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주가에 관심이 없습니다" [thebell desk]

조영갑 벤처중기2부 차장공개 2024-09-03 14:00:12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9일 0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린 주가에 관심이 없습니다."

주밍아웃이랄까. 초면에 인사를 나누는 상황에서 느닷없는 CFO의 고백에 당황했다. '아니, 기업공개를 한 주식회사가 주가에 관심이 없다니.' 최근 만난 김건 지엔씨에너지 상무의 멘트다.

지엔씨에너지는 비상용 발전기, 바이오가스 발전, 연료전지 사업 등을 영위하는 에너지 솔루션 기업이다. 국내외 빅테크들이 AI 시대를 맞아 대형 인터넷 데이터센터 건립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용량 비상용 발전기 수주로 특수를 맞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주요 엔드유저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1600억원대의 견조한 매출, 영업이익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가치의 척도인 시총은 1000억원 초반대다. 순자산이 1300억원 가량인데 시가총액이 낮게 형성돼 있어 PBR(주가자본비율) 역시 0.66배 수준으로 낮다.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이야기다. 부채비율은 70% 선이고 유보율은 1648%다. 크진 않지만 단단한 회사란 이야기다.

많은 경우 CFO들은 이런 상황에서 "주가에 대해 고민이 많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며 되물어 오는데, 김 상무의 태도는 '딸각발이' 그 자체였다. 그의 논리는 이랬다. 특히 코스닥의 주가라는 게 기업의 내재가치나 포텐셜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그가 몸 담았던 오너회사 상장사들이 하나 같이 단기적 주가에는 관심이 없었던 회사들이지만 업계 내에서는 존경을 받는 회사들이었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주가 관리에 골몰하는 회사의 경우 세력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했다. 시장에서 유포하는 테마라는 게 로직이 전혀 없는데 결국 개미(개인투자자)만 들러리를 서는 상황을 만든다는 타사 CFO의 말이 떠올랐다. 유통량이 적은 상장사의 경우 특히 타깃이 되기 쉽다. 그 경우 회사의 뜻과 관계 없이 사업성은 소거되고 코스닥의 미꾸라지가 될 위험도 있다.

이런 꼿꼿함의 기저에는 오너의 굳건한 의지도 있다. 1957년 생 안병철 대표는 죽어도 회사 안에서 죽겠다는 주의자다. 향후 회사 매각을 염두에 두면 시총이 신경 쓰이겠지만 사업을 가장 잘 아는 자신이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결기가 있기 때문에 그럴 이유가 없다는 얘기였다. 안 대표는 개인비서와 기사 없이 스스로 일정을 챙기는 '셀프 CEO'이기도 하다. 심플한 스타일이다.

뻔한 말인 것 같지만 결론은 '빅 투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이란 이야기로 귀결됐다. 산업군 내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다지고 건강한 투자로 포텐셜을 끌어올리는 게 주식회사의 본령이라는 논리였다. 밸류는 그 이후 문제라는 얘기. 지엔씨에너지는 IDC 비상용발전기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메이커다. 현금 동원력을 토대로 최근 포스코인터내셔널로부터 파푸아뉴기니 발전소를 인수, 해외 사업까지 발을 뻗치고 있다. 이와 관련 염가매수 차익 138억원을 순이익에 산입하면서 "싸게 잘 샀다"고 뽐냈다. 연료전지 사업도 유망하다.

상장사가 주주들의 기본적 욕구를 도외시하는 것은 책임 방기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코스닥 시장에서 소수의 욕구를 위해 주가에만 골몰하는 세력을 수도 없이 목격하고 있다. 지엔씨에너지처럼 주인의식과 스토리를 갖고 회사를 키워가는 회사는 역설적으로 주가로 평가받을 것이다. 회사의 밸류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