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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바이오는 지금]병원-생산-물류까지 알고보면 밸류체인, 신약 빼고 다 한다①전 계열사 역할 분담, 의대·병원·의약품·의료기기·보험 전주기 생태계 구축

차지현 기자공개 2024-07-22 09:07:05

[편집자주]

삼성그룹이 바이오제약을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한 지 14년여가 흐른 지금 그간 이룩한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연간 매출 3조원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길은 멀다. 글로벌 톱티어로 거듭나려면 '신약'은 필수다. 성공 확률이 0.001%도 안 될 정도로 희박한 꿈이지만 이를 현실화 하기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신약개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더벨이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8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모든 제품이 사라진다.' 변하지 않으면 도태한다는 위기의식은 글로벌 기업인 삼성그룹의 숙명이었다. 매 순간 미래 먹거리 발굴에 몰두했다. 고성장 고부가가치 바이오제약 사업에 뛰어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폐암 가족력이 있는 삼성가(家)에 있어 의료 사업은 필생의 과업이기도 했다. 창업주 고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과 장남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3남 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 모두 오랜 기간 폐암으로 투병생활을 했다. 의료 사업은 단순히 사업 그 이상의 의미였다.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는 확실한 실리와 명분. 바이오와 의료기기를 신수종사업으로 공식화한 지 14년여가 흐른 지금 삼성그룹은 병원-의과대학부터 시작해 보험, 의료기기, 의약품 제조와 바이오시밀러 개발, 물류 등을 아우르는 거대한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이제 남은 퍼즐은 단 하나 '신약'이다.

◇이병철 선대회장 의료사업 첫발, 이건희 회장이 적극 육성

삼성그룹의 헬스케어 사업은 크게 △병의원 △의료기기 △바이오제약으로 나뉜다. 의료 공헌 사업의 효시는 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 11월 이병철 회장이 서울 종로구에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을 열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운 건 이건희 회장이다. 국내에 세계 일류 병원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1994년 서울 강남구 일원동 땅을 매입해 삼성서울병원을 세웠다. 1996년 말 성균관대를 인수하면서 의대 부속 대학병원인 삼성창원병원까지 산하에 두게 됐다.

이로써 삼성그룹은 삼성의료원이라는 종합병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강북삼성병원은 삼성의료재단, 삼성서울병원은 삼성생명공익재단, 창원삼성병원은 성균관대학재단으로 각각 운영 주체는 다르지만 이들 병원은 긴밀한 협력 체계로 운영 중이다. 학계와 병원을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내비쳤던 삼성그룹은 2010년 바이오와 의료기기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당시 발표한 5대 신수종사업 가운데 헬스케어 분야가 두가지나 포함됐다는 점에 주목됐다. 그만큼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확신과 애정이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2011년 초 이건희 회장은 신사업추진단 임원에게 "바이오제약은 삼성그룹의 미래사업이다.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업이므로 사명감을 갖고 적극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헬스케어 사업의 중요성과 당위성으로 짧지만 많은 의미를 함축한 말로 회자됐다.

◇핵심 축 삼성전자·로직스…타 계열사 더해 밸류체인 완성

삼성그룹은 헬스케어 육성에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의료기기 측면에선 인수합병(M&A)으로 시장 공략을 꾀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디지털 엑스레이 업체 레이, 초음파 검사기기 업체 메디슨을 인수했다. 이듬해 미국 심장질환 진단 솔루션 업체인 넥서스를 인수했다. 2013년엔 미국 컴퓨터단층촬영(CT) 전문 업체인 뉴로로지카를 인수했다.

바이오제약 사업 행보는 더 가팔랐다. 2011년 미국 신약개발 업체 퀸타일즈와 손잡고 위탁생산(CMO) 업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이듬해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미국 바이오젠아이덱과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출범시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장 건설 등 인프라 확장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이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헬스케어 사업의 핵심 축이었다. 하지만 관련 사업을 영위한 게 이들 뿐은 아니었다. 삼성그룹의 헬스케어 사업은 전 계열사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는 형태로 이뤄져 왔다.

시스템 통합(SI) 업체 삼성SDS는 유전자 간 연관성을 보는 바이오인포매틱스 사업에, 방산 업체 삼성테크윈(현 한화비전)은 혈액분석장비 등 체외진단 사업에 각각 도전장을 내밀었다.

보험사 삼성생명은 환자를 대상으로 보험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헬스케어와 접점을 갖는다. 삼성의료원의 경우 재단을 통한 헬스케어 업종 투자, 교원 창업 등으로 저변을 넓혔다. 최근 삼성SDS는 의약품 물류로 사업 확장을 시사했다.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한 모든 계열사가 성공을 거둔 건 아니다. 계열사 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헬스케어라는 공통분모 아래 각 계열사가 '업의 본질'에 맞는 사업을 담당하는 전략의 장점은 명확했다. 거대한 밸류체인의 완성이다.

삼성그룹은 현재 의과대학부터 병의원, 의약품 제조와 바이오시밀러 개발, 의료기기, 보험, 물류에 이르기까지 헬스케어 전주기 생태계를 장악했다.

하지만 아직 완성작이라고는 할 수 없다.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그리고 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개발은 변두리 사업에 그친다. 글로벌 톱티어를 바라보는 삼성그룹의 마지막 퍼즐 조각은 신약이다.

한 번 제대로 만든 신약이 가져오는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선대회장의 정신을 잇는다는 점에서도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삼성그룹 내부 사정에 능통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헬스케어 사업은 선대 회장 시절부터 이어진 것"이라면서 "삼성그룹의 병의원 사업은 최초로 진료 예약제를 실시하거나 새 장례 문화를 도입하는 등 국내 의료 시스템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이오제약 사업에 있어서 반도체 제조업과 비슷한 CDMO등부터 시작했지만 신약개발도 오래전부터 고민하고 있는 걸로 안다"면서 "의대부터 삼성의료원 등 신약개발을 위한 인프라는 다 갖췄고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만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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