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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자본 재분배 성적표]HL홀딩스, 3년 만에 국내 자회사 설립자율주행 주차 로봇 기업 인수대금 등 490억 출자, 공모채로 현금 보유량 늘려

김형락 기자공개 2024-10-25 07:22:58

[편집자주]

지주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자본 재분배다. 지주사는 재무 건전성 우위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 사용 수익 등을 수취해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나 사채 인수 등 방법으로 열위 계열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무리한 자본 재분배는 우위 계열사까지 망가뜨리고 지주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THE CFO가 각 그룹 지주사의 자본 재분배 형태와 이에 따른 재무지표상 변화를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2일 16:0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L그룹 지주사 HL홀딩스가 자회사 출자액을 늘렸다. 차환자금과 운영자금을 공모채로 조달해 자회사 증자에 참여할 유동성을 남겨뒀다. HL홀딩스는 자율주행 로봇 연구·솔루션 사업을 추진할 자회사를 세우고 인수·합병(M&A) 자금을 출자했다. 2016년 지주사 100% 자회사로 편입한 관광단지 개발사업 시행사 제이제이한라(옛 에니스)에는 건설 계열사 에이치엘디앤아이한라(HL D&I) 차입금을 상환할 재원을 납입했다.

HL홀딩스는 이번달 자회사 두 곳 주주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1660억원을 썼다. 지난 4일 HL로보틱스로는 490억원, 제이제이한라로는 1170억원을 출자했다. HL홀딩스가 관계기업·종속기업 지분 취득에 연간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건 2021년이 마지막이었다. 올 상반기에는 해외 법인 두 곳을 신규 설립해 22억원을 사용했다.

HL로보틱스는 HL홀딩스가 지난달 10억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로 설립한 곳이다. 이번 증자대금은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322억원)과 운영자금(168억원)으로 쓴다. HL로보틱스는 실외 주차 로봇 상용 기업 스탠리 로보틱스를 인수했다. 자율주행 주차 로봇 기술을 그룹 신성장 동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제이제이한라는 증자대금으로 계열 차입 관계를 해소한다. 제이제이한라는 HL D&I가 2006~2008년 시공한 제주 세인트포 골프장·리조트 시행사인 에니스가 전신이다. HL홀딩스는 2016년 100% 자회사 한라제주개발을 세워 법정관리 중이던 에니스를 인수한 뒤 양사를 합병해 제이제이한라로 재편했다. 제이제이한라는 이번 증자대금으로 2016년 HL D&I에 발행한 이익참가부사채(1040억원, 이자율 4.6%)를 상환한다.

HL홀딩스는 2021년 3월 한라리츠운용을 자회사로 설립한 뒤 국내 법인 설립이 뜸했다. 해외에는 법인을 신설했지만, 국내 법인에는 추가 출자만 집행했다. 2021년 9월 미래차 부품·소재사업을 영위하는 100% 자회사 위코에 1340억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2022년 6월 제이제이한라 유상증자에 납입한 1050억원은 HL홀딩스가 보유한 이익참가부사채와 상계하는 방식으로 출자전환했다.

이번달 HL홀딩스가 자회사에 출자한 금액은 올 상반기 말 보유 중인 유동성보다 크다. 올 상반기 말 HL홀딩스가 별도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594억원이다. HL홀딩스는 지난달 공모채로 1200억원을 조달해 자금 수지를 맞춰뒀다.


HL홀딩스는 공모채로 차입 만기 구조를 장기화하면서 운영자금도 확보했다. 각각 1년 6개월물인 15-1회 공모채(680억원, 이자율 3.825%), 2년물인 15-2회 공모채(520억원, 이자율 3.794%)를 발행했다. 500억원은 내년 2월과 내후년 5월이 만기인 수출입은행 장·단기차입금(금리 4.36~4.51%) 상환에, 700억원은 올 9~11월 현대모비스 등 B2B 결제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

HL홀딩스는 지주사업과 자동차 부품 유통·물류업을 영위하는 사업지주사다. 잉여현금흐름(FCF)만으로 투자 소요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올 상반기 HL홀딩스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58억원)에서 배당금 지급액(191억원)과 유·무형자산 취득액(49억원)을 차감한 FCF는 마이너스(-)182억원이다. 2022년과 지난해 FCF는 각각 -19억원, 73억원이었다.

HL홀딩스는 재무안정성을 토대로 자금 조달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올 상반기 말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전년 말 대비 7%포인트(p) 내린 78%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3%p 내린 24%다. 올 상반기 말 재무지표에 이번 자회사 증자대금 전액을 차입금으로 단순 반영해도 부채비율은 92% 수준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행위 제한 규정이 규제하는 일반 지주사 부채비율은 200% 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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