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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메모리 레이스]내년 '400단 낸드' 시대, 해외 장비사 물밑 경쟁램리서치·TEL '극저온 식각' 강조, 연이어 차세대 제품 출시

김도현 기자공개 2024-08-26 07:59:33

[편집자주]

메모리 시장에 차디찬 겨울이 지나고 따사로운 봄이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HBM을 필두로 DDR5, eSSD 등 기존 제품까지 살아나면서다.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례 없는 불황을 겪으면서 더욱 단단해진 모양새다. 다만 이전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내준 삼성전자의 압도적 선두 지위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올해 자존심 상한 삼성전자와 자신감 붙은 SK하이닉스 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두 회사의 '메모리 레이스'를 추적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3일 18: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용(e)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중심으로 낸드플래시 수요가 살아나는 가운데 차세대 제품 경쟁도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올 4월 세계 최초로 280단대 낸드를 양산하면서 불을 붙였다. 내년 상반기 300단대, 하반기 400단대 제품까지 등장할 전망이다.

초고층 낸드 시대가 열리면서 핵심 공정을 담당하는 업체들도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식각 장비사인 미국 램리서치와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 대표적이다. 생산성, 지속가능성 등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양사와 협업하면서 최신 설비 도입을 준비 중이다.

◇적층 대결 본격화, 영하 63도에서 식각 진행

과거 낸드는 데이터 저장소(셀) 간격을 좁히면서 용량을 늘려왔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낸드 특성상 단층으로 고용량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층층이 위로 쌓는 3차원(3D) 수직구조(V)낸드가 등장했다. 2013년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주요 플레이어는 모두 해당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낸드는 24단으로 시작해 현재 200단대에 이르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고층 제품은 286단, 238단 수준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상반기 321단 낸드를 양산할 예정이다. 차기작으로 유력한 400단대 낸드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 V9 낸드

V9(286단)까지 내놓은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에는 V10(430단대)을 선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V11(570단대) 개발도 착수했다는 후문이다.

적층 과정에서 전자가 이동하기 위한 구멍(채널 홀)을 뚫어야 한다. 채널 홀이 기울거나 울퉁불퉁하면 전자 이동속도가 느려지는 등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반듯하게 식각해야 한다. 단수가 높아질수록 더욱 깊게 파내야 하기 때문에 식각 난도가 대폭 올라간다.

채널 홀의 균일도를 나타내는 척도인 '프로파일' 편차를 최소화하는 것이 지상과제인 셈이다. 이를 위해 등장한 것이 '극저온 식각'이다.

기존 식각의 공정 온도는 영상 0~30도 수준으로 전해진다. 채널 홀이 깊어지면서 온도를 영하 20도 내외까지 낮췄다. 영하로 가면 식각 가스가 응결되면서 이온이 빨리 투입되고 이는 식각 속도 증대로 이어진다. 현시점에서는 영하 63도까지 구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균일한 채널 홀의 모습

또한 상온에서 식각하면 탄소 소재를 통해 채널 홀 벽면에 방어막을 쳐야 하는데 응결 효과로 해당 물질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탄소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태원 램리서치 유전체 식각사업 부문장은 "온도를 낮출수록 식각 속도가 빨라지는 등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또 다른 화학 반응으로 채널 홀이 삐쭉빼쭉돼 이걸 다시 제거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영하 63도가 양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한 번에 높은 단수의 채널 홀을 뚫기 위해서도 극저온 식각이 도움이 된다. 200단대에 접어들면서 주요 업체는 2번(더블 스택), 3번(트리플 스택)에 나눠 낸드를 쌓는데 스택이 늘어나면 제조 공정이 늘어나고 안정성이 떨어진다. 최신 극저온 식각 기술을 도입하면 이론상 단번에 200단 이상 낸드를 원스택으로 구현할 수 있다.

램리서치와 TEL은 '크라이오(Cryo)'라는 극저온 식각 장비 주도권 다툼이 한창이다. 극저온 식각 자체는 램리서치가 업계 최초로 구현했으나 최근 TEL이 차세대 설비 성능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판도 변화를 가져온 상태다.

이에 따라 신규 라인업은 램리서치보다 TEL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테스트 장비를 먼저 넣은 것으로 파악된다. 고객마다 세부 일정은 다르지만 업계에서는 400단대 낸드부터 최신 극저온 식각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준홍 램리서치코리아 대표

◇선수 친 TEL, 램리서치 반격 통할까

TEL의 신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면서 램리서치가 향후 극저온 식각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부에서 위기감이 감돈 램리서치는 발 빠르게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맥락에서 이달 3세대 제품인 '크라이오 3.0'을 출시했다.

램리서치는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크라이오 3.0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했다. 이날 박준홍 램리서치코리아 대표는 "크라이오 3.0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다. 고객 표현으로는 익사이티드(Excited)'하다고 한다. 고무적인 결과고 궁극적으로 1000단 낸드까지 구현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램리서치에 따르면 크라이오 3.0은 기존 식각 대비 에너지 사용량 40%, 탄소배출량 90%를 절감한다. 식각 속도는 2.5배 빠르고 프로파일 편차는 대폭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기존 식각 설비에 크라이오 3.0 솔루션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비용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양산에 쓰이는 극저온 식각 장비는 100% 램리서치가 만들었다. 크라이오 3.0에 머물지 않고 4.0, 5.0 등으로 성능 향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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