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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충전 스타트업 줌인]정민교 채비의 대표 '홀로서기'…캐즘 장기화 우려④1575억 투자 유치해 충전 인프라 확장…주차장 화재 사고에 전기차 보급 '빨간불'

유정화 기자공개 2024-10-04 08:46:32

[편집자주]

국내에 전기차가 급격히 보급되던 2010년대 후반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들은 저마다의 기술력으로 전기차 충전기 제조, 운영, 플랫폼 각 영역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전기차 캐즘에 화재 우려까지 더해졌다. 그럼에도 전기차 누적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충전 밸류체인 스타트업의 성장 가치는 빛을 발하고 있다. 더벨은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들의 현황과 경영 전략, 향후 비전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30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비는 전기차 충전기 제조 기업으로 시작해, 충전사업자(CPO), 플랫폼 등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채비가 설립 초기 급격한 성장을 이룬 데는 대영코어텍의 지원이 있었다. 채비를 이끄는 정민교 대표(사진)는 정태호 대영코어텍 대표의 아들이다.

그러나 채비가 이후 충전 인프라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모기업의 지원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대영코어텍은 1979년 설립된 오래된 공작기계전문 기업이지만, 자본력에 있어 중소기업이란 한계가 있었다. 채비는 막대한 충전 인프라 구축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차입금을 늘리는 동시에 스틱인베스트먼트, KB자산운용 등으로부터 공격적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부터 정민교 대표의 본격적인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설립 후 줄곧 사용해오던 사명에서 '대영'을 떼어냈다. 채비는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충전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우려는 채비가 넘어야할 산이다.

◇제조 능력·기술력 흡수해 초기 시장 선점

채비가 2016년 5월 출범할 당시 사명은 '대영모던텍'이다. 대영코어텍이 전기차 충전기 전문 기업 모던텍과 합작법인으로 대영모던텍을 설립했다고 알려졌다. 채비의 초대 대표는 현재 모던텍을 이끌고 있는 김성두 대표다. 모던텍은 2003년 4월 공작기계·공장자동화 시스템 설비 전문 생산업체로 설립돼, 2013년 전기자동차 충전기 제조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 기업이다.

2016년 12월 김성두 대표가 퇴임하고 1985년생 정민교 대표가 자리를 넘겨받았다. 대영모던텍은 이듬해 8월 사명을 '대영채비'로 교체됐다. 채비는 전기차 충전기(Charger electric Vehicle)를 뜻하는 영문 약자로 만든 합성어로, 당시 회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채비는 설립 2년차에 환경부 충전기 설치사업에서 수주를 따냈다. 초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건 두 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당시 사각형 일색이었던 전기차 충전기 디자인의 상단부분을 타원형으로 만들어 차별화했다. 여기에 하나의 시설로 전기차를 동시에 4대까지 충전할 수 있는 기술력도 인기 요인이었다.

채비는 대영코어텍의 제조 능력과 모던텍의 기술력을 구현해 초기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전기차 충전업계 한 관계자는 "채비는 대영코어텍과 모던텍 덕에 빠른 성장을 한 기업"이라며 "이후 모던텍이 빠지면서 대영채비로 사명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비는 문제에 봉착했다. 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 등이 발주한 전기차 급속·완속 충전기 설치 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면서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그러나 대영코어텍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한국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융통할 수 밖에 없었다. 채비의 차입금 규모는 2017년 41억원에서 2018년 100억원까지 불어났다.

정민교 대표는 기관투자자들에 도움을 구했다. 첫 투자자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 2019년과 2020년에 걸쳐 75억원을 투자했다. 이후에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장을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2021년에는 휴맥스모빌리티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60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어 스틱인베스트먼트과 KB자산운용은 지난해 110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575억원 수준이다.

주주 현황 / 사진=채비 감사보고서

이 과정에서 정민교 대표의 지분도 희석됐다. 채비가 올해 4월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정민교 대표는 보통주 23만9700주를 보유했다. 보통주 기준으로 70.3%의 지분을 보유했다. 그러나 상환전환우선주(RCPS) 1주당 보통주 1주로 전환된다는 조건을 명시한 만큼, 보통주 전환시 지분율은 38.9% 수준으로 떨어진다. 2018년만 하더라도 정민교 대표의 지분은 70.5%, 대표의 특수관계인이 나머지 29.5%의 지분을 가졌다.

◇식당·카페 등 부가사업 확장했는데…전기차 포비아 '스멀'

채비는 올해 초 사명에서 대영이란 이름을 빼고 새출발을 알렸다. 정민교 대표의 본격적인 홀로서기가 시작된 셈이다. 정 대표는 2016년부터 8년간 채비를 이끌며, 회사가 전기차 충전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인물이다.

정 대표가 통합 솔루션을 구축한 이유는 경영 효율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사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장기적으로 운영비 절감에 용이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채비는 급속·완속 충전기 제조에서 시작해 정부 충전기 설치사업에서 잇따라 수주하면서 자연스럽게 CPO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이후엔 유지 보수 체계도 자체적으로 구축했다. 플랫폼, 결제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최근엔 단순 CPO 확장이 아닌 전기차 충전 복합 문화공간을 표방하는 '채비스테이'에 구축에 집중하는 분위다. 채비 측에 따르면 2022년 채비스테이 강남 서초센터를 시작으로 성수점, 홍대점, 마포성산점, 송파둔촌점, 목동신월점, 안양점 등을 포함해 수도권에 8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채비는 올해 휴식·편의시설·식음료·쇼핑과 같은 상업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정성옥'(한식당), '카페20분'(카페), '채비워시'(세차장) 등이 직접 운영하는 브랜드다. 주유소와 달리 전기차 충전 시간이 긴 만큼, 여유 시간에 전기차 이용자들이 이용할 만한 부가사업을 확장해 추가적인 매출 확보를 노리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업 영역 확장이 전기차 캐즘 우려와 맞물리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지난해 16만2507대로 전년(16만4324대)보다 소폭 감소했다. 최근에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사건을 계기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과 공포(포비아)가 커지고 있다.

전기차 충전업계는 신차 생산량이나 발주량 보다는 누적 보급된 전기차의 숫자가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전기차 캐즘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그러나 채비처럼 인프라를 빠르게 선점한 기업 입장에선 더 많은 전기차가 보급될 때까지 적자를 내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특히 인천 청라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사고로 전기차 포비아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선 국내 전기차 충전 사업을 확장하려는 시도들이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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