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밸류업 점검]배터리 기대감이 좌우한 PBR…밸류업 여력만큼은 '확실'①2021년 초 1배 반짝 돌파…자회사 사업보다 1.4조 현금 활용·주주환원책에 관심
정명섭 기자공개 2024-09-11 07:28:33
[편집자주]
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정책에 호응하는 한편 미래지속가능성장을 위한 투자유치 기회로 삼고 있다. ㈜LG가 준비하는 밸류업 전략을 살펴보고 시장의 가치평가 기준이 되는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9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는 SK㈜, 삼성물산 등 재계 다른 지주회사들과 달리 순수 지주회사로 불린다. 자체 사업이나 투자보다 자회사 관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주요 수익원(별도 기준)은 9개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과 상표권 수익, 임대수익(LG트윈타워 등) 외에 지분 50%를 보유한 LG CNS의 연결 매출 정도다. ㈜LG를 '투자형 지주회사', '사업형 지주회사'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다.이에 ㈜LG의 기업가치는 자회사 가치에 따라 변화해왔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에는 확장기를 맞이한 배터리 부문의 사업구조 재편이 주가 상승을 주도했지만 중복 상장 문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되레 저평가의 핵심 요인이 됐다.
그럼에도 투자업계는 ㈜LG 밸류업에 주목한다. 기업가치 제고 여력만큼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1조원이 넘는 현금성자산의 활용 방안, 대규모 자기주식 소각 가능성, 비상장 자회사 LG CNS의 기업공개(IPO) 등이 시장의 관심사다.
◇배터리 사업구조 재편에 울고 웃은 ㈜LG 가치
㈜LG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이달 들어 0.47~0.51배 사이에서 움직였다. 연초 수준(0.45배) 크게 다르지 않은 저평가다. 지난 2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따른 주가 부양 기대감으로 PBR이 한때 0.6배 이상으로 올랐으나 '깜짝 반등'에 그쳤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의 가치가 장부가치에 미치지 못하다는 뜻이다. 즉 회사가 보유 자산을 전부 매각하고 사업을 접을 때보다 지금 주가가 싸다는 의미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2018년 6월 말 이후 ㈜LG의 PBR이 1배를 넘어선 시기는 2021년 초 정도다. 1월 말경에 1.01배, 4~5월경 1.1배까지 올랐다. 근간에는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의 분사(LG에너지솔루션)가 있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전망되면서 모회사 LG화학의 주가는 2020년 1월 30만원대에서 2021년 2월 100만원을 넘어 '황제주'에 등극했다. 당시 LG화학 지분 33%를 보유한 ㈜LG의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중복 상장 논란이 불거졌고 LG화학과 ㈜LG 주가가 모두 내렸다. 배터리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한 이들은 "물적분할로 LG화학의 미래가 사라졌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물적분할의 경우 신설회사가 기존 회사의 100% 자회사가 되는 것이기에 이론적으로는 분할 자체가 모기업의 재무제표나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먼저 핵심 사업이 빠져나가는 데 대한 불안감이 주가에 반영된다. 신설 자회사 가치(상장사 기준)가 모회사에 반영될 때 더블 카운팅(중복 계산) 문제로 할인 반영되기 때문에 기존 주주의 가치가 희석되기도 한다.
실제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지주회사의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자회사 지분 가치에 30% 이상의 할인율을 공식처럼 적용한다. 최근 2개월새 증권사들이 ㈜LG에 적용한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율은 30~40%대였다.
LG에너지솔루션 중복 상장 논란 이후 ㈜LG의 PBR은 줄곧 내리막이었다. 올 들어선 약 0.4배로 떨어지기도 했는데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을 제외한 모든 상장 계열사(6개사)의 주가가 크게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에만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각각 31%, 24% 빠지면서 국내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다시 SK그룹에 내줘야만 했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 여파다.
◇자회사 지분 매각으로 쌓은 현금, 활용 방안에 주목
그럼에도 투자업계는 ㈜LG 밸류업에 주목한다. 기업가치를 높일 다른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다. 올해 상반기 말 별도 기준 ㈜LG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1조3725억원이다. 주요 자회사 지분 매각, 배당수익 등으로 꾸준히 현금을 쌓아온 결과다.
2017년 이후 지분 매각 주요 사례로는 △LG실트론(현 SK실트론) 매각(2017년, 6200억원) △디스플레이 구동칩 후공정 계열사 루셈 지분 매각(2017년, 750억원) △미국 법인 'LG USA' 지분 매각(2019년, 1930억원) △LG CNS 지분 35% 매각(2020년, 1조189억원) 등이 있다.
대규모 현금 유출은 ZKW홀딩스 인수(2018년, 4219억원), LG유플러스 지분 취득(2020년, 900억원) 정도였다. 반면 배당 및 상표권 수익 등에 기반한 잉여현금흐름은 연 2000억~30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2570억원이었다. 2022년 말엔 3489억원이었다.
㈜LG는 약 1조4000억원의 현금성자산 중 4000억원은 그룹 유동성을 위한 최소 현금으로 가지고 있을 예정이다. 5000억원은 자기주식을 매입하는 데 썼다. 보통주 606만주 규모로 전체 발행주식 수의 3.9%다. ㈜LG은 오는 4분기 중에 밸류업 계획을 공시할 예정인데 자기주식 활용 계획도 여기에 담길 예정이다.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주식 맞교환에 활용하거나 전량 소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 중 자기주식 소각은 주가를 부양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나머지 현금은 그룹이 신사업으로 낙점한 'ABC(인공지능·배터리·클린테크)'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우선 LG전자와 LG화학의 지분을 확대하는 데 쓸 계획이다. ㈜LG는 내년 3월 31일 2000억원 규모의 LG전자 주식(203만4587주)를, 3000억원 규모의 LG화학 주식(95만6937주)을 매입한다. 이후 ㈜LG의 LG전자 지분은 33.7%에서 34.9%로, LG화학 지분은 33.3%에서 34.7%로 오른다. 시장에선 ㈜LG가 배당수익을 확대하는 동시에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에 맞춰 장부상 기업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한다.
비상장 자회사 LG CNS의 기업공개(IPO)도 주목받는 이벤트다. LG CNS는 내년 초 IPO를 목표로 현재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LG CNS의 몸값은 7조원대로 예상된다. IPO로 ㈜LG의 LG CNS 지분 49.95%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되면 ㈜LG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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