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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룰로스 동상이몽]CJ제일제당·대한제당, 수익성·자기잠식 우려…진출 관망세③알룰로스, 원가경쟁력 낮아…본업 '설탕' 잠식 가능성도

윤종학 기자공개 2024-11-07 07:41:24

[편집자주]

'알룰로스'는 식음료(F&B) 시장의 제로슈가 열풍에 힘입어 부상하고 있는 대체당이다. 다만 CJ제일제당과 대상, 삼양사, 대한제당 등 대표 전분당·제당업체들 사이에서 시장 진출 여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더벨은 알룰로스 시장 확대 배경과 진출 현황을 살펴보고 진출여부를 가른 요인들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4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3사 중 삼양사가 알룰로스 시장 공략에 나선 가운데 CJ제일제당과 대한제당의 참전 여부도 주목된다. 최근 CJ제일제당이 다른 대체 감미료인 스테비아를 출시하고, 대한제당도 알룰로스를 수입한 이력이 있어서다.

다만 CJ제일제당과 대한제당은 알룰로스 진출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는 설탕 대비 알룰로스 원가경쟁력이 낮은 점과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 우려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설탕 대비 원가 부담↑…CJ제일제당, 알룰로스 철수 '상처'

알룰로스가 다른 대체당에 비해 설탕의 맛과 질감을 표현하는데 특화됐다는 점은 업계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알룰로스 사업에 진출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아무리 좋은 소재여도 사업성이 낮다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게 좋은 사업 아이템이 아닐 수 있다.

CJ제일제당과 대한제당도 알룰로스의 원가 부담을 진출 장벽으로 꼽고 있다. 알룰로스는 무화과, 건포도 등 천연 식물에서 뱔견된 소재다. 발견 초기 자연에서 채취할 수 있는 양이 매우 극소량이던 만큼 대량생산이 어려웠다. 일본, 한국 등에서 대량 생산 방법을 발견해내며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알룰로스의 생산원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에리스리톨 등도 설탕 대비 생산원가가 비싼 수준인데 알룰로스는 이보다 더 높은 비용이 든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룰로스 원가를 명확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설탕 대비 3배 이상은 되며 설탕원자재 가격이 낮았을 때는 5~6배 수준에 이르기도 했다"며 "알룰로스가 설탕을 대체할 정도의 특성을 갖췄음에도 양산이 어려운 이유"라고 귀띔했다.

실제 CJ제일제당은 과거 알룰로스 시장에 진출했지만 수익성을 이유로 철수하기도 했다. 이제 막 개화하는 시장에 다시 뛰어들기에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어 보인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5년 세계 최초로 알룰로스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기존 화학적 공법 대신 생물학적 효소를 활용하며 과당을 알룰로스로 대량 전환할 수 있는 효소를 개발하면서다.

다만 지금처럼 대체당에 대한 관심이 높던 시기가 아니었던 만큼 수익사업으로 키우는데는 실패했다. 이후 사업 효율화를 이유로 2019년부터 알룰로스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완전 철수한 바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소말트, 에리스리톨 등 기존 대체 감미료 B2B사업 외에 알룰로스 진출 계획은 없다"며 "6월 출시한 스테비아는 분말형 대체 감미료 소비 트렌드를 기반으로 출시한 것으로 알룰로스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본업 '제당'과 카니발리제이션 우려

제당이 본업인 CJ제일제당과 대한제당이 알룰로스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알룰로스를 키운다는 의미는 결국 설탕 소비 감소를 가속화 시킬 수 있다. 신제품인 알룰로스가 기존 주력제품인 설탕의 시장을 잠식하는 '카니발리제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제당업계는 CJ제일제당과 대한제당, 삼양사가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과점시장이다. 각사별 집계 방식이 달라 정확한 시장점유율 파악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2024년 상반기 기준 삼양사는 32%, 대한제당 21.5%으로 공시하고 있어 CJ제일제당이 40%대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B2C 설탕제품으로 좁히면 CJ제일제당의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CJ제일제당이 77%를 차지하고 삼양사 12.37%, 대한제당 4.26%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당연히 제당사업이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기여도도 클 수 밖에 없다.

CJ제일제당의 식품사업부문은 올해 상반기 매출 5조5365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38%에 해당하는 수치다. 식품사업부문에 설탕, 밀가루, 식용유 등이 모두 포함돼있다. 설탕만의 매출규모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원재료 매입액(4493억원) 등에 비춰보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보인다.

대한제당은 제당사업 비중이 압도적인 수준이다. 대한제당은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외를 합쳐 총 6657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 중 설탕 매출은 3340억원으로 집계돼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양사 모두 설탕 대신 대체당을 찾는 트렌드 변화가 썩 반가울리 없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당업체 입장에서 본업 경쟁력을 위협하는 대체당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결룩 자기잠식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며 "소비 트렌드라는 것도 언제 변화할지 모르는 만큼 본업 대신 대체당에 집중하는 경영전략을 택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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