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17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장일단이 있다면 단 쪽에 조금 더 집중하는 편이다. 물이 반쯤 담긴 컵을 보면 주로 '아 새로 떠먹기 귀찮네' 하는 흔한 사람. 그래서 '반만 마시고 싶었는데 딱 반이 남았다니, 완전 럭키비키잖아'라는 장원영식 사고가 꽤 도움이 됐다. 귀엽게 남은 통장 잔고를 보며 '마이너스가 아니라니 럭키잔고잖아?' 하고 최면을 걸곤 한다.이런 럭키비키적 사고가 도움이 되는 건 생각의 주체가 개인일 때다. 기업으로서는 어떨까. 기업은 좋은 상황에서도 너무 함박웃음을 짓지는 않는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긍·부정의 판단과 그 표현에 다소 보수적인 게 우리나라 기업들이다. 숫자는 명확하되 전망은 지나치게 희망적이지 않은 가이던스가 이상적으로 여겨진다.
만약 애매한 상황이라면 기업은 더더욱 입을 닫는다. 낙천적 사고와 투자자 달래기만으로는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쯤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다 안다. 그럼에도 상황을 명확한 단어로 긍정 혹은 부정하고 이 진단을 설파하기까지 한다면 그때부터는 의도와 전략의 영역이다.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가 영풍 측 공개매수에 응한 5.34%의 지분을 두고 서로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는 것도 여론전을 위해서다. 고려아연은 영풍 측이 목표치에 미달했다고 봤고 영풍 측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공표했다. 동일 대상에 대한 정반대 해석은 이번 다툼 내내 이어졌다. 법적 처분과 숫자처럼 꽤 정확한 대상들을 분석하는 데도 그랬다.
취재를 하며 만난 한 애널리스트는 승패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무엇을 의도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기업가치 제고라는 소명의식의 진실성을 차치하더라도 유통주식이 줄어들 뿐 현재의 구도에서 큰 변화가 없는데 기회비용은 많이 잃고 있어서다.
다툼이 모두 끝나고 어느쪽이 승기를 잡든 또 한번 럭키비키한 사고가 필요하다. 들인 돈이 상당하다. '조단위를 투입했지만 경영권은 얻어냈다니 럭키비키'라는 위안을 하지 않으면 남을 게 없다.
하지만 그때부터는 시장에 더 이상 럭키비키한 해석만 내놓을 수는 없다. 지킨 것과 잃은 것들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를 전하고 미래를 고민해야 옳다.
시장은 싸움이 끝나기 전부터 양쪽이 지출한 돈을 우려하고 있다. 경영진이 누가 됐든 기업에게 확실한 전력인 자금이 유실되는 중이고 CAPEX가 필수적인 고려아연에게는 더 뼈아픈 손실이다. 단단했던 고려아연에 이렇게 실금이 간다. 일부러 낸 실금에 대해서는 럭키비키가 아닌 해법으로 답해야할 텐데, 그런 묘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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