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기업 데드라인 점검]SK온, 파이낸셜 스토리보다 '생존 먼저'계열사 합병하면 사업별 가치평가 방식 유력…성장성과 안정성 사이 '간극' 메워야
이정완 기자공개 2024-07-22 13:34:06
[편집자주]
2010년대 후반 유동성 파티가 벌어지던 시기 많은 기업이 신사업 육성과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받았다. 대기업 계열사와 유니콘 기업 기대주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도 그 대상이었다. 투자 받을 때만 해도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지만 기대만큼 사업이 성장하지 않았거나 우호적인 시장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결국 상장을 포기한 기업도 나타났다. 더벨이 IPO 데드라인을 앞둔 기업의 상장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7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온이 출범할 무렵 SK그룹의 핵심 키워드는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였다. 외부 투자 유치를 위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넘어선 성장 스토리를 알리는데 앞장섰다. SK온 역시 이를 통해 조 단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성공했다.하지만 길어지는 SK온의 영업적자에 배터리 사업에 대한 그룹 차원의 고민이 깊어졌다. 회사를 떼어내 붙이는 리밸런싱(Rebalancing)이 한창인 가운데 SK온에 석유화학 트레이딩과 유류 탱크터미널 기업을 합병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파이낸셜 스토리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SK온이 본격적으로 상장에 도전하면 사업별로 가치를 합산해 기업가치를 산출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배터리를 바탕으로 높은 밸류(Value)를 원하지만 다른 사업은 그만큼 가치를 인정 받기 어려워 눈높이 조정이 필요하다는 평이다.
◇SK이노 주총서 언급한 상장기한 '2028년'
2021년 9월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된 SK온은 2022년 말부터 프리IPO 성과를 드러냈다. 2022년 12월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와 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을 재무적투자자(FI)로 유치해 1조2000억원을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5월 MBK파트너스와 SNB캐피탈을 통해 1조1000억원을 확보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싱가포르계 힐하우스캐피탈이 5300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FI도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최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은 SK온이 약속한 기한 내에 IRR(내부수익률) 기준 연 7.5% 이상 수익률로 IPO(기업공개)에 성공하지 못하면 SK이노베이션 보유 지분을 투자자 보유 주식과 함께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 right)를 약속했다.
이 때 약속한 기한이 2026년 말 도래한다. 다만 1년씩 2번 연장이 가능해 최대 2028년 말까지 미룰 수 있다. 상장 데드라인이 다가올수록 시장의 관심 역시 IPO 가능 여부에 쏠린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투자자와 협의를 통해 상황에 따라 1~2년 정도는 협의해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기업가치를 최대한 인정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전략이다.
기대감을 바탕으로 투자를 받을 때와 지금은 다소 상황이 달라졌다. SK온은 출범 후 10분기 동안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6000억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한 SK온은 올해 1분기에도 글로벌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해 3315억원의 영업적자를 나타냈다.
생존을 위해 짜낸 복안이 돈 버는 계열사와 합병이다. 같은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석유화학 트레이딩 기업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유류 탱크터미널 기업 SK엔텀을 합병을 고민하고 있다.
SK온 최대주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SK온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IB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SK그룹은 이사회가 끝날 때까지 관련 내용을 함구하고 있다. SK엔텀은 올 초 인적분할돼 이익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석유 업황과 무관하게 안정적 수익 창출이 예상되는 계열사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6000억원에 달한다.
◇'에퀴티 스토리'에는 일부 영향 불가피
만약 합병이 성사되면 SK온이 프리IPO에 한창일 때 시장에 알렸던 파이낸셜 스토리와는 결이 다른 회사가 된다.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 원년으로 삼은 2022년 초 지동섭 SK온 사장은 '2030년 글로벌 넘버원 달성'이란 키워드로 회사를 알렸다.
당시 SK이노베이션 뉴스룸과 인터뷰에서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력을 높이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며 "견고한 재무 실적 달성과 수펙스 수준의 가동률·수율 조기 달성을 통해 선순환 구조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배터리에 석유 터미널과 트레이딩이 더해진 회사가 되는 셈인데 이 경우 IPO시 가치평가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배터리와 석유 관련 사업을 별도로 평가해 가치를 합산할 것으로 점쳐지는데 석유 관련 비즈니스는 배터리만큼의 성장성을 인정 받을지 의문이라는 게 IB업계 반응이다.
하지만 SK온 입장에선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 받는 것 역시 중요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프리IPO에서 인정 받은 기업가치가 22조원인데 투자자에게 약속한 IRR까지 감안하면 이를 훌쩍 뛰어넘는 밸류로 증시에 입성해야 한다.
대표적인 배터리 기업 밸류에이션 선례가 2022년 증시에 입성한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시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과 삼성SDI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해 에비타(EBITDA) 멀티플 51배로 가치를 매겼다.
IB업계 관계자는 "캐즘을 버텨내는 측면에서 합병은 당연히 긍정적"이라면서도 "합병 후에는 순수 전기차 회사가 아닌데 그렇다고 해서 SK온이 밸류에이션 눈높이를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사업을 갖춘 회사로서 에퀴티 스토리에 힘이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밸류에이션과 별개로 SK온과 SK이노베이션 자회사와의 합병이 모든 문제를 풀어내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시선도 있다. SK온은 여전히 북미 지역 배터리 투자에 대규모 자금을 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예상되는 캐팩스(CAPEX)만 7조5000억원 수준이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현금을 창출하는 계열사와 합병은 하방 안정성을 지탱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SK온에 대한 시선을 완전히 반전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그룹 차원의 자금 같은 이벤트가 있어야 재무적 우려를 덜고 IPO 기대감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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