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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지주·은행 엇박자 배경엔 '전략·영업' 분리 기조 자본비율 관리, 기업금융 영업 '동상이몽'…지주 컨트롤타워 기능 회복 급선무

최필우 기자공개 2024-11-07 12:57:32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5일 14: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이 지주와 은행 간 엇박자로 기업대출 전략을 급히 수정하며 혼선을 빚고 있다. 지주가 지난 7월 밸류업 차원의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 계획을 세운 이후에도 은행은 여전히 높은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달 핵심역량지표(KPI)를 수정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앞서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을 지킬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지주와 은행의 역할을 분리한 이후 전략적 소통이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 회장은 취임 후 지주가 전략 수립을 전담하고 계열사는 영업에만 집중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우리은행이 전략 기능 없이 영업에 주력하면서 지주의 CET1비율 관리 방침을 기민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주 7월 'CET1비율 목표치' 발표에도…은행 3분기 'RWA 고성장' 지속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들어 기업금융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기존 대출 잔액을 줄이는 방향으로 영업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기업대출 성장 전략을 중단하고 잔액 축소 기조로 전환하면서다. 조 행장은 갑작스러운 KPI 변경과 관련해 행내에 사과 메세지를 내기도 했다.

1년 반 동안 이어 온 기업금융 영업 강화 전략을 중단한 건 그룹 CET1비율 목표치 달성에 협조하기 위해서다. CET1비율은 은행지주가 주주환원 규모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자본적정성 지표다. 기업대출 확대를 지속하면 RWA 성장률이 높아지고 RWA 증가는 CET1비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를 감안해 더 이상 성장 일변도 전략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은행이 기업대출 전략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지주와 소통이 원활치 못했다는 지적이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7월 25일 2024년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밸류업 계획도 함께 공시했다. 당시 발표된 밸류업 계획은 2024년 말 12.2%, 2025년 말 12.5%의 CET1비율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우리금융 CET1비율은 2023년 4분기, 2024년 1~2분기에 12% 선을 지키는 데 그치고 있었다.

밸류업 공시 후에도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고속 성장 페달을 밟았다. 조 행장은 밸류업 공시 하루 뒤인 지난 7월 26일 경영전략회의에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통한 시중은행 순이익 1위 목표를 재확인했다. 이에 힘입어 우리은행은 지난 3분기 기업대출 성장률 4.8%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2.9%, 2분기 3.8%보다 높은 성장률이다. 올해 RWA 성장률은 3분기 말 기준 10%를 돌파했다.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영업 강화가 지속되면서 그룹 CET1비율은 지난 3분기에도 12%에 머물렀다. 연말 12.2%, 내년 말 12.5%를 달성하려면 우리은행 기업대출에 급제동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우리은행이 기업대출 잔액 평가 기간을 지난달 말까지로 단축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전략라인, 은행 배제하고 지주로 일원화…'영업 집중' 요구 부합

임 회장 취임 후 지주와 은행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한 이후 소통 라인이 원활하게 재정비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임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과정에서 '지주는 전략 중심, 은행은 영업 중심'이라는 방침을 수립했다. 이 때문에 영업력을 입증한 조 행장이 행장에 선임됐고 전략 업무를 전담하는 임원을 우리은행에 두지 않았다. 조 행장 입장에서는 지주가 제동을 걸기 전까지 영업에 주력해야 하는 의사결정 구조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하는 임 회장이 지난 8월 수면 위로 드러난 전임 회장 친인척 부정대출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자본비율 관리 계획과 기업금융 대출 현황을 모두 챙기기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임 회장은 금융 당국과 국회 정무위원회에 밝힌 사태 수습 방안 이행을 최우선 순위 과제로 삼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은 이번 우리은행 KPI 변경에 따른 혼란 발생을 계기로 지주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임 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것처럼 각 계열사의 독립 경영을 보장하되 효율적인 자본 배분이라는 지주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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