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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AI반도체 생존게임]AI 캐즘 우려? 자체 생태계 조성 기회 '뭉치면 산다'④전공정부터 후공정까지 소화 가능, 클라우드 내재화 속도

김도현 기자공개 2024-08-14 10:24:20

[편집자주]

사피온과 리벨리온 합병 추진으로 국내 AI 반도체 업계를 향해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토종 '빅3' 중 2곳이 뭉친 데 따른 시너지 기대와 스타트업의 한계를 보여준 단면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지난해부터 AI 시대가 본격화한 가운데 이제는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와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토종 AI 반도체를 둘러싼 상황과 성공 가능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2일 13: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증시의 인공지능(AI) 랠리가 중단되면서 'AI 거품론'이 확산하고 있다. 관련 투자 대비 사업화, 수익 등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 탓이다. 이 때문에 여느 산업보다 AI 수혜가 강했던 반도체 업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스타트업들이 급부상했으나 수년간 준비한 제품을 내놓기도 전에 전방 시장이 흔들릴 위기다. 업계에서는 자체적으로 탄탄한 생태계를 갖춰 해당 여파를 최소화하는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메모리부터 위탁생산(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AI 반도체 전주기를 소화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중장기적으로 AI 분야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 현상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 AI 반도체 승부처 돌입

12일 업계에 따르면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이 합병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올 6월 각사 투자사로 있는 SK텔레콤과 KT가 추진 소식을 전한지 2개월 만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통합 법인을 이끌 예정으로 기업공개(IPO)도 기존 일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토종 AI 반도체 톱3로 꼽히는 양사 간 합병은 여러 의미가 있다. 이 중에서도 개별 스타트업이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기 힘들다는 측면이 가장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인력, 자금 규모 등 체급차가 확실한 상태에서 단독으로 맞붙어서는 버티기 힘들다는 뜻이다.


AI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이 AI 시장을 주도하는 시점에서 국내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기업이 나와야 한다. 더불어 역할이 나눠진 업체끼리 밀접한 교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모든 기업이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처럼 합칠 수는 없다. 대신 전·후방 기업의 네트워크 강화는 충분히 이행할 수 있다.

우선 AI 반도체와 짝을 이루는 메모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책임질 수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물론 저전력 D램(LPDDR),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등 모두 제공 가능한 곳들이다.

최근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딥엑스 등이 파운드리를 대만 TSMC로 전환하거나 분배하는 사례가 있지만 기존 협업하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전자를 돕는 가온칩스, 세미파이브, 코아시아, 에이디테크놀로지 등 디자인하우스들도 토종 AI 반도체와 긴밀하게 논의 중이다.

후공정을 담당해야 할 하나마이크론, SFA반도체 네패스 등 테스트 및 패키징 외주(OSAT) 업체들은 전용 라인 또는 기술 확보에 여념이 없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소재, 장비 등은 이들 협력사들이 준비하고 있다.

일련의 과정이 유의미 있는 결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공급망 내 기업들이 빈번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 또는 정부 차원에서 연결고리를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디자인하우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함께 롱런하기 위해서는 국내 팹리스가 생존하고 이를 중심으로 서플라이 체인이 구성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HN 광주 데이터센터

◇네카오·통신사 등 내수 고객 확보 '초점'

엔비디아, AMD 등이 AI 반도체 주도권을 잡은 건 아마존, MS, 구글 등 자국 기업 영향이 크다. 빅테크들이 해당 칩을 구매하지 않았다면 젠슨 황(엔비디아 CEO), 리사 수(AMD CEO)의 매직은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AI 반도체 수요를 초기에는 내수에서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레퍼런스를 통해 해외 진출까지 모색할 수 있다.

사피온코리아,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를 받은 건 각각 SK텔레콤, KT, 네이버, 카카오 등 동맹군이 있었던 덕분이다. 이같은 협업은 차세대 칩 개발로도 이어지고 있다.

더욱 활발한 교류를 위해 정부는 국가AI위원회 출범을 추진하는 등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4월에는 2027년까지 AI 반도체 부문에 9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관련 혁신기업에는 1조4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지원할 방침이다.

빅테크가 장악 중인 AI 서버 내재화도 노린다. 'AI 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기술 개발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는 것이 한 예다.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이 개발한 AI 반도체가 네이버, NHN클라우드 등 데이터센터에 장착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AI 캐즘으로 글로벌 공급망 조성이나 투자 등이 지연되면 한국 기업에 장기적으로 긍정 요인이 될 수 있다. 정체되는 동안 뭉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기술, 인재 등을 확보한다면 재활성화 시점에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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