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증권신고서 분석]서울옥션블루, 기초자산 선정 고민 '대중성·가격'⑥1호는 앤디워홀, 2호는 윤형근…주요 3사 중 느린 발행 속도
서은내 기자공개 2024-07-25 10:53:44
[편집자주]
미술품의 공동구매, 즉 조각투자가 자본시장법 하의 제도권 영역으로 흡수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수치화된 미술품의 거래 정보들이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개되기 시작했다. 투자계약증권이라는 이름의 미술품 투자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단계다. 더벨은 해당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주요 3사들의 핵심 노하우와 기초자산 평가 방식, 투자 리스크와 실적 등에 대해 이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바탕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3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옥션블루는 미술품 조각투자업체로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업재편을 승인받은 후 현재까지 한 건의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성공시켰다. 또다른 한건의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도 준비 중이다. 1호 증권이 해외 작가 앤디워홀의 <달러사인> 원화를 기반으로 발행됐다면 2호 증권은 국내 작가 윤형근의 작품이 기초자산으로 선정됐다.서울옥션블루의 미술품 가치평가는 유사작품의 거래사례 비교방식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큰 틀에서보면 투게더아트의 가치평가 방식과 비슷하다. 동일 작가의 유사 작품 거래 사례 비교 방식을 사용해 자체적으로 적정 가격을 산출하고 외부 검증을 거쳤다. 1호 증권은 통일감정평가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로부터 외부 평가를 진행했다.
서울옥션블루가 1호 증권을 발행하는데에 기초가 된 자산의 취득금액은 6억2623만원이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산출한 적정가격 산출 범위 하한은 6억2452만원, 상한은 9억6691만원으로 취득금액이 하한에 가까워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외부 평가기관 감정평가액은 각각 7억원, 7억5300만원으로 그 역시 취득가보다 높았다.
◇ 기초자산 선정 고심…증권 발행 지체
현재까지의 속도로만 보면 서울옥션블루는 주요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 3사 중 가장 추진이 느린 편이다. 1월 19일 첫 증권을 발행했고 2호 증권은 현재 금감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의 정정제출을 요청받은 상황이다. 회사는 정정 신고서 제출을 9월로 예정하고 있어 발행이 완료되기까지는 2개월 이상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옥션블루가 1호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할 때 특히 시간이 많이 소요된 과정은 기초자산 선정 부분이었다고 한다. 서울옥션블루 관계자는 "경매 시장에서 핫한 작품을 선정할지 혹은 대중성이 높은 작품을 선정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미술계에선 익숙한 작가라도 일반인들에겐 낯설 수 있었고 인지도를 최우선 순위로 놓았다"고 말했다.
초기 감독원의 권고는 일반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기초자산을 선정하게 하는 경향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앤디워홀의 작품과 그의 '달러 사인' 작품이 경매시장에서 호기를 누리고 있었다는 점, 조각투자를 통해 미술품을 자본주의적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상징적 측면에서 서울옥션블루는 해당 작품을 1호 자산으로 선택했다.
기초자산의 가격대에 대한 고민도 시간을 지체시킨 요인이었다. 선정 작품 가격에 대해 감독원은 10억원 언저리를 권고했다고 한다. 증권 발행으로서의 일정 수준 규모를 갖춰야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서울옥션블루 측 입장에서는 미술시장 분위기를 고려할 때 해당 가격대의 작품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10억원 수준의 작품이 발행돼 투자자들에게 완판된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상환이 돼야 종결이 되는 것일텐데 현 미술시장에서 10억원짜리 그림이 사실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우리는 더 낮은 금액대를 원했다"며 "작품 선정이 그만큼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 유사작품 사례 모아 내부 가치산정, 외부 평가 거쳐
결과적으로 서울옥션블루가 1호 기초자산으로 선정한 것은 2023년 9월 26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6억원 2623만원에 매입한 달러사인이었다. 최종 증권의 발행 총액은 7억원이었다.
서울옥션블루는 기초자산 선정의 대전제를 '수익 실현'으로 못박고 있다. 기본적으로 투자자 수익실현이 가능한 작품을 기초자산으로 삼아야한다는 의미다. 우선은 글로벌 미술시장 기준 블루칩 탑 100위권 작가 범위 내에서 작품을 선정한다. 또 작품 가격 산정은 기초자산의 예술적 특징, 해당 작가 작품의 경매시장 동향, 경매 이력 중 유사작 거래 사례를 토대로 진행했다.
서울옥션블루 1호 증권의 신고서를 보면 앤디워홀의 국내외 경매시장 거래 이력이 나온다. 글로벌 미술품 경매 정보사이트 아트프라이스(Artprice.com) 데이터에 따르면 앤디워홀의 작품은 2018년부터 2023년 11월 사이 연 평균 1703건이 거래됐으며 연 평균 거래총액은 2억3876달러(한화 약 2898억원)로 집계됐다. 매년 꾸준히 1200여점 이상이 거래되고 있고 낙찰총액 기준 1183억원 이상씩은 꼭 거래가 되고 있다.
자산의 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은 앤디워홀 작품 중 유사 작품의 사례를 모아 진행됐다. 앤디워홀 작품 중 제목이 달러사인이고 도상이 비슷하며 캔버스에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작업한 작품 중 비슷한 크기의 작품, 또 비교할 만큼 충분한 이력을 가진 8호, 3호 크기 작품 중 지난 10년간 글로벌 경매사에서 거래된 사례들을 기준으로 이력을 모았다.
해당 사례를 토대로 집계한 데이터에서 통계학적 기법을 통해 이상치를 검토, 이상치들을 제외한 후 기초자산 추정 적정가 범위를 산정했다. 최종적으로는 해당 가격의 범위에 발행사의 기초자산 매입가격이 최저치에 근접해있다는 점을 들어 기초자산 가격의 적정성을 뒷받침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서은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CEO를 사로잡은 예술]"예술이 전한 영감, 도전적인 기업경영의 원천"
- [미술품 증권신고서 분석]매입처 이슈 또다른 논쟁, 매도인과의 '특수관계'
- [미술품 증권신고서 분석]투자계약증권 발행, 기초자산 매입처 최대 '난제'
- [금융권 아트 브랜딩]하나은행, 금융기능 얹어 미술품 신탁 도전
- [Art Price Index]아야코 록카쿠, 하드보드지 그림에 쏠린 경합
- [Art Price Index]이배 '화이트라인' 시리즈 시장 인기 입증
- [금융권 아트 브랜딩]하나금융, 20년 넘게 이어진 아트뱅크 의지
- [살아나는 MICE]벡스코 '독특한' 자본구조, 총자산 웃도는 '자본금'
- [Auction Highlights]케이옥션, 평균 출품가 1억대…고가 비중 상승
- [Auction Highlights]서울옥션, 천경자 <여인의 초상> 4년만에 재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