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31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본진 LF네트웍스 대표가 형인 구본걸 LF 회장의 위법행위를 고발하는 취지의 진정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구 회장이 계열 분리를 위해 LF네트웍스 지분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파스텔세상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볼모로 삼았다는 주장이다.

수면 위로 올라온 형제간 갈등이 단기간 봉합되지 않으면 구본진 대표가 구 회장과 LF를 대상으로 법정 다툼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 회장의 단독 지분율이 높지 않은 만큼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계열회사 간에도 공정거래법 적용 가능"…계약해지 결정 배경 '쟁점'

구본진 LF네트웍스 대표는 9월 말 국회 정무위원장 앞으로 진정서를 보내고 구본걸 회장이 LF네트웍스에 대한 부당한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LF로 하여금 파스텔세상과의 닥스·헤지스 아동복 상표 라이선스 계약을 일반적으로 중도해지 통보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LF네트웍스는 LF의 최대주주 및 친인척들이 지배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계열회사다. 구 회장이 최대주주로 지분 17.5%를 보유하고 있다. 파스텔세상은 LF네트웍스의 손자기업으로 LF와 닥스·헤지스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아동복 사업을 전개해왔다.

구 대표는 진정서에서 "상장 대기업의 지배주주가 권한을 남용하여 회사의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회사의 경영진은 지배주주의 위법행위에 가담해 회사, 계약상대방 및 이해관계인에게 많은 피해를 발생시킨 엄중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당한 조사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감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위해 법무법인에 의견서를 받고 피해 증거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가 형제 간 사적화해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 점이 눈길을 끈다. 향후 법정 다툼이나 공정위 제소로 갈등이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LF네트웍스는 LF의 계약해지 통보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LF와 LF네트웍스는 공정거래법상 주요 지배주주가 동일한 계열회사다. 계열회사 간 거래의 경우에도 거래거절, 거래상지위 남용, 사업활동 방해 등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로 구분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진욱 법무법인 팔마 변호사는 "계열회사 관계라고 해서 공정거래법이 적용이 안 되는 건 아니다"며 "적법하게 이뤄진 라이선스 계약이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게 끊겼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계열사 간에도 불공정거래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결국 LF가 파스텔세상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배경에 구 회장의 지시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LF네트웍스에 따르면 LF는 "6개월 전 통지로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파스텔세상과의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반면 LF는 계약서 상 해지 사유로 명시된 경영진의 윤리경영 위반이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파스텔세상 라이선스 계약 해지는 철저히 사업적 판단에 의거한 결정으로 대주주의 LF네트웍스 지분거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LF에 따르면 파스텔세상 대표이사는 2018년부터 직원 대상 폭언 등 부당 행위로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 LF는 법무법인 광장에 해당 건을 의뢰해 검토의견을 받았다. 법무법인 광장은 "LF는 라이선스 대상 브랜드의 평판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파스텔세상 경영진의 비윤리적인 행위가 지속되고 소수주주 등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지원행위가 문제되지 않도록 파스텔세상 등 계열회사와의 거래를 중단 또는 감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사자 쌍방이 1년전의 사전 통지로 임의 해지할 수 있다는 계약 내용에 따라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며 "이러한 LF의 계약 해지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사업적인 판단으로서 공정거래법에 위반하는 불공정거래행위로 볼 수 없다"고 봤다.

◇구본순·구본진 각각 LF 3대·4대 주주…'주총 소집·이사 해임' 등 청구 가능

일각에서는 구본걸 LF 회장과 구본진 LF네트웍스 대표의 갈등이 고조될 경우 LF 경영권을 두고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구 회장의 장남 구성모 씨로의 지분 승계가 아직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LF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구본걸 회장과 구본진 대표를 포함한 오너일가가 비교적 고르게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최대주주는 19.11% 지분을 보유한 구 회장이다. 구 회장의 자녀 구성모·구민정 씨의 가족회사 고려디앤엘이 11.97% 지분율로 2대 주주로 자리잡고 있다.


구본순 씨와 구본진 대표는 각각 LF 지분 8.55%, 5.84%를 보유 중이다. 자녀들이 가진 지분을 포함한 구본순·구본진 측의 합산 지분율은 15.11%다. 구 회장과 자녀 구성모·구민정 씨의 합산 지분율은 21.39%로 조금 더 높다.

LF 주식을 3% 이상 보유한 구본진 대표는 임시주주초회 소집 허가 신청, 이사 해임 청구,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등 법적절차를 밟을 수 있다.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해 부정행위 또는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있음을 의심할 사유가 있을 때에는 검사인 선임 역시 청구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LF의 경우 구본걸 회장과 구본진 대표 사이 지분율 차이는 있지만 구 회장의 단독 지분율이 20%를 넘지 않고 소액주주 지분이 35%에 달해 향후 갈등의 심각도에 따라 경영권 분쟁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LF네트웍스 관계자는 "LF와 파스텔세상 계약해지에 따른 피해 구제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협의가 안될 경우 공정위 제소 등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