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 리스크매니지먼트 포럼 2024]"금융사 운영리스크 증가…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추진"명기영 금감원 은행리스크감독팀장 "자본 부과량은 미국식, 등급별 차등은 EU식"
김보겸 기자공개 2024-10-30 12:58:36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9일 14: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의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금융상품의 제조와 판매가 분리되는 등 금융회사의 운영리스크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규제가 복잡해지면서 규정 위반 위험은 늘고, 금융회사를 운영하는 환경이 통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명기영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은행리스크감독팀장(사진)은 2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더벨 리스크매니지먼트 포럼 2024'에서 새로운 금융환경에서 등장한 리스크관리 문제와 감독당국의 대응방안에 대한 견해를 공유했다.
명 팀장은 당국의 운영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는 배경과 향후 감독당국의 계획, 필라 2(리스크 관리 수준에 따라 추가 자본금을 부과하는 등 감독조치)의 역할을 감독당국이 강화하는 배경과 그 수단으로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 도입 계획을 설명했다.
금융사의 운영리스크로는 먼저 금융사고나 횡령, 불완전판매로 인한 은행의 배상 등 내부적 요인이 있다. 이외에도 은행이 사기를 당하거나 자연재해로 입게 되는 피해 등 외부적 요인도 운영리스크에 포함된다.
명 팀장은 "금융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사이버 공격이나 고객 데이터가 유출되는 등 운영리스크가 늘고 있다"며 "이외에도 금융상품의 제조와 판매가 분리되는 경향, 다양한 외부 서비스 제공업체 의존도가 높아지는 부분도 운영리스크 증가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늘어나는 운영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국내 은행권은 바젤위원회가 발표한 바젤Ⅱ 도입 시부터 기존의 신용, 시장 리스크 이외에도 운영리스크를 자본규제에 포함했다. 과거 바젤Ⅱ에서는 일부 은행을 제외하면 대부분 은행의 영업규모에 비례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했다.
내부통제가 적절하게 이뤄진 은행에는 자본비율 인센티브를 주도록 했다. 바젤Ⅲ을 도입하며 과거 10년간 발행한 운영리스크 손실을 RWA(실물연계자산)에 반영하면서다. 명 팀장은 "실제 은행이 입은 운영리스크 손실이 표준보다 적으면 소요자본이 줄어들도록 해 은행이 자발적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유인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말 기준 은행권 운영RWA 산출에 반영 중인 과거 10년 누적 손실금액은 6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1335억원이던 손실금액은 2020년 1조6225억원으로 10배 넘게 뛰었다. 금리연계DLF(파생결합펀드)와 라임 불완전판매 영향이 컸다.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책임으로 은행권 배상이 늘어난 올 1분기에도 1조8726억원으로 손실금액이 늘었다.
운영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질적 규제의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은행은 자본비율을 산출할 때 인센티브를 적용하기 위한 최소 요건으로 건전한 운영리스크 관리원칙(PSMOR)을 준수해야 한다. 이사회와 경영진, 유관부서가 참여하는 3단계 통제체계를 구축하고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전략과 정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한국에는 지난 2020년 4월 도입됐다.
명 팀장은 "PSMOR 도입이 실질적인 운영리스크 관리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행현황을 점검하고 미흡사항을 개선할 것"이라며 "향후 리스크평가 등 은행권 감독과 검사체계에 반영해 정기적으로 평가를 실시하고 개선,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바젤Ⅱ의 세 축 중 하나인 필라 2를 적극 활용해 은행의 운영리스크를 평가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필라 2는 은행이 영업과 관련한 모든 중요 리스크를 감안해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지 감독당국이 점검하고 필요시 추가자본 확충 등을 요구하는 제도다.
필라 2에 따르면 감독당국은 내부자본적정성 평가 절차(ICAAP)의 적정성을 통해 리스크관리상황을 점검 및 평가하고 평가등급을 부여한다. 각 은행은 위기상황에서 필요한 추가자본을 계산해 증자나 배당, 신용확대 규모 등 향후 2년간 자본계획을 수립한다. 이사회는 정기적으로 ICAAP 결과를 검토해 매년 말 ICAAP 보고서를 감독당국에 제출한다.
다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스트레스 테스트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충자본을 도입하겠다는 게 감독당국의 계획이다. 명 팀장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자본비율 규제에 대해 소개했다.
미국은 추가자본 부과를 위한 리스크평가 제도로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주도해 '종합자본분석(CCAR)' 제도를 운영 중이다. 연 1회 하향식 정량평가(ST)를 실시하고 은행지주의 자본계획, 리스크 인식 및 측정, ST 방법론 등에 대해 정성평가를 곁들인다. ST 결과 감소하는 보통주 자본 및 향후 1년간 지급 예정 배당금의 합계를 스트레스 완충자본으로 산출한다. 최소 2.5%의 추가자본을 부여하는데 연준은 도이치뱅크 USA에 올해 최고 수준인 13.9%의 추가자본을 부과했다.
EU는 미국과는 다른 방식을 쓴다. 필라 2 원칙에 따른 감독당국 결과에 따라 부과하는 P2R(Pillar 2 Requirement) 자본과 유럽중앙은행(ECB)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라 부과하는 P2G(Pillar 2 Guidance) 자본으로 구분한다. P2R은 법적 구속력이 있지만 P2G는 조기경보 지표, 감독 수준 강화 등에 활용한다.
감독당국은 한국은 미국과 유럽의 혼합 방식을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명 팀장은 "우리나라는 상향식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감독당국이 시나리오를 제시하되 은행 자체 모형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한 자본 부과량은 최대 한도 2.5%포인트를 두는 CET1 하락폭으로 미국과 비슷하지만 필라 2 리스크결과 평가는 등급에 따라 차등하는 등 EU 방식을 혼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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