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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바이오는 지금]신약 한다면 구심점은 준비된 '삼성바이오에피스'④시밀러 통해 인프라는 확보…그룹 바이오 일군 삼성종기원 출신, CDO 전면

차지현 기자공개 2024-07-25 09:20:57

[편집자주]

삼성그룹이 바이오제약을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한 지 14년여가 흐른 지금 그간 이룩한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연간 매출 3조원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글로벌 톱티어로 거듭나려면 '신약'은 필수다. 성공 확률이 0.001%도 안 될 정도로 희박한 꿈이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신약개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더벨이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4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의 신약개발 구심점은 누가 뭐래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약 사업 진출 시 이해상충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신약개발 전문 합작법인(JV) 설립 등의 방안도 거론되지만 현재 연구개발(R&D) 거점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중책을 맡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약개발로 보폭을 조금씩 넓히고 있는 가운데 구심점으로 부상한 인물이 있다. 초기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을 일군 민호성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이다. 5년 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떠났다가 작년 삼성바이오로직스로 복귀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CDMO사는 이해상충, 신약개발 중추 지목된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그룹이 정말 신약개발에 나선다면 누가 사업을 이끌게 될까. 예상 시나리오로 현재 바이오 사업을 담당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맡는 방안 그리고 삼성그룹이 신약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JV를 설립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현존하는 시스템과 인프라를 활용하는 데 방점을 둔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약사업을 이끄는 방안이 가장 설득력을 얻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제껏 R&D 거점으로의 역할을 잘 수행해 왔다. 보유한 바이오시밀러 제품 및 파이프라인만 총 11개다. 일시정시 상태긴 해도 신약 파이프라인 'SB26'도 보유했다. 콘텐츠가 없을 뿐 이미 신약개발을 위한 준비된 플레이어다.


이와 달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선뜻 나서기 어려운 처지다. 고객사의 민감한 신약개발 정보를 접하는 CDMO 사업 특성상 신약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건 금기기 된다. 내로라하는 CDMO 업체 스위스 론자나 중국 우시도 신약개발엔 선을 긋고 있다.

JV 설립도 선택지 중 하나다. 삼성그룹이 해외 벤처캐피탈(VC)와 JV를 세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모더나 창업 VC인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과 상당한 교감을 하고 네트워크를 돈독하게 맺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전망으로 더욱 주목된다.

하지만 가용인력을 동원하는 게 더 수월하다. 바이오시밀러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데 따라 결국 신약으로 나아가야 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약 사업을 이끄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신약개발과 관련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계열사다. 2022년 하반기 선행개발본부를 꾸렸다. 기존 바이오시밀러를 연구개발하던 개발본부와는 차별화된 조직이다. 바이오시밀러와 신약의 후보물질 도출 등 초기연구를 수행한다. 3월 말 기준 38명의 인력이 배치돼 있다. 총 R&D 인력의 7% 수준이다.

삼성그룹의 바이오 투자 펀드인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 운용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올해 단행한 3건의 투자 중 2건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주도한 걸로 파악된다. 투자처는 펀드 운용 4개 계열사가 소통해 결정하는데 삼성바이오에피스 입김이 크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그룹 바이오 사업 일군 초기멤버, 에피스서 로직스로 복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약개발로 보폭을 조금씩 넓히고 있는 가운데 신약 사업 전반을 이끌어갈 인력에도 눈길이 쏠린다. 최근 들어 그룹 내 바이오 사업 전 영역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인물이 바로 민 부사장이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에서 동일한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97년부터 빅파마 암젠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다 2008년 삼성그룹에 합류했다.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에 있어 민 부사장은 역사 그 자체다. 그룹 바이오 사업 시발점인 삼성전자 삼성종합기술원(SAIT) 출신으로 초기 바이오 사업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근간을 세웠다는 평가다. 바이오 사업의 첫삽을 뜨기도 전부터 근무하며 초석을 다졌다는 점에서 민 부사장의 상징성이 부각된다.


민 부사장은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출범부터 함께해 7년 이상을 몸담았다. 초기 항체 연구부터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임상 등을 담당했다. 돌연 회사를 떠난 건 2019년, 중국 CDMO 업체 진스크립트 프로바이오에서 대표를 맡으면서다. 진스크립트는 2002년 미국 뉴저지주에 설립돼 2015년 홍콩거래소(HKEX)에 상장한 글로벌 CDMO사다.

잠시 회사를 떠났던 그는 지난해 8월 삼성그룹으로 돌아왔다. 눈에 띄는 점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아닌 모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로 복귀했다는데 있다. 고 대표와의 오랜 인연이 민 부사장 복귀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도 회자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직에 오르면서 그가 맡은 업무는 위탁개발(CDO) 역량 강화다. CDO는 세포주나 생산 공정, 제형 및 분석법 등을 개발하는 기술로 공정 앞단에 위치해 신약개발과도 맞닿아 있다. 그가 수장이 된 후 CDO 조직은 센터로 격상됐고 출시 CDO 플랫폼도 대폭 늘었다. 그만큼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올해 6월 바이오USA에 존림 대표와 함께 참석하며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삼성그룹 내부 사정에 능통한 업계 관계자는 "민호성 부사장은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 기틀을 닦은 초기 멤버이자 향후 그룹 신약을 이끌 핵심축으로 거론된다"며 "삼성종합기술원에서 민호성 부사장과 같이 근무했던 그룹 고위층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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