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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시스템반도체 비상, 테일러팹 가동 연기 당초 목표보다 약 3년 지연, 모바일 AP 사업 불투명

김도현 기자공개 2024-09-12 08:18:58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1일 1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주력인 메모리 경쟁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뒤를 받쳐야 할 시스템반도체 분야마저 힘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19년(당시 부회장)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지 5년이 넘은 시점에 위기를 맞은 셈이다. 두 축인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 모두 분위기가 좋지 않다.

파운드리는 대형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투자 일정이 밀리고 있고 시스템LSI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존폐까지 거론되는 상태다. 당장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파운드리 신공장 '하세월', P4 메모리 전환 가능성↑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테일러팹) 가동이 최대 2027년까지 미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테일러팹은 2021년 11월 설립이 확정된 바 있다. 애초 2024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예정된 공사 스케쥴대로 흘러가지 않은데다 반도체 업황마저 가라앉은 영향이다.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사업장

이후 삼성전자는 2025년부터 테일러팹에서 4나노미터(nm)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공유했으나 재차 연기됐다. 현재는 양산 시점을 2026년으로 수정한 상태다.

문제는 또 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통상 반도체 공장은 클린룸 등 인프라 설비를 갖춘 뒤 증착, 노광, 식각 등 공정 장비를 투입한다. 클린룸 설치는 6개월~1년 소요된다. 현시점에서 삼성전자와 협력사 간 테일러팹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내년 또는 내후년부터 공장을 돌리려면 이미 장비 납품 관련한 조율이 진행되고 있어야 하는데 아직이다. 이렇게 되면 테일러팹 가동은 더욱 늦어질 것"이라면서 "2026년도 힘들고 2027년에서야 본격 생산에 돌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고 설명했다.

더 이상 반도체 업황을 명분으로 삼기에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수요가 살아나는 형국이다. TSMC가 투자를 재개하고 공격적인 증설을 이어가는 것이 방증이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가 빅테크들을 유치하지 못하면서 테일러팹 구축에 속도가 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함께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이던 소재사들은 발만 구르고 있다.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등은 테일러팹 가동에 맞춰 필수 소재를 납품할 계획이었으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2분기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11.5%다. 이 기간 TSMC는 62.3%로 약 50%의 격차를 보였다. 인텔이 고전하면서 삼성전자는 한시름 덜었지만 TSMC와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AI 반도체 생산을 TSMC가 사실상 독점하면서 추후 간극이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 4공장(P4) 운영에도 변화를 준다. 당초 메모리와 파운드리 라인이 공존하는 복합팹 콘셉트였으나 고대역폭 메모리(HBM), 기업용(e)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수요가 늘면서 메모리 전용은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파운드리 부진도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엑시노스2500 렌더링 이미지

◇엑시노스2500 빨간불, 갤럭시S25 배제 유력

시스템LSI사업부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야심차게 준비한 차세대 모바일 AP '엑시노스2500'가 빛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앞서 '엑시노스2200'이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 논란에 휩싸이면서 '엑시노스2300'은 상용화되지 못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연초 삼성전가 출시한 '갤럭시S24' 시리즈에 '엑시노스2400' 장착되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전 모델에 적용된 건 아니지만 복귀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기세를 이어 내년 공개될 '갤럭시S25' 시리즈에서는 엑시노스2500 비중을 늘리고자 했지만 아예 배제될 것이 유력해졌다.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을 도입해 제작했으나 발열, 수율(완제품 중 양품 비율) 문제를 빠르게 개선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과의 'AI폰' 경쟁이 점화된 상태에서 삼성전자 모바일익스리피언스(MX)사업부는 차기작에서 퀄컴의 차세대 AP를 전량 채택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현실화하면 엑시노스2500은 갈 길을 잃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엑시노스 시리즈를 유지하는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이는 시스템LSI사업부는 물론 파운드리사업부에도 대형 악재다. 고성능 컴퓨팅(HPC), 오토모티브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모바일이다.

엑시노스2500이 최대 응용처에 적용되지 않는 건 양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사업부에도 큰 손실이다. 퀄컴이 과거처럼 삼성전자에 AP 생산을 위탁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만회할 수도 없다.

시스템LSI사업부는 갤럭시S25 대신 2025년 하반기 등장할 7세대 폴더블폰에 엑시노스2500을 탑재하는 식으로 로드맵을 재설정할 방침이다. 그동안 퀄컴 '스냅드래곤'이 독점해온 제품이라 인증을 받더라도 처음부터 대량으로 장착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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