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메모리 레이스]HBM4 연내 가시화, D램 선두의 숙제 '수율 잡기'삼성 '1c' 직행 승부수, SK '1b' 유지 예고
김도현 기자공개 2024-09-04 10:36:56
[편집자주]
메모리 시장에 차디찬 겨울이 지나고 따사로운 봄이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HBM을 필두로 DDR5, eSSD 등 기존 제품까지 살아나면서다.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례 없는 불황을 겪으면서 더욱 단단해진 모양새다. 다만 이전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내준 삼성전자의 압도적 선두 지위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올해 자존심 상한 삼성전자와 자신감 붙은 SK하이닉스 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두 회사의 '메모리 레이스'를 추적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3일 13: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세대교체가 한창인 가운데 연내 6세대 제품(HBM4)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산업을 둘러싼 여러 우려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기작의 적기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내년 하반기 등장할 HBM4에서의 특이점은 원재료가 되는 D램이다. 양사는 다른 선택을 했다.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알 수 없으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D램 1위 삼성전자의 카드가 통할지 관건이다. 아직까지는 SK하이닉스 우위에 무게가 실린다.
◇HBM4 테이프아웃 임박, 하이닉스 강세 이어지나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4분기 중 HBM4 테이프 아웃(Tape-out)에 돌입할 예정이다.
테이프 아웃은 반도체 개발에서 생산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단계다.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가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에 도면을 넘기는 것을 뜻한다. 마스크(Mask) 테이프 아웃(MTO)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통상 테이프 아웃에 들어가면 3개월 전후로 시제품이 나온다.
전반적인 일정은 SK하이닉스가 앞설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는 이르면 10월 테이프 아웃을 마무리한다. 이대로면 삼성전자보다 약 2~3개월 빠른 진행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을 정식 공급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예상보다 계속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적층해 만든다. 따라서 개별 D램 성능이 HBM의 핵심 요소로 여겨진다. HBM3E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0나노미터(nm)급 4세대(1a), 5세대(1b) D램을 쌓았다. SK하이닉스가 더 좋은 D램을 쓰면서 HBM3E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HBM4에서 승부수를 띄운다. 1b를 건너뛰고 6세대(1c) D램으로 바로 넘어갈 방침이다. 단번에 첨단 D램을 적용해 성능 측면에서 경쟁사를 넘어서겠다는 의지다.
SK하이닉스는 안정성 차원에서 1b D램 도입이 유력하다. 최근 1c D램 개발 소식을 전한 SK하이닉스는 해당 제품을 7세대 HBM(HBM4E)부터 활용할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 비교로는 삼성전자가 유리해보이나 변수는 수율(완제품 중 양품 비율)이다. 삼성전자는 HBM에 앞서 D램 경쟁력까지 무너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과거 1b D램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이 HBM3E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1b D램 수율은 50% 내외로 SK하이닉스(60%대 추정)에 뒤처진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는 1b D램 플랫폼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1c D램을 개발하면서 수율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후문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1c D램 수율이 크게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b D램과 수배 이상 차이난다는 증언이 이어진다. 1c D램 수율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HBM4 일정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격을 노리는 삼성전자에 치명적인 시나리오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파운드리와의 협력이다. HBM은 D램은 집적한 코어다이와 메모리 컨트롤러 역할을 하는 로직다이로 나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준이 높아지면서 로직다이 정밀도 향상이 불가피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HBM4부터 로직다이를 TSMC에 맡기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파운드리를 활용한다. 이러한 연계가 얼마나 원활하게 이행되느냐도 HBM4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빅테크 잡아라' 양사 경영진 대만행
지금까지 HBM 물량은 사실상 엔비디아가 독차지했지만 내년부터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처리장치(GPU) 2위 AMD가 빠르게 제품군을 확대하는 것을 비롯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퀄컴, 브로드컴 등 빅테크들도 AI 반도체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미 자체 칩을 활용하는 곳도 있으나 내년이 진정한 '탈엔비디아' 원년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만 바라볼 필요가 없는 셈이다.
고객 다변화를 위해 메모리 양강은 HBM 어필에 나선 상태다. 이달 4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세미콘 타이완 2024'에 핵심 임원이 참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당 전시회는 SEMI에서 주요 국가마다 개최하는데 반도체 소재, 장비사가 주를 이룬다. 반도체 제조사는 참관하는 정도였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장인 이정배 사장, SK하이닉스는 AI 인프라 담당인 김주선 사장이 기조연설을 진행한다. 한국 또는 미국이 아닌 대만에서 열리는 행사에 사장급이 무대 위에 오르는 건 이례적이다.
이외에도 린준청 삼성전자 부사장, 이강욱 SK하이닉스 부사장 등도 기술 강연을 위해 대만으로 향한다. 양사의 HBM 사업 확장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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