로서도 반가울 수밖에 없다.
◇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 호조에 재무여력 증가…회사채 발행 '연타석 홈런'
특히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은 올해 신용등급 상향 기조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나신평에 따르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두산에너빌리티 매출액은 2019년 3조7086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6519억원으로 증가했다. 4952억원에 달하던 당기순손실은 1042억원으로 감소했고, 올해 1분기에는 49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신용등급도 연초 ‘BBB’에서 ‘BBB+’로 상향됐다.
두산밥캣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 중이다. 연결 기준 2023년 매출액 9조7859억원, 영업이익 1조3899억원을 거뒀다. 재무상태 역시 2024년 1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3128억원으로 순현금 구조다. 이 회사 역시 올해 무디스, 스탠다드앤푸어스(S&P) 신용등급이 각각 한 단계씩 상승했다.
계열사 실적이 훈풍을 맞이하며 자본시장에서의 위상도 한층 올라간 모양새다. 공모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잦아지고 있는 것은 물론, 등판하는 기업마다 예외없이 흥행 사례를 기록 중이다. 이미 두산퓨얼셀, 두산에너빌리티, ㈜두산 등이 연달아 자금을 조달한 가운데 하반기 추가 발행 가능성도 크다는 평가다.
2월 회사채를 발행한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요예측을 거쳐 당초 목표보다 두 배 이상 증액에 성공했다. 조달 금리도 2년물 3.948%, 3년물 5.235%로 발행 당시 A~AA급 민평금리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두산과 두산퓨얼셀 역시 올해 두 차례씩 공모채 시장을 찾은 가운데 모두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호실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그룹 전반의 신용도 향상 추이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정평에서 ㈜두산의 등급을 유지한 나신평의 경우 상향요인을 '별도기준 총차입금/EBITDA 지표가 8배 이하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경우'로 제시했다. 계열사 지원 부담이 대폭 완화된 점, 지난해 두산로보틱스 상장 등으로 자금 상황이 나아진 점을 고려하면 상향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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