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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데스밸리' 지나는 벤처캐피탈

유정화 기자공개 2024-09-02 09:06:31

이 기사는 2024년 08월 30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생 벤처캐피탈(VC)들도 ‘데스밸리(Death Valley)’ 구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설립 3년도 안 된 VC들이 생존 기로에 놓여 있는 상황이죠."

얼마 전 한 신생 VC 투자심사역과 식사를 하던 중 나온 이야기다. 데스밸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 북쪽의 지역이다. 뜨겁고 건조한 날씨 때문에 생명이 살 수 없는 혹독한 환경에 빗대 도산 위기에 직면한 스타트업을 일컫는 용어다.

스타트업의 경우 창업 후 3~7년 기간을 데스밸리 구간이라고 표현한다. 설립 초기 마련한 투자금이 바닥을 보이고 사업이 궤도에 진입하지 못해 성장 정체기에 들어서는 시기다. 이런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VC들도 데스밸리를 맞닥뜨리고 있다.

올해 벤처투자회사 6곳이 등록을 말소했다. 지난해 연간 규모(4개사)를 이미 넘어섰다. 폐업한 VC 대부분은 설립 3년도 채 안된 하우스다. 설립 이후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 조차 못하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VC도 다수다.

벤처투자 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총 54곳의 벤처투자회사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투자 이력이 없다. 실적이 없으면 중기부의 제재를 거쳐 라이선스를 말소당하기 때문에 일부 VC는 고유계정(자기자본)으로 소액을 투자하는 식으로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

신규 펀드 조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사 기로에 놓인 VC가 적지 않다.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등은 ‘1년간 미투자’를 이유로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수년 전 만든 펀드 하나로 연명하고 있는 투자사도 많다. 통상 회수 기간엔 투자 관리 보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인건비 충당을 위해선 신규 펀드 결성이 꼭 필요한데 기존 펀드로 ‘버티기’만 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중소형 벤처캐피탈간 인수·합병(M&A) 논의도 물밑에서 활발하게 오가고 있다. 가령 비전에쿼티파트너스는 올해 케이브릿지벤처스와 살림을 합쳐 펀드 운용 역량을 키웠다. VC 역량을 가늠하는 척도 운용자산(AUM)도 685억원에서 1143억원으로 늘었다.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신생 VC들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벤처투자 시장이 커지기 위해선 신생 VC 중심의 자금조달 구조가 활발하게 이뤄져 도전적인 투자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자본금만 까먹다 퇴출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전향적 관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내년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모태조합(모태펀드) 출자예산을 올해보다 10% 늘어난 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신생 VC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출자사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투자 스펙트럼의 관성화된 행태에서 벗어날 때 모험자본도 생명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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